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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주의의 함정: 공정하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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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orolla19 182.♡.244.97
작성일 2024.12.02 17:34
91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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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읽고 저도 쫌 감성적이 되어 글 좀 써봤습니다. 글 아주 깁니다.

왜 사회가 이렇게 피곤하게 됐는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긴 하네요. (물론 윤석열 국힘당 때문에 피곤해진 게 1차 원인)


A.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 문장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처럼 보이지만, 위험한 함정을 품고 있습니다. 이 말은, 성공을 "네 노력 덕분"으로 돌리고, 실패를 "네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치부해 버립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성공과 실패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으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노력의 결과를 좌우하는 사회적 구조와 환경은 종종 간과됩니다.

B. 소년급제와 생존의 경계

현대 한국 사회는 두 가지 방식으로 노력이 드러납니다.

  1. 소년급제: 청소년기부터 모든 에너지를 공부에 집중하여 명문대에 진학하고,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들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소수의 길입니다.
  2. 생존적 노력: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혹은 공부를 할 기회조차 없었기에,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다수의 길입니다.

두 집단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노력의 결과는 극명히 다릅니다. 첫 번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으로 인정받고, 때로는 젊은 날의 노력만으로 평생 안정적인 삶을 이어갑니다. 반면, 생존적 노력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아무리 평생 노력해도 초기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 비해 같은 수준의 안정이나 지위를 얻기 어렵습니다.

C. 노력과 성공의 비례 관계에 대한 의심

노력과 성공이 비례한다는 믿음은 현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통념입니다. 그러나 이 믿음이 실질적으로 성립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노력의 정의와 정량화: 무엇이 노력을 구성하는지 명확히 정의되고, 그것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성공의 정의와 정량화: 성공이 무엇인지 공통된 기준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기회의 공평성: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출발선과 조건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현실은 어떤가요?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이 세 가지 조건 중 그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 노력의 정의는 주관적입니다. 입시와 고시에 몰두한 시간만을 노력으로 인정하고, 생존을 위해 일하며 쏟아낸 긴 시간은 평가 절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성공의 기준 또한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명문대 진학과 고소득 직업,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성공의 척도로 삼기도 하지만, 건강한 신체와 가정의 행복을 성공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3.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는 기회의 평등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경제적 배경, 지역, 가정 환경, 입시 등 구조적 불평등이 개인의 노력과 성공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다르게 만듭니다.

결국, 노력과 성공이 비례한다는 믿음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단순히 유사 과학에 불과합니다. 이 믿음은 마치 정답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노력과 성공 사이의 상관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미신에 불과합니다.

D. 노력에 가려진 구조적 불평등과 사회적 책임

한국 사회는 "노력 = 성공"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앞세워 개인의 성취를 평가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구조적 불평등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 공식은 노력의 결과를 사회 구조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다양한 문제를 은폐합니다.

  1. 기회의 불평등: 명문대, 대기업, 전문직 종사자들의 성공은 그들이 더 많은 자원과 기회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반면, 생존적 노력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출발선 자체가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 기회, 가정 배경, 지역 격차, 정보 접근성 등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섭니다.
  2. 구조적 안정의 부재: 생존적 노력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평생 노력해도 동일한 수준의 성공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입니다. 안정된 직업, 의료, 주거와 같은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약하기 때문에, 이들의 노력은 생존을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사회적 책임의 부재: 사회는 노력의 결과만을 강조하며,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요인을 외면합니다. 동일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했더라도, 환경과 조건에 따라 결과는 극명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를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는 자신의 책임을 재조명해야 합니다.

  1. 기회의 재분배: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교육, 의료, 주거와 같은 기본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2. 안전망 강화: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구조적 실패를 완화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3. 노력 중심에서 구조 중심으로: "노력했느냐"를 묻기 전에 "노력할 환경을 제공했느냐"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사회가 개인의 노력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공정한 환경 조성과 책임 분배에 집중할 때, 노력과 성공의 관계는 보다 정의롭게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이러한 방향성과는 거리가 먼 현실입니다.

E. 미국 민주당은 왜 실패했나

오바마 행정부는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재구축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8년간의 정책들은 현실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이상적인 신념을 강조하는데 그쳤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노동자들은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자신들이 쌓아온 기술과 경험이 무가치해지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이들이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보다 노력을 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노력을 덜 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불가항력적으로 경제의 주변부로 밀려나야 했습니다. 반면, 실리콘밸리와 동부의 엘리트층은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제의 혜택을 독점하며 더욱 번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성장은 소수의 아이비 플러스 출신 엘리트들에게만 혜택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평범한 노동자 계층이 체감한 것은 고용 불안과 지역사회의 붕괴였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민주당이 약속했던 "모두를 위한 번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러한 실망감 속에서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포퓰리즘에 끌렸습니다. 그는 엘리트들이 간과했던 분노를 직접적으로 대변하며, 과거의 안정된 경제와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겠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민주당이 노력의 가치만을 강조하며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사이, 트럼프는 불만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얻어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이클 샌델이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분석한 미국 민주당의 실패 원인입니다. 미국 민주당은 공정성과 기회 평등을 말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엘리트주의에 의존한 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심화시켰습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표면적인 노력만을 강조하는 정책이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F. 결론: 노력의 재정의와 구조적 변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더 이상 오늘날의 복잡한 현실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노력은 분명히 개인의 의지와 선택에서 비롯되지만, 성공은 그것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회적 구조와 기회의 산물입니다.

사회는 이제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기회를 공평하게 재분배하고,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강화하며, 모든 이가 노력의 결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공정한 사회를 넘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결국, 진정한 사회적 변화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집단적 의지에서 시작됩니다. "노력"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려면, 사회가 스스로의 역할을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글 좀 더 많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프링 리액트 개발만 하다, 디아블로2 디아블로4 플레이하다, 오랫만에 글 좀 쓰려니 어렵네요.

댓글 12 / 1 페이지

히어로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히어로즈 (14.♡.239.138)
작성일 12.02 17:48
저도 읽었던 책이네요. 영문판도 있는데,  두개를 같이 비교하먀 읽어보면 이해하기가 더 쉬운 부분들도 있습니다.

Corolla19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Corolla19 (125.♡.236.46)
작성일 12.02 17:49
@히어로즈님에게 답글 네. 샌델 책 중에서 아마 가장 잘 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주난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우주난민 (89.♡.101.19)
작성일 12.02 17:51
일베나 2대남들이 외치는 공정은 저정도도 아니고... 내가 못받을거 같으면 차라리 그 누구한테도 혜택이나 복지를 주지 말라는 수준이죠...

Corolla19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Corolla19 (125.♡.236.46)
작성일 12.02 17:56
@우주난민님에게 답글 그렇긴 하죠.
사실 고녀석들은, 국힘당이 “오늘부터 김정은이 추종하고 공산주의로 삽시다!” 해도, 그냥 “옳소!” 하고 따라갈... 그냥 별 생각 없는 녀석들이긴 하지요.

일리어스님의 댓글

작성자 일리어스 (211.♡.22.79)
작성일 12.02 17:57
노력이라는 것은.
사실 지금의 자본주의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거짓 같은거죠.

노력을 하면 너도 올라올수 있어 라고 어려서 부터 가르치고
아래 계급을 착취하기 위한 것일 뿐인거죠.

물론 노력이 없이 얻을수 있는것 없겠지만.
노력이란건 딱 이런거죠.

아이돌 가수 1위한 뒤  지금 이 자리는 제 노력의 결과라는 인터뷰.

Corolla19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Corolla19 (125.♡.236.46)
작성일 12.02 18:01
@일리어스님에게 답글 어쩌다보니 그렇게 변질되어 버렸죠. 계급과 착취가 존재하는 가짜 자본주의를, 진짜인양 믿고 살게 되었고요.

개복치는몰라몰라님의 댓글

작성자 개복치는몰라몰라 (211.♡.158.235)
작성일 12.02 18:04
아웃풋 =  실력 x 운 이라 할 때..
자본주의가 시간이 흐르며..
운의 양극화와 운의 비가역화로 가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Corolla19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Corolla19 (125.♡.236.46)
작성일 12.02 18:09
@개복치는몰라몰라님에게 답글 불행히도, 운이 양극화된 가짜 자본주의를 진짜라 믿고 사는 놈들이 지금 대통령이고 정치인이고 검사고 판사고 의사고...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에피네프린님의 댓글

작성자 에피네프린 (121.♡.158.120)
작성일 12.02 18:05
노력하면 성공할수 있다 라는건 다른사람이 노력을 안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되는건데, 누구나 노력하면 이라는건 전제를 부정하는거죠 ㅎㅎ

경제의 근본이 분배를 어떻게 할것이냐 인데...

Corolla19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Corolla19 (125.♡.236.46)
작성일 12.02 18:14
@에피네프린님에게 답글 그렇죠. 사실 애초에 전제고 뭐고 다 억지인데... 이 억지를 맞는 말로 할라고, “네가 성공하지 못한 건 네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 같은 말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했죠.

취소해죠님의 댓글

작성자 취소해죠 (211.♡.181.223)
작성일 12.02 20:42
읽고서는 정말 생각이 많았는데, 너무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Corolla19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Corolla19 (182.♡.244.97)
작성일 12.02 20:45
@취소해죠님에게 답글 감사합니다. 저도 이번 샌델 책 읽고 여러 생각 많이 하게 됐습니다. (생각을 저렇게 정리하는데 한 일주일 걸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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