50 대의 이직, 다운 쉬프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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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잘다니던 이사 승진을 눈앞에 둔 한 외국계 회사가 본사의 결정으로 조직이 해체가 되었습니다. 그때가 18년도 였는데 사십대 중반이었습니다.
운좋게도 서울 한복판 중심의 건물에 제 방까지 있던 곳이었는데. 제 의사결정이 아닌채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니 그리고 나가는 과정에서 꽤나 시달렸다 보니 한동안 다시 같은 일을 하는 직장을 다니기가 저어 되더군요.
연봉도 상당했었고 회사에 주제넘게 제 방도 있었으니 한없이 눈높이가 올라가 있었구요.
이미 사십대 중반의 나이에 비슷한 조건의 직장을 찾는건 쉽지 않았습니다.
음식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이참에 나도 식당을 할까 했었습니다. 당연히 주위는 다 말렸었구요. 그들을 설득하기위해 지인이 하는 음식점을 도와 주었습니다. 규모는 작은편이 아니었는데 관리는 부실했었기에 저렴한 erp 를 도입하고 발주 시스템을 체계화 하고 노무 관리도 안정적으로 운영될수 있도록 한동안 시스템화 했는데.. 진상의 손님들보다 내부의 직원 문제가 어마 했고 옆에서 그걸 지켜 보니 아무나 음식점을 할수 있는게 아니구나 하고 GG 쳤습니다.
그러며 돈은 계속 까먹고 있었고 회사에서 뒷받힘해주던 여러 복지들을 혼자 부담하려니 까먹는 속도는 더욱 가속되었구요.
그러면 이번엔 정년을 도모하자며 한 정부 산하의 공직 유관 단체에 또 운좋게 들어갔습니다. 겉보기에는 번드르르 한곳이었지만 정말 적은 급여와 국정감사 대응 또 정부 주무부서의 갑질을 겪는 가운데 코로나가 터졌지요.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는데. 새로 꾸려진 국회 상임위의 한 초선의원이 어떻게든 코투리를 잡으려고 했고 (가령 10년치 팀장 출퇴근기록부를 제출하라는 둥) 그런거에 2년정도 시달리다 또다시 GG 를 쳤습니다. 반토막이 난 급여로 생활은 당연히 안되었고 정년만 보기에도 미래가 너무 암담했었구요. 그러다 또 운좋게 다른 정년이 보장된 공익법인에서 2년 정도 근무 했지만 결론은 회사는 월급이 전부구나 라는 걸 깨닫고 다시 영리 법인으로 왔습니다. 대신 지방에 있는 외국계 회사로.
오십 너머 회사 아파트에서 기숙하며 주말 부부를 하니 가족관계는 애틋해지고 더욱 좋아지더군요. 한동안 퇴근후 개인 자유시간이 넘쳐나서 어쩔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지내다 보니 다시 넘쳐나는 건 외로움입니다.
지방에 와보니 서울과 달리 사람이 없습니다. 일자리는 서울보다는 많은데 말이죠. 그리고 단기 일자리는 정말 넘쳐 나더군요. 근데 사람이 없어 소멸하는 것도 눈에 보입니다. 불꺼진 빌라, 짓다만 아파트. 운영을 멈춘 산업단지 공장. 서울과 가까운 대표적인 산업 도시임에도 이런데 말지요.
다운쉬프트의 삶은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을 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구요.
코지73님의 댓글의 댓글
코지73님의 댓글의 댓글
메카니컬데미지님의 댓글
임금도 월급쟁이 인생에 나름 피크를 찍었는데 이젠 강제로 다운시프트 해야 할 상황이 돼버렸어요. 저 역시 받던 급여에 생활이 다 맞춰져 있던거 바꿀 거 생각하면 엄두가 안나네요. 아이들이 대학교, 고등학생이라 돈 엄청 들어갈 때라...
얼마 전 와이프한테도 얘기했습니다. 지금 하는 일 나이 먹어서도 더 하기는 힘들고 전혀 다른 일이라도 60 넘어서도, 적게 벌어도 부부가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찾아보자고요.
비슷한 고민 하시는 분 만나 반갑기도? 해서 저도 넋두리 좀 써 봤습니다. 하시는 일 잘 풀리시길 바래요.
코지73님의 댓글의 댓글
ㅡIUㅡ님의 댓글
저는 지방출신으로 실버개발자인데
사람이없다는 말씀에
어차피 서울에도 이많은 사람중에
내가 만날 사람은 몇 없는데…라는
말이 나오더라구요.
아마 서울로 다시 오신다 해도
가족 지인 말고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서울이 활동적인 느낌인 반면에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현기증이납니다.
언제든지 고향인 부산으로 가거나
재택을 하고싶은 맘만 가득하네요
힘내시죠.
Rioja님의 댓글
지인 음식점에서 일을 해보신게 정말 신의 한 수였네요.
외로움도 외로움이지만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코지73님의 댓글의 댓글
맥대디님의 댓글
코지73님의 댓글의 댓글
BANDI님의 댓글
코지73님의 댓글의 댓글
그대로멈춰라님의 댓글
인생선배님 말씀 구구절절 공감갑니다.
코지73님의 댓글의 댓글
제이슨본죽님의 댓글
muzone님의 댓글
ninja7님의 댓글
어찌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 함께 힘내요!
눈팅이취미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