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윤석열에 동조하는 사람이 암암리에 있는가? 막스 베버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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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2024.11.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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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겨레 이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 [유레카] ‘국민에 책임을 진다’…이태원 참사, 헌법 잊은 관료주의​>


윤석열은 1950년대 이래 가장 특이한 형태의 권력을 가진 지배자입니다.


막스 베버는 권력이 폭력(또는 강제력)과 권위(또는 정당성)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며, 그 중에서 권위가 상실된 권력은 결국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럼 권위가 권력의 중요 요소일진데, 막스 베버에 따르면 이는 3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첫째는 카리스마적 권위, 둘째는 전통주의적 권위, 셋째는 법적 권한적 권위입니다. 카리스마적 권위는 신이 하사한 것 같은 독특한 재능, 아우라를 통해 얻는 권위입니다. 이런 타입의 권위를 가진 사람은 박정희(빌런이긴 하지만), 반대편에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영웅적인 존재죠. 전통주의적 권위는 혈통과 같은 것을 통해 얻는 권위입니다. 이런 타입의 권위를 가진 사람은 박근혜죠. 본인 스스로의 아우라는 부족하지만 일단 혈통이 사람들에게 권위를 가져옵니다.


마지막으로 법적 권한적 권위는 정말 한국 현대사에서 찾기 힘든 존재였습니다. 이런 권위는 개인적 카리스마도 없고, 그냥 법적인 권한만 가지고 있어서 지지율도 형편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나약해서 그 정권이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류로는 윤보선, 장면과 같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는 마지막에 윤석열도 들어갑니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에서 어쩌면 되게 유니크한 존재에요.


(참고로, 막스 베버의 개념들은 다 이념형이라 현실과 다 들어맞진 않습니다. 유용하니깐 쓰는 툴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이걸 설명하려면 깊게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들먹여야 합니다. 하...)


암튼, 윤석열의 집권이 저 처참한 지지율에도 유지되는 것은 한국 현대사에서는 정말 독특한 일입니다. 이런 정부가 오래 유지될 수 없습니다. 박근혜 말보다도 형편없는 지지율과 말도 안되는 정책과 온갖 실정에도 유지된다는 것은 본래라면 있을 수 없지요. 그런데도 저항은 박근혜때보다 크지 않습니다. 온갖 입막음도 당연하다듯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느냐. 이것은 막스 베버 당시처럼 오늘날 한국도 관료제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진행되었고, 수능 점수,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줄세우기와, 고시를 정점으로 한 줄세우기가 당연한 거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막스 베버에 따르면 관료제의 개념을 가져오는 요소는 분업화된 전문화, 위계서열 엄격, 문서주의, 연공서열과 능력에 의한 승진 등인데, 한국은 이런 고전적인 관료제 개념에 아주 잘 부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검찰은 이런 고전적 관료체제 그 자체죠. 그 수장이었던 사람이 수많은 지지를 확보하고 제대로된 선거 활동도 없이 뽑히는 것을 보고, 정말 한국이 위험하다, 대중민주주의가 관료제로 파괴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비슷한 이회창이란 정치인이 대통령이 못 되었던 나라죠. 그러니 윤석열은 정말 기묘한 현상인 겁니다.


한국에서 이 관료제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지난 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건에서 공기업 준비 학생들이 보여준 것처럼, 오히려 관료제의 틀을 벗어나는 이들에 대해 공격을 어마어마하게 하죠. 


이 관료제에 물들어 있을수록, 그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윤가에 대한 입막음을 강요하는 일이 많습니다. 오히려 이 윤가를 지지하도록, 그 부패상이 드러나도 더 큰 목소리로 떠들어댑니다. 윤가는 이 관료제의 수장이자, 아이콘이자, 자신의 미래니 말입니다.


저는 매우 두려운 게, 이런 모습이 히틀러가 스멀스멀 집권으로 나아가는 시기의 독일과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비관적으로 바라보던 현대의 가장 큰 병폐와도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관료제라는 부분에 비판정신을 갖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올 겁니다. 윤석열 자리를 한동훈이 노리고 있는데, 이 부분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겁니다.


우리가 관료제가 진리라는 이 우물을 깨뜨리거나 탈출하지 않는다면, 솥에 삶아지는 개구리 마냥 한국사 최대의 퇴보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댓글 11 / 1 페이지

ㅋㅋㅋ님의 댓글

작성자 ㅋㅋㅋ (106.♡.137.46)
작성일 11.19 13:57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그나마 공정해보이는 능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FV4030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11.19 14:00
@ㅋㅋㅋ님에게 답글 능력주의조차 아주 협소한 관료제적 능력주의지요. 정성적인 게 아니라, 정량적이어야 하고, 채점이 가능한 게 아니고선 용납이 안 되는 능력주의입니다. 정확히는 능력주의의 탈을 쓴 부패한 탐관오리들의 관료제 놀이라 보시면 됩니다.

ㅋㅋㅋ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ㅋㅋㅋ (106.♡.130.88)
작성일 11.19 14:02
@FV4030님에게 답글 그렇게 볼수도 있겠네요.

luq.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luq. (218.♡.215.30)
작성일 11.19 14:04
윤이 특히 유니크 해보이는 부분은 지금까지 한국 정치인 딱지 붙은 사람은 최소한 지지율과 여론 눈치는 살피는 사람들이었는데 이 양반은 아닌 점이라고 봅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처음 보는 정치인상이고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됐고 그런 사람이 하는 국정 난장판도 처음 보는 현상인 거죠. 그러니 벙 쪄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어요. 그 사이에 이래도 되는 거였네 하는 사람도 있고.

FV4030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11.19 14:09
@luq.님에게 답글 벙찐 사람도 있고, 암암리에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특히 엘리트층 중 많은 이가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면 막스 베버식 분석도 현상의 일부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해봅니다.

국수나냉면님의 댓글

작성자 국수나냉면 (112.♡.224.214)
작성일 11.19 14:17
김대중 노무현은 날개를 줬는데 관료들은 간을 키웠죠. 간이 배밖에 나온 민주주의 기생충이 숙주를 지배하는 형국이네요.

FV4030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11.19 14:24
@국수나냉면님에게 답글 대한민국의 관료들은 결코 민주적인 적이 없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생충이라기보다 한국 현대사의 암적 요소가 다시 민주주의를 먹어삼키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문제는 대중들이 관료제의 자발적 노예가 되거나 저항을 못한다는 거겠죠. 알렉시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보다 보면 이 관료제를 상쇄시킬 뭔가가 필요함을 느끼는데, 한국은 그 뭔가가 약한데다가 붕괴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혜아범님의 댓글

작성자 지혜아범 (220.♡.197.160)
작성일 11.19 14:26
자기 이익을 지키기에 최적의 방패막이라 생각하고 이용하는 것이겠죠

FV4030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11.19 14:33
@지혜아범님에게 답글 그 이익이라는 것도 관료제적 이익입니다. 관료제 특징이 지대 추구 행위죠. 고전경제학에서 강조하는 시장적 이익은 아니지요. 부동산에 쏠려버린 작금의 문제도 이 관료제와 엮어 있습니다.

heltant79님의 댓글

작성자 heltant79 (61.♡.152.209)
작성일 11.19 14:40
한국의 중앙집권적 관료제는 전근대부터 고도로 발전되어 왔고, 오늘날 관료조직의 상당 부분이 당시 관료제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과거제 도입 이후 출세의 유일한 통로가 과거를 통한 관료 조직 입성이었기 때문에, 우리 관념 속에서 관료제의 비중이 생각보다 큽니다.
관료조직을 시민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보는 게 아니라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진영을 막론하고 이 관료제를 혁파하자고 하면 머릿속에서 제동이 걸리는 일이 많습니다.

FV4030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V4030 (210.♡.27.130)
작성일 11.19 14:58
@heltant79님에게 답글 딱 맞진 않습니다만.. 한국의 전근대 관료제는 혈통과 지연 등과 엮인 전통주의적 권위에 많이 기반해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의 현대 관료제는 혈통, 지연 같은 전통주의적 권위를 넘다 못해 오히려 피통치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당성을 무시한 형태로 강압적으로 강제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에서 이런 관료제에 대한 저항이 종종 발생했고, 관료제에 기초한 권력은 매우 약한 권력이 되곤 해왔는데...

윤석열이 당선되는 것을 보고는 이제 관료제화의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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