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대한 공감되는 표현.
알림
|
페이지 정보
작성일
2024.11.14 16:19
본문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는 에세이집을 보면 참 글을 맛깔나게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글의 구성부터 글타래를 풀어가는 솜씨 그리고 글을 통해 뿜어져나오는 감수성의 깊이가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읽다가 아! 하고 탄성이 나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좀 특이한게 페이지를 먹인 숫자가 없습니다. 왠지 그런것도 맘에 드네요.
---------------
운동화 할머니 中
사나흘 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노인의 집으로 향했다. 목적이 있는 방문은 아니었다. 그냥 한번쯤 가보고 싶었다. 할머니의 집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공터가 돼버린 황량한 공간 앞에서 나는 노인이 정말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나는 한참을 공터 앞에 서 있다 돌아왔다. 나는 한동안 그때의 감정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정체를 깨달았다. 시력을 잃고, 엄마를 잃고, 사랑하는 이를 잃고, 고향을 잃고서야 알았다.
그건 죽은 자를 위한 연민이었고, 산 자가 짊어지고 갈 공허함이었다.
---------------
이 구절을 읽다가 문득 노무현, 박원순 같은 분들을 잃었을 때의 느낀 감정이 이런것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누군가 우리의 곁을 떠나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더이상 그게 누군가의 폭력과 증오로 그리 되는 세상만은 힘닿는 한 막고 싶어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