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프카의 심판(The Trial,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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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심판(The Trial, 1993)
비디오테잎 대여 가게들의 무한 경쟁으로
무척 저렴해진 대여 비용에
몇 개의 영화를 빌려서 집에서 편하게 보던 시절,
줄거리와 내용,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이 영화를 켰습니다.
"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하려던 주인공 요제프 K.는
급작스레 강력한 법률의 굴레에 끼이게 된다.
그를 별로 구속하려 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자유롭게 풀어주지도 않는 이상한 감시인들도 덤으로 함께다.
이 법이 누구에 의해 제정되었는지,
법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K.는 단지 법원이 그를 기소했다는 것만 통보받았을 뿐
그 이유에 대해선 알 길이 없다.
K.는 심리에 참여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에 가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그곳엔 무능한 법관과
무슨 말을 하든 웃어 제끼기만 하는 이상한 관중들뿐
그의 노력은 전혀 소용이 없다.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어느 변호사를 소개받기도 하지만
그 변호사가 하는 일이라곤 가끔씩 아부성 조서를 써대는 것밖에 없는 데다
다른 피고들이 그 앞에서 설설 기는 모습에 질린 K.는
변호사와의 관계도 끊어 버리고 만다.
주변인들은
그의 패소가 확정적인 것처럼 말하고
K.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은 없다.
결국 1년간의 소송 끝에 그의 유죄가 확정되고
어느 날 저녁 아홉 시,
두 명의 남자가 그를 유인해 끌고 간 뒤
교외 채석장에서
그의 가슴을 칼로 찌르고 두 번 돌려 사형을 집행한다.
마지막 유언으로 "개같군!"하고 외친다. "
'음?
저 사람.. 뭔가 죄를 지은 것 같군.
뭐지?
도대체.. 무슨.. '
의문에 의문,
도무지 풀리지 않은 실타래를 붙잡고
끙끙거리다가 숨이 막혀버리는 것 같은 이 '미친 영화'는 뭔가요.
'관전자'로 바라보다가,
어느새 '주인공'으로 이입되어 마지막 숨이 끊기는 그 순간까지 보고는,
'이 xx x x같은' 이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합니다.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끝나버리는 영화.
하..
'이 xx xx.'
영화에서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누구의 누구를 소개 받고,
또, 그 누구의 누구를 소개 받아서,
자신의 재판에 도움이 될까 싶어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오랜 동안 문이 열리지 않은 문 앞에 문지기가 있다.
그 문지기 앞에서 기다린다.
그 문이 열려야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 문을 바라보다가,
시간이 한 참 흐르고 나니 그 문지기를 바라본다.
그 문지기를 바라보다가,
시간이 한 참 흐르고 나니 그 문지기가 걸친 옷을 본다.
그 털 옷.
털 옷을 한 참을 바라보니,
털 옷의 털 사이에 어떤 곤충 한 마리가 보인다.
그 곤충을 본다.
한 참을 그 곤충을 본다.
그래서?
그 문은 열리지 않는다.
언제 열렸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고,
과연 앞으로 열릴 것인지도 기약도 없다.
그냥 문이 있고,
그 문 앞에 문지기가 있고,
그 문지기의 털 옷에 곤충이 있다.
하..
이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답답하신가요?
영화가 계속 이렇게 진행되다가.. 주인공이 죽습니다.
마지막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왜 죽는 지 몰라요.
무슨 죄를 저질렀다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냥 죽게 됩니다.
오늘,
대한민국 정치인 이재명의 부인에 대한
1심 판결을 보니,
이 영화가 떠오릅니다.
'이런 XX.'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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