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단독 인터뷰] 오현규 “1년 후에는 주전 되어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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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단독] 단련된 슈퍼서브 오현규? “1년 후에는 주전 되어 있고 싶다!”
국제축구연맹(FIFA) 한국어 컨텐츠 팀은 이달 초, 중동 원정에서 14일 쿠웨이트와 19일 팔레스타인을 만나는 아시아 3차 예선 B조 5~6차전을 위한 대표팀 소집까지 일주일을 채 남겨두지 않은 오현규와 화상으로 연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헹크에서 팀 훈련을 마친 후 인터뷰에 응한 오현규는 대화 도중 3년 전 이야기가 나오자 미소를 지으며 ‘후임형’ 조규성, ‘선임형’ 오세훈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기한 경험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막 입대했을 때 룸메이트가 (오)세훈이형이었거든요. 이후 (조)규성이형하고도 대표팀 생활을 또 했었고. 이렇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좋은 스트라이커 형들하고 경쟁할 수 있는 점 자체가 저에겐 정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제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제 각자 소속팀에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폼’이라고 해야 할까요? 상황에 따라서 저희 중 한 명 폼이 올라왔을 때, 다른 한 명은 다운이 될 수도 있고, 다운됐던 사람 폼이 다시 올라왔을 때는 올라왔던 사람 폼이 내려갈 수 있는 거니까요.”
01. ‘단련된 조커’ 오현규, 슈퍼서브 역할에 능한 이유
“사실 제 축구 인생이…(웃음) 초등학교 때부터 조커가 필요할 때 제가 많이 중용됐거든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조커라는 게… 사실 마음 편하게 교체로 들어가는 건 줄 알았는데, 정말 어려운 자리거든요. 왜냐하면, 경기 템포도 따라가는 게 정말 힘들고, 텐션을 맞추는 데까지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교체로 들어가면 10분 안? 아니면 시간이 좀 있어도 30분 안에는 제가 상황을 바꿔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조커로 많이 뛰어보면서 짧은 시간에 효과를 내는 데 단련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제가 교체로 들어가도 기대받을 여지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02. ‘다른 옵션’이 되어줄 카드로 선발된 오현규, 그의 역할은?
오현규는 아시안컵 4강 탈락의 충격을 안긴 요르단을 상대로 51분 교체 출전해 한국이 아슬아슬한 1-0 리드를 잡고 있던 68분 역습 상황에서 왼쪽 측면을 파고든 후 문전을 파고들며 때린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제 상대가 1대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조금씩 라인을 올리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뒷공간을 침투해 주면서 상대에게 부담을 줄 선수가 필요했는데, 홍명보 감독님께서 저를 투입하시면서 뒷공간 활용에 대한 전략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고, 주앙(아로소) 코치님도 전술적으로 설명을 해주셨어요. 아무래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저에게 맡겨주셔서 저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오현규는 지난 월드컵에서 자신의 역할이 대표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세간의 평가에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
"아우,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말을 해주시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웃음). 대표팀 훈련은 항상 120%로 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고, 저는 어쨌든 지난 월드컵 때 부상에 대한 염려가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왜냐하면, 저는 어차피 경기를 안 나가는 상황이라서 다쳐도 사실 상관이 없는 선수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50대50 상황에서 부딪칠 때 부담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스프린트를… 나중에 경기에 뛰지를 않으니까 힘이 남아서 쓸 데가 없다 보니까! 사실 그렇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보시기에도 ‘어쩜 저렇게 미친놈처럼 뛰어다녀?’ 이렇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사실 한국에서 제가 프로 1년 차였을 때도 형들이 ‘너는 눈치를 안 본다’는 말을 해 주셨던 기억이 있는데요. 한국에서 형들한테 그런 말을 듣는다는 거는 정말… 그 어린 나이에 제가 고등학교 때 프로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말을 들었다는 건 칭찬 아닌 칭찬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웃음). 그런 성향 덕분에 제가 유럽에 나와서 이렇게 적응을 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는 것 같습니다.”
03. 오현규가 유럽에서 만나본 가장 강력한 수비수는?
그렇다면 오현규가 지난 2년간 유럽 무대와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만나본 가장 강력한 수비수는 누구였을까? 그는 의외로 지난 시즌까지 자신의 팀동료였던 셀틱 수비수이자 미국 국가대표 캐머런 카터비커스(26)를 꼽았다.
“경기를 뛰면서 상대에 대한 의식을 많이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실제 경기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건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셀틱에 있을 때 이제 카터비커스라는 미국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랑 연습 경기 중에 한 번 부딪쳤는데 안 움직이는 거예요. 정말 세게 부딪쳤는데… 아,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 정도로 힘이 세고 영리한 선수는 아직까지 못 본 것 같아요. 몸이… 안 움직입니다 정말.”
04. 젊은 선수 육성 탁월한 벨기에 주필러 리그, 오현규에게는 어떤 무대?
"사실 헹크가 어린 선수를 특별하게, 관리를 독특하게 한다기보다는 팀 자체에 워낙 어린 선수들이 많아요. 15~16세부터 벨기에 2부 리그나 1부 팀 2군에서 경기를 뛰면서 올라오는 선수들이 지금 우리 팀에서 훈련도 같이하고, 경기도 같이 뛰는데요. 이 선수들을 보면 정말 놀라워요. 그 나이에… 저도 어린 나이에 프로로 갔지만, 이 선수들은 그때 저보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 유럽에서 겁 없이 도전하고, 겁 없이 돌파하고, 피니싱하는 거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린 선수들이 자신 있게 하는 환경이 성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05. 어린 손흥민을 조련한 토어스텐 핑크 감독 만난 오현규
“핑크 감독님이 흥민이형 함부르크 시절 감독님이셨는데 그 시절 형이 되게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셨죠. 핑크 감독님이 흥민이형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한국인에 대한 좋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도 이 팀을 선택하는데 더 수월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반대로 감독님이 한국 선수에 대해 그런 좋은 기억이 있다 보니까 저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셀틱과는 다르게 훈련 시간을 길게 가지고 가는데요. 셀틱에서는 훈련이 굵고 짧았다면, 여기는 좀 굵고 길다는 느낌? 핑크 감독님은 제가 지금까지 했던 감독님들과 다르게 조금 더 따뜻한 소통을 많이 하시는 것 같고요. 감독님과 소통이 있다 보니까 서로 오해할 만한 상황도 거의 없고, 훈련 때나 축구 외적으로나 되게 열정적이세요. 핑크 감독님과 되게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06. ‘훈련생’으로 경험한 지난 월드컵, 오현규에게 2026 월드컵이란?
“홍명보 감독님이 현역 시절 수비수 출신이라서 제가 처음 느꼈을 때는 수비나 밸런스를 우선으로 여기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축구가 모든 면에서 공격적이었어요. 전술적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전략에 대해 더 저희에게 더 강조를 해주셨거든요. 의외로 되게 공격적인 전술 운영을 하셔서 좀 놀랐던 거 같고요. 저도 아직 한 번밖에 경험을 안 해봐서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제가 느끼는 정말 카리스마가 있으시고요. 훈련 중 선수들을 되게 집중시키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고, 몰입감을 유지해주셔서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걸 더 잘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날 오현규와의 대화는 기자가 지난해 그를 인터뷰한 후 약 1년 반 만에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에게 만약 1년 후 기자를 다시 만나 또 단독 인터뷰에 응하게 된다면, 그때는 월드컵까지 약 6개월밖에 남지 않는 시점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줬다. 그러자 오현규는 1년이 지난 시점에는 ‘슈퍼서브’가 아닌 명실상부 ‘국가대표 주전 스트라이커’가 되어 있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헹크에서 올 시즌 리그 우승을 한다면, 1년 후에는 다시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는 상황이겠네요. 내년에는 팀에서 매 경기 선발로 나갈 수 있는 주축 선수가 된다면 더 좋은 상황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대표팀에서도 더 저의 자리나 입지를 더 넓혀서 대표팀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제 ‘누가 주전 스트라이커야?’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저의 이름이 그냥 나올 수 있게 준비를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한만성 인터뷰 = 한만성, 서보원 사진 = G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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