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라는 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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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회사의 부장으로 있습니다.
사업개발실에서 조직장으로 몇년 지내다 영혼이 탈곡되서 GG 치고 한가한 부서에 내려와 작은 조직을 맡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갑자기 우리 부서로 사람을 둘 준다고 하더군요. 사실 사람 필요 없는데 아시죠?
"어이구... 바쁜데 마침 고맙습니다!" <--- 허걱.
사람 둘 늘어나면 정기면담에 인사기록 정리에 고과에 등급 하소연에 진급 싸움에...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
한 사람은 그냥 순딩순딩. 아주 무난한 타입. 말수 적고 시키는 건 잘하고. 단지 "시키는 것만" 하고.
충분 합니다. 그 정도면 오히려 베리굿이죠.
다른 한 사람은 상무님이 미리 경고를 주시네요. "잘 쓰면 명검. 못 쓰면 망나니 칼!"
들어오자마자 그냥 쏟아내내요. 뭐가 잘못됐다, 조직장인 니 역할은 뭐냐 (참고로 그분 과장 2년차... 저는
부장 8년차...) 넌 뭔데 일을 안하냐. 난 이런식으로 일처리 안한다.....
본인도 그런 스타일을 아는지 "난 솔직해서 빙 둘어 말을 못한다."
딱 철벽을 치네요.
그러니 제가 서먹서먹 합니다. 저는 좀 둘러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먼저 남의 기분을 살피는.
어떤 말을 해도 "그래서 부장님이 잘못한거 아니냐.", "부장님 맘대로 한거 아니냐." 로 결론이 나버리니 말을 섞기가 껄끄럽습니다.
제가 이 부서 만들 때 초기 멤버인 다른 직원과 좀 말이 잘 통하기도 하고 바로 책상 건너라서 스몰토크를 약간 하긴하는데 위에서 절 부릅니다.
"X부장이 박사 연구원들 하고만 예기하고 석사 연구원은 차별한다."
넹?!
저도 박사이긴 하지만 여지껏 사업부에서만 굴러서 그런 마인드는 일체 없거든요.
당연히 원천은 그 직원이고 또 거르지 않고 이사람, 저사람에게 다이렉트로 말한 모양입니다. 그 때문에 원래 있던 조직에서 내쳐져서 비교적 신설 부서인 우리쪽으로 온건데 그냥 주위에서 오냐오냐 해주니 자신의 싸가지 없는 표현을 "솔직함" 이라고 그냥 무장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또 표현이 가관입니다.
"나는 사람에게 맘속으로 3번 기회를 준다. 거기서 아웃되면 말 안 섞는다."
그걸 자기 조직장인 내 앞에서 합니다. 더 이상 긴 말 안하겠습니다.
제가 채널 A 를 비롯 종편은 JTBC 빼고 절대 안보는데 오은영 박사 금쪽 상담소에 탈렌트 이상아 편이 볼만해다 해서 그 부분만 봤습니다.
딱 찝더군요.
"솔직한 것과 무례함의 차이"
솔직함안에 숨겨진 무례함이라는 가시.
그게 저를 찔렀던 것이더군요.
다시 말해 싸가지가 없다는 건데.
아마 제가 그걸 지적하고 그건 솔직한게 아니고 무례한 거다 라고 말하는 순간 아마도 더한 맹폭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만히 둡니다.
경험상 못고칩니다. 아니, 오은영 박사를 앞에 둬도 아마 똑같을 겁니다.
본인이 여장부라는 자만감. 난 이렇게 똑 부러지게 일을 꼼꼼히 잘하는데 그걸 인정 안 해주는 윗사람들에 대한 분노감. 여자라서 손해보는 거라고 더더 강해지는 일면이 안타깝습니다.
다만 내성적인 저로선 감당이 안되 기회가 되면 딴쪽으로 보낼 생각 입니다.
솔직함과 싸가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같이 일하기 힘듭니다. 또 쓸데없는 원리원칙 주의까지 철저해서 본인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가차 없기 때문에 일이 더 늘어납니다.
어제 괜히 것 땜에 술한잔 했더니 머리가 아직도 알딸딸 하네요.
포도튀김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