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화창하고 평화로운 날이 견딜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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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맑고 화창한 날에 자살율이 가장 높다고 하더군요.
날씨와 대비된 자신의 처지가 더 뚜렷이 다가오기 때문이지 싶어요.
오늘 제가 사는 LA 지역은 겨울철에 늘 그러하듯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였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지금 고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참담한 일들이 더 가슴을 후벼팠어요.
게엄이 선포되지마자 국회로 달려 갔던 이름없는 시민들,
선배들이 흘린 피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달았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안귀령 대변인,
소대장인 아들에게 절대 몸 다치지 말고 시민들을 해치지 말라고 떨림 속에 당부하던 어느 아버지,
영하의 추위에 몸이 얼어붙어도 국회를 지키고자 밤을 새는 장삼이사
이들을 보며 혼자 일인 시위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혼자 나갔어요.
간사한 그 무리들이 늘 그랬듯이 지난 하루 동안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교활한지 잘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불법과 불의는 언젠가 반드시 만 천하에 드러나고 정의의 심판대 위에 올라갈 것입니다.
히틀러를 암살하려 했던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의 시에 곡을 붙인 선한 능력이라는 노래를 조용히 부릅니다.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그 놀라운 평화를 누리며
나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네
나 그대들과 한 해를 여네
지나간 허물 어둠의 날들이
무겁게 내 영혼 짓눌러도
오 주여 우릴 외면치 마시고
약속의 구원을 이루소서
주께서 밝히신 작은 촛불이
어둠을 헤치고 타오르네
그 빛에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온 누리에 비추게 하소서
이 고요함이 깊이 번져갈 때
저 가슴 벅찬 노래 들리네
다시 하나가 되게 이끄소서
당신의 빛이 빛나는 이 밤
SDK님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