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나니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지네요 (친구 관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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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대학 동기들 몇 명과 다시 만나면서 사람 자체는 잘 변하지 않지만, 그 사람의 운명은 믿기 힘들 정도로 격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년이 지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조금은 믿기지 않는 일들도 일어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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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 A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말 좋은 친구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를 지날 때면 그냥 가지 못 하고 뭐라도 사서 제 손에 쥐어주고 갑니다.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도 그럽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선배 B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선배 B는 20대부터 소위 잘 나가는 인싸에 사회 봉사 등도 하고 다니며 언론에도 자주 등장해 승승장구 하고 있다고만 알았는데,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다녀서 쫒겨다니는 처지가 된 듯 합니다. 친구 A도 그렇게 좋은 사정이 아니어서 그 돈을 돌려받고 싶어하는데, 그렇다고 고소 등은 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선배 B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한두 명에게 돈을 빌린 게 아니라서 쉽게 매듭이 풀릴 것 같지도 않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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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톡에서 갑자기 단톡방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면 덜컥 겁이 납니다. 좋은 일도 있겠지만 안 좋은 일도 많으니까요. 특히 40대에 들어서면서 학창 시절 친구 중에서 본인 상을 당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고요. 얼마 전에도 단톡방이 만들어지고 알림이 30을 넘어가더군요. 조금 뜸을 들였다 들어가니 그나마 다행히 형편이 좋아지지 않은 대학친구 C가 SOS를 보내는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을 보니 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 마통에서 돈을 조금 보내줬습니다. 못 만난 지 20년이 넘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몰랐는데, 정말 의외이기는 했습니다. 그 친구는 누구보다 생활력이 강하고 친화력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친구들이 조금씩 보내준 돈으로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송금인 메시지'에 짧게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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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 후 20년 쯤 지나니 정말 친했던 친구였다 해도 세월의 칸막이가 셀 수도 없어져서 만나는 것은 쉽지 않네요. 반면에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1, 2년에 한 번 꼴로 연락을 해온 친구와는 스스럼없이 만나게 됩니다. 10년 20년 이런 단위의 시간은 과거에는 둘도 없던 친구를 아득한 지평의 존재로 만들어 버리네요. 그래서 무슨 일이 없어도 1년에 한 두 번은 친구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주변에 남은 '친구(선후배 포함)'들의 공통점은 누가 많이 가진 것을 대놓고 드러내며 재지 않는 다는 것이네요. 30대 초반 시절 만나면 공부중이라 돈벌이가 전혀 없는 친구를 앉혀 놓고 '술'로 밤을 새우며 주식 이야기를 하고 돈 자랑을 하던 친구와 사촌들은 이제 제 인생에서 모두 떨어져 나간 듯 합니다. 몇 년 전에도 돈 벌이가 시원찮은 상황에서, 몇 백을 아무렇지도 않게 빌려 달라는 친구에게 수 십을 보낸 후 우정으로 주는 돈이고 갚지 않아도 된다고만 했네요. 그 후로는 연락이 없지만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친척들로부터 돈 문제로 얼마나 시달리며 사셨는지를 알기에, 친구 가족 친척 사이에 돈 거래 자체를 하지 않아서 소수의 '친구'만이 주변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그건 변하지 않을 듯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친구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별로 친하지 않아서 마찰과 앙금이 거의 없는 친구들(오히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절친'과의 관계가 다 잘 되지 않았네요)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한 나날입니다.
노마만리님의 댓글의 댓글
들꽃푸른들님의 댓글
푸하하님의 댓글의 댓글
내가 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노마만리님의 댓글의 댓글
콘헤드님의 댓글
Rania님의 댓글
나이가 들고 각자 환경이 달라지면 예전의 모습과 달라지더라구요.
그래서 예전의 마음과 모습을 잃지 않은 친구들만 곁에 남았습니다.
저도 그친구에게 마찬가지라 하구요.
마안부우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