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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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고딩시절을 꽤나 붙어다녔고 졸업한 뒤에 길이 다르고 서로 바빠 한동안 못보다가, 고등학교 졸업 모임이라고 누가 뭐 만들어 연락해서 나가보니 그친구가 있어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하고 일년에 한번쯤 만나고..
또 만나면 예전처럼 서로 욕하고 거리낌 없이 대하고..
뭐 그렇다고 결혼식에 서로 부르거나 가족상에 문자를 돌리진 않지만 뭐 만나면 거리김은 없는 그런 관계 있잖아요.
그런데 그녀석이 갑자기 중병으로 드러누워 모든 몸이 마비 된 채 침대에민 묶여지낸게 벌써 몇년입니다.
갑자기 시작됐어요. 불치병이죠.
알아도 막을 수도 없고. 막지 못한다고 죽을 수도 없고.
정신은 온전해 가끔 일년에 한두번 병문안 가면, 힘겹게 시선추척 타이핑으로 왔냐 개새 끼들아 가 전자음으로 들립니다.
처음엔 많이 울었고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아니 왜. 하필이면 얘한테. 왜..
좋은 회사 잘 들어가서 이제 부장달고 처자식 커가는 모습 보면서 골프도 치고 여행도 다니고 해야하는데. 왜..
죽으려고도 해봤답니다. 능동적으로 뭘 할 수가 없어,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시선추적 타이핑으로 생명유지장치의 유지보수를 거부한다거나, 추가적인 시술을 적극 적으로 거부도 했었답니다.
어쨌든 마음 다잡고 일단 살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참 거지같네요 참
잘 모르는 놈이 쓸데없는 희망같은거 주지 않으려고, 뉴럴링크나 vr 기술같은건 말해주지도 않다가
이번엔 시선추적 타이핑 마저 속도가 너무 느려.. 야 괜찮아 뉴럴링크같은거 머리에 심으면 거의 일반인 속도로 말할 수 있대 얼마 안남았어 라고 또 쓸데없는 말을 해버리고 왔습니다
제가 미친놈 나쁜놈이지요
모르겠습니다 그저
남아있는 시간 동안에 이 빌어먹을 기술이란게 제발 조금만 더 빨리 발전해서
뇌에 칩도 꼽고 vr도 좀 쓸만하게 나와서
대화도 좀 실시간으로 해보고
카메라 들고가서 밖에 구경도 좀 시켜주고
하고싶네요..
그지같습니다
강동구생물님의 댓글
나쁜짓하면 벌받는 권선징악 같은 동화같은 이야기보다는
착하게 열심히 주변 잘 살피면서 사는 사람들이 나쁜일 더 많이 당하는 느낌...
그건 아마도 우리 주변에 나쁜놈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아서, 훨씬 많아서
확률적으로 좋은 사람들이 나쁜일을 당할 확률도 높은게 아닐까 싶네요.
우리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은 만큼
나쁜일이 있어도 그거 극복하고 더 좋은 일 일어나는 확률도 많죠.
친구분에게도 그런 좋은 일 다시 일어 날 겁니다.
글쓴 분도 용기 많이 주고 계시잖아요.
좋은 일 기적같은일 꼭 일어 날겁니다.
writer님의 댓글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일이 일어날 수 있는 케이스가 뉴럴링크같은 기술의 도입으로 커뮤니케이션만 좀 실시간에 준하게 되는건데, 그때까지 버텨야하는데..
peress님의 댓글
제가 다 슬프네요. ㅜ.ㅜ
원두콩님의 댓글
희망없는 세상에서 생의 끈을 놓치 않는 이유가 아닐까요
친구의 쾌유를 빕니다.
오리놜돠님의 댓글
스티븐 호킹박사가 그러했고 지인이 그렇게 병마와 싸우다가 별이 되었습니다.
의식과 달리 몸이 굳어버리는 병이라 안타까울 뿐입니다.
절대 치료제가 개발되었으면 합니다.
부서지는파도처럼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