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2찍 후배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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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낸지 15년쯤 되는 후배가 있습니다
일하며 알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일을 그만두고 귀향해서 같이 일한건 1년도 채 안됩니다
그 후로 실제로 얼굴을 본건 딱 한번 뿐이구요
근데 제가 딱히 잘해준 것도 없는것 같은데
때 되면 꼭 안부 전화에, 좋은 일 있으면 연락해서 축하해주고
오늘도 날 추워져서 괜찮으시냐고 전화하는 고마운 후뱁니다
이 친구와 그간 정치 얘기를 길게 한 적은 없는데
사는 얘기 하다가 가볍게 나온 얘기들이나 평소의 언행으로 보아 2찍 할 친구는 아닙니다
근데 예비 2찍이라고 한 이유는 오늘 대화 중 나온 얘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가 창원에 사는데 요즘 핫한 동네라
동네에 별일 없냐는 농담조로 시작해서 얘기를 나누다가 후배가 그러더군요
“저는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누가 나오든 안 찍을라구요”
순간 머리속이 혼란하더군요
이 친구가 2찍은 아닐텐데... 2찍이면 사람 취급 안 할건데...
이놈이랑 이제 인연을 끊어야 하나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이 오가다가 일단 얘기를 좀 들어보자 싶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자기는 문재인 찍었는데
공산주의처럼 근로자들한테 세금 많이 받아다 다 잘먹고 잘 살자고 복지로 퍼주고
자기가 처음에 *억짜리 집 사서 *억, *억 넓히며 옮겼는데
*억짜리 집으로 이사가려니 세금을 *천 내라더라
세금으로 *천 내느니 그냥 살던 집 살지
‘공산주의’란 단어부터 열이 확 받았는데 회생(?) 가능한 친구인걸 알기에
욱하지 말자, 한숨쉬지 말자 두가지를 결심하고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공산주의가 다 잘 먹고 잘 살자는거면 북한은 다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데 그러냐
복지가 100만원 버는 사람한테 50만원 뜯어다 10만원 버는 사람한테 40만원 주고
너네 똑같이 살아라 하는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에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해주자는 거다
근로자들 세금 적진 않지만 그걸로만 복지 하는거 아니다
그 사람들도 세금 내면서 산다, 당장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만 사 먹어도 세금 낸다
너 그렇게 집 옮기면서 순수하게 니가 번 돈으로만 비싼 집으로 이사간거냐
니가 샀을때보다 집값 올랐지 않냐
그거 니가 노력해서 오른거 아니지 않냐 (“그쵸, 불로소득이죠...”)
이런 저런 얘기하며 제가 아는 한으로 설명해줬습니다
말 안 통하는 친구도 아니고 멍청한 친구도 아니고
대부분 이해하고 수긍하더군요
그리고 윤석열 매우 싫어하네요 ㅋ
이재명 찍었는데 윤석열이 돼서 실망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안 찍는다더니 왜 이재명 찍었냐고 하니까
“이재명이 똑똑하잖아요, 경기도 하는거 보니까 일도 잘 할것 같고”
윤석열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며 다음 대선 얘기를 하는데
검찰이 이재명 다음 대선 못 나오게 하려는거 아니냐며
선배는 이재명 찍을거냐고
자기는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진거 같다고
(이눔시키, 너 정체가 뭐냐 -_- 이랬다저랬다 뭔데 -_-)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진데 왜 국힘이냐
여기나 저기나 똑같으니까 민주당 찍을래 라고 하는 사람 한명도 못 봤다
그거 다 정치 모르면서 모른다고 말하기 쪽팔리니까,
아니면 국힘인데 국힘이라고 말하기 쪽팔리니까 그렇게 말하는거다
라고 하니 매우 공감하더군요
여튼 이 친구의 민주당에 대한 미움의 역사가 좀 길긴한데
이 친구가 제일 존경하는 대통령이 노무현대통령입니다
근데 탄핵소추 사건때 민주당이 찬성한거에 큰 배신감이 있더군요
그래서 뭐 민주당이라고 모두가 깨끗한건 아니고
같은 민주당이라고 모두 한 마음일 순 없으며
그 원흉은 수박들이고 당원들이 열심히 청산중이고.. 등등 설명을 또 해줬네요
중간에 이준석 얘기도 하길래
(한숨 쉬지 말자던 결심이 여기서 무너졌습니다...)
펨코 얘기를 하려는데 이 친구가 커뮤니티를 안해서 펨코, 엠팍 뭐 이런거 전혀 모르더군요
다행히(?) 일베는 알길래
일베 같은 애들 모여있는 펨코라고 있는데 펨코의 왕이 이준석이야
“와- 미친놈이네예, 근데 걔 똑똑하지 않아요? 하버드 나오고”
야, 윤석열도 서울대 법대 나오고 사시 합격했어
“아...”
라고 쉽게 정리되었습니다 ㅋ
선배는 어떻게 그렇게 다 알아요? 하길래
일단 뉴스공장이나 내그알 같은거 보라고 추천해줬습니다
이 친구가 예전에 뉴스공장도 열심히 들었더라구요
그러다 누구 때문에 안 듣게 됐는데
그건 공감가는 바가 있어서 맞장구 좀 쳐주고
제가 보는거 몇개 알려줬습니다
이 친구랑 얘기하다보니 저도 참 아는게 별로 없더라구요
이게 그냥 얘기 듣고 공감하고 내가 아는건 다른 문제고
이걸로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보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ㅠㅠ
“앞으로 대선, 총선때 선배님한테 전화해서 의견을 듣고 투표해야겠습니다”
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이놈이 행여 다른 생각 못하게
준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ㅎㅎ
Leslie님의 댓글의 댓글
Leslie님의 댓글의 댓글
Java님의 댓글
그 정도 설명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고 스스로 확신하고 돌아오지 못하면(대부분 못 돌아옵디다)
끝은 정해져 있더라고요.
Leslie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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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님의 댓글
저도 보수 선배님 만나면 정치애기 맞춰줍니다
물론 그분은 제가 1찍인거 압니다
후배분은 많이 맞춰준거 같네요
고치리전파사님의 댓글
꼭 후배같은 사람들에 의해 정치 지형이 결정난다는 거죠.
아쉽고 힘들더라도.... 어떻하든 설득해서 1표라도 확보해 놓는게 중요하지 않을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Leslie님의 댓글의 댓글
kikki님의 댓글
지금 같이 일하는 사장도 민주당하다가 2찍된이유가 자기 가게하려고 대출하려고 했는데 문통때문에 대출규제 걸려 빡쳐서 2찍됐다고..
바보인증하는데 논리비약에 자기중심적이라 되도록 말 안섞습니다. 2찍은 아는게 없어요
Leslie님의 댓글의 댓글
풍압님의 댓글
(저 개인적으로는 그 결정을 그닥 탐탁치않게 생각하지만, 그 친구 밭갈이(?)에는 이만한 떡밥도 없을 듯합니다.)
밤의테라스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