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 한 곡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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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서식하고 있는곳은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비가 내리는 곳이 많다고 하여, 한 곡 추천해 드립니다.
날씨랑 은근 잘 어울립니다.
시간 되시면 들어보세요!
이 곡은 푸쉬긴 (Alexander Pushkin)의 소설 벨칸 이야기 (The Tales of the Late Ivan Petrovich Belkin)중 2번째 작품인 눈보라 (The Blizzard or The Snow Storm)를 1964년 블라디미르 바소프 (Vladimir Basov)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서 스비리도프 (Georgy Sviridov)가 작곡한 9개의 소품중 4번째 곡입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영화이고 또한 DVD로도 출시가 되지 않아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자료는 찾지 못했으나 다행히 이 소설의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한 글이 있어 여기 부분 발췌해 소개합니다.
① 1811년 말 네나라도보 마을에 가브릴라 가브릴로비치라는 착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마리야 가브릴로브나’ 라는 아름다운 17살 딸이 있었습니다.
② 지참금은 많아, 이뻐~, 어려. 이런 최고의 신붓감 마리야는 갑자기 가난한 장교 블라지미르와 사랑에 빠집니다. 마리야의 부모는 그들의 결혼에 반대합니다.
③ 부모님의 반대에 직면하자 젊은 연인들은 야반도주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하필 그 날 눈보라가 심하게 치는군요.
④ 그런데 그 다음 날 마리야는 부모 집에 있군요. 이후 마리야는 심한 열병에 걸려 헛소리를 늘어놓습니다. 그러다 블라지미르를 사랑하고 있음이 들통납니다.
⑤ 마리야의 부모는 블라지미르에게 편지를 보내 사랑을 허락합니다. 그런데 블라지미르는 사랑을 거부하고 군대에 복귀합니다. 그리고는 전쟁이 발발합니다.
⑥ 조국전쟁(1812-1815) 기간 중 전사자 명단에서 블라지미르를 발견한 마리야는 기절합니다. 그러자 부모는 딸의 충격을 줄어주고자 다른 마을로 이사합니다.
⑦ 당연히 이사한 마을의 젊은 남자들은 모두 마리야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그런데 마리야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군요.
⑧ 전쟁이 끝나 장교들이 마을로 복귀합니다. 그 중에 부르민이라는 육군대령이 있습니다.
⑨ 마리야와 부르민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부르민이 거부하는군요. 왜 그러는 걸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부르민은 고백합니다. 마리야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누군지 모릅니다. 어느 눈보라가 치던 날, 장난으로 결혼식을 올렸어요. 그리고는 도망쳤어요. 그러자 마리야가 말합니다.
그게 저예요.
이 작품의 가장 위대한 측면은 시간의 뒤틀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놀라운 기법이었습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갖는 눈보라의 생명력은 바로 반전입니다. ⑨번에 있는 부르민의 고백과 그 대상이 마리야라고 밝혀지는 부분이 없다면, 눈보라는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을 겁니다. 아주 밋밋한 그저 그런 이야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눈보라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두 번째 부분은 ⑨의 사건이 실제로는 ③번 날 밤에 일어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눈보라가 하염없이 몰아치면서 인간이 단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때의 상황이 가리고 있었던 내용이 바로 ⑨번의 고백입니다. 사건의 속내를 늦추기, 그리하여 위대한 반전을 나타내기, 역시 푸쉬킨입니다. 지금은 간단히 보이는 이 기법은 당시로는 혁신적이었습니다. 궁금하시면 푸쉬킨 이전 최고의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카람진의 가엾은 리자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김은희 교수의 러시아 문학 이야기 3. 눈보라(Метель) 아비투스와 슈제트"에서 부분 발췌한 내용입니다..
heyjoy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