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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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riter 211.♡.205.95
작성일 2024.11.1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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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고딩시절을 꽤나 붙어다녔고 졸업한 뒤에 길이 다르고 서로 바빠 한동안 못보다가, 고등학교 졸업 모임이라고 누가 뭐 만들어 연락해서 나가보니 그친구가 있어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하고 일년에 한번쯤 만나고..

또 만나면 예전처럼 서로 욕하고 거리낌 없이 대하고.. 

뭐 그렇다고 결혼식에 서로 부르거나 가족상에 문자를 돌리진 않지만 뭐 만나면 거리김은 없는 그런 관계 있잖아요. 


그런데 그녀석이 갑자기 중병으로 드러누워 모든 몸이 마비 된 채 침대에민 묶여지낸게 벌써 몇년입니다. 


갑자기 시작됐어요. 불치병이죠. 

알아도 막을 수도 없고. 막지 못한다고 죽을 수도 없고. 

정신은 온전해 가끔 일년에 한두번 병문안 가면, 힘겹게 시선추척 타이핑으로 왔냐 개새 끼들아 가 전자음으로 들립니다. 


처음엔 많이 울었고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아니 왜. 하필이면 얘한테. 왜..

좋은 회사 잘 들어가서 이제 부장달고 처자식 커가는 모습 보면서 골프도 치고 여행도 다니고 해야하는데. 왜..


죽으려고도 해봤답니다. 능동적으로 뭘 할 수가 없어,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시선추적 타이핑으로 생명유지장치의 유지보수를 거부한다거나, 추가적인 시술을 적극 적으로 거부도 했었답니다. 

어쨌든 마음 다잡고 일단 살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참 거지같네요  참  


잘 모르는 놈이 쓸데없는 희망같은거 주지 않으려고, 뉴럴링크나 vr 기술같은건 말해주지도 않다가 


이번엔 시선추적 타이핑 마저 속도가 너무 느려.. 야 괜찮아  뉴럴링크같은거 머리에 심으면 거의 일반인 속도로 말할 수 있대  얼마 안남았어  라고 또 쓸데없는 말을 해버리고 왔습니다  

제가 미친놈 나쁜놈이지요  


모르겠습니다  그저  


남아있는 시간 동안에 이 빌어먹을 기술이란게 제발 조금만 더 빨리 발전해서


뇌에 칩도 꼽고 vr도 좀 쓸만하게 나와서

대화도 좀 실시간으로 해보고 


카메라 들고가서 밖에 구경도 좀 시켜주고 


하고싶네요.. 


그지같습니다  


댓글 6 / 1 페이지

부서지는파도처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부서지는파도처럼 (110.♡.31.28)
작성일 11.10 23:15
글쓴님의 존재가 친구분께 큰 위안이 될거에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강동구생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강동구생물 (222.♡.201.132)
작성일 11.10 23:42
세상이 참 그렇더라구요.
나쁜짓하면 벌받는 권선징악 같은 동화같은 이야기보다는

착하게 열심히 주변 잘 살피면서 사는 사람들이 나쁜일 더 많이 당하는 느낌...
그건 아마도 우리 주변에 나쁜놈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아서, 훨씬 많아서
확률적으로 좋은 사람들이 나쁜일을 당할 확률도 높은게 아닐까 싶네요.

우리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은 만큼
나쁜일이 있어도 그거 극복하고 더 좋은 일 일어나는 확률도 많죠.
친구분에게도 그런 좋은 일 다시 일어 날 겁니다.

글쓴 분도 용기 많이 주고 계시잖아요.
좋은 일 기적같은일 꼭 일어 날겁니다.

writer님의 댓글

작성자 writer (211.♡.103.55)
작성일 11.10 23:52
댓글들 감사합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일이 일어날 수 있는 케이스가 뉴럴링크같은 기술의 도입으로 커뮤니케이션만 좀 실시간에 준하게 되는건데, 그때까지 버텨야하는데..

peress님의 댓글

작성자 peress (4.♡.69.113)
작성일 11.11 01:05
글쓴이 님의 존재 만으로도 친구 분께는 진짜 큰 힘이 될 겁니다. 옆에서 계속 말 동무라도 해주시고 힘을 주세요.
제가 다 슬프네요. ㅜ.ㅜ

원두콩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원두콩 (121.♡.198.152)
작성일 11.11 08:39
글쓴이 같은 친구가  있어서
희망없는 세상에서 생의 끈을 놓치 않는 이유가 아닐까요
친구의 쾌유를 빕니다.

오리놜돠님의 댓글

작성자 오리놜돠 (223.♡.212.150)
작성일 11.11 08:41
루게릭 병인 듯 하군요.
스티븐 호킹박사가 그러했고 지인이 그렇게 병마와 싸우다가 별이 되었습니다.
의식과 달리 몸이 굳어버리는 병이라 안타까울 뿐입니다.
절대 치료제가 개발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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