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성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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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 열심한 가톨릭 신자인 아내와 함께 유럽의 성모 발현지 순례를 다녀 왔습니다.
믿음이 부족한 저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는 곳이었지만 아내는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몇 달 전부터 설레임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첫 날부터 성지는 제게 힘이 들더군요.
웅장한 성당과 또 거대한 성모 발현지는 도대체 예수의 정신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또 묻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이스라엘 성지 순례에서 제가 느꼈던 것은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실 때, 제일 처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사람들도 가장 가난하고 어려웠던 목동들 앞이었고, 성모님의 발현도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소녀들과 아이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성모발현지는 마땅히 그 뜻을 기려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호텔은 천 년이 넘은 수도원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미 많은 수도원과 성당들이 클럽으로 호텔로, 커피숍으로 변하고 있다는 가이들의 설명에 가톨릭이 가고 있는 길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이런 한탄은 믿음이 부족한 사람의 변명일지 모르지만 금과 은으로 치장한 성당의 제대들을 보는 것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섰던 예수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과연 구원은 회개로 가능한 것인가?
회개가 아니라 내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는가
오늘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출근하면서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정말 단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잘 살고 있는가를 묻고 또 묻습니다.
notsun님의 댓글
성경 마태복음에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교회/성당 안에서 늘 자신이 구원 받았다고 해봤자 정작 구원해주시는 건 하나님이고, 그 뜻을 행할 때나 구원해주시는 거지,
행함없는 믿음은 위선이며, 독사의 자식들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게 사랑인데,
한국 교회는 당연하고, 온 세상에 사랑이 사라져 가고 있음이 참 한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