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의 추억: 조국의 우울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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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시절
저는 1991년생입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님의 자녀들과 비슷한 시기에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같은 시기에 대학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아마 "8학군"이라는 치열한 입시 세계관 역시 공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남", "사교육", "8학군"이라는 이름 아래 치열하게 경쟁했던 그 시절은 저에게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학교 순위 같은 건 무시하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오늘 대법원 판결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시절의 추억을 새삼 떠올리게 만듭니다. 솔직히 아주 기분이 나쁩니다.
B. 그때는 그게 좋은 길이라고만 했다
당시 많은 대학은 "세계 선도", "글로벌 리더십", "미래 인재"와 같은 이름을 붙인 수시 전형으로 학생들을 유혹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렌지를 어륀지라 부르자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와도 참으로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물론, 평범한 학생들을 위한 입시 전형은 아니었습니다.
해외 체류 경험, 공인 영어 성적 만점, 논술 및 인터뷰 능력 등 평범한 학생들이 맞추기 어려운 기준들이 요구되었습니다. 학교 커리큘럼에 충실할 수밖에 없던 학생들에겐 애초에 도달하기 힘든 조건이었습니다. 설령 기준을 맞춘다 해도 수시 전형은 지나치게 불투명했습니다. "이 정도 수치의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식의 정량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입시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특목고와 일반고 학생들을 차별하여 점수를 부여하는지, 입시에 불평등한 요소가 개입했는지 의문이 들만한 정황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묻는 사람은 없었고, "대학이 공정하게 평가했다"며 모두가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그 때는 그게 좋은 길이라고만 했습니다.
잘못을 따지자면, 그게 좋은 길이라 여겨왔던 그 때의 우리 모두에게 잘못이 있습니다.
C. 모두가 좋아하는 그 좋은 길로 갔을 뿐이다
조국 대표의 자녀들이 입시 과정에서 특혜를 누렸다는 주장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징역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중대한 비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 당시 입시 제도 자체가 이미 불공정성과 특혜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 “좋은 대학에 가라”는 사회적 압박은 모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똑같이 작용했습니다.
조국 역시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는 학부모 중 한 명이었을 뿐입니다. 그의 가족은 그 시스템 안에서, 그 기준에 맞춰 열심히 살아왔을 뿐입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그 길로 걸어갔을 뿐입니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철저히 규명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입시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와 구조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개인과 가족만을 단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만약 단죄하려면, 당시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 모든 학생들을 전수조사해,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 하나하나 세세히 조사해야 합니다. 만약 진정으로 공정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다만, 과연 "조국 대표의 가족에게 적용한 기준"으로 수사를 진행했을 때, 입시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D.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감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공정과 정의를 회복하려는 의지도, 과거 불공정했던 입시 제도에 대한 반성도 없이, 오직 특정 개인을 탄압하는 모습만 남겼습니다. 조국 대표는 그저 라디오에 좋아하는 노래를 신청한 사람일 뿐이고, 손이 희고 부드러운 평범한 존재일 뿐입니다. 국민들은 이제 무능한 시스템이 진짜 범인이고, 이춘재가 진범이라는 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만이 여전히 박현규를 진범으로 지목할 뿐입니다.
랑랑마누하님의 댓글
이 나라 사법은 죽은 지 오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