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회 서동욱씨와의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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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생 때 였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고대에서 대학가요제를 녹화하던 날 이었는데요, 초대가수로 김건모씨가 나오고,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이었어요.
그날 다른 초대가수로 전람회가 나오기로 했었나 봅니다.
저는 다른 노래에는 그닥 관심이 없어서, 무대 뒷편에서 서성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무슨 관계자 비슷한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제가 왔다 갔다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더군요.
김건모씨가 무대를 올라가기 바로 직전에 무대 뒤에서 서서 백댄서분들에게 '야, 오늘 우리 잘해보자! 무대 미끄러우니까 조심해!' 하고 지시를 내리더니 우연히 눈이 마주친 저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셔서 제가 무척 당황했습니다. 제가 그리 노안이 아닌데... 너무 나이 들어 보였을려나요? 어쨌든 그 날 이후로 김건모씨는 제게 있어서는 참 예의바르시고 노래도 잘하시는 매너남으로 생각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가세연에게 공격 받을때 개인적으로 매우 속상했습니다.)
각설하고... 김건모씨와 그 일이 있기 전인지 후인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암튼 누군가가 '전람회 왔다' 라고 소리치는게 들렸어요.
저는 전람회를 알고는 있었지만 얼굴은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고, 어쨌든 일단 연예인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얼굴을 보려고 그들이 타고온 '소나타 2' 차 옆으로 가서 초등학생인 동생과 함께 서 있었습니다. 그 차에서 가깝게 서 있었던 것도 아니구요, 넉넉잡아 5m 정도는 떨어져서 차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뒷좌석의 창문이 슥 내려오더니...
"야 이 ㅆㅂㅅㄲ야 가서 공부나 해 ㅆㅂㄴㄷ 이... ㄲㅈ 이 ㄱㅆㅂㅅㄲ들아!"
...하고 버럭 소리치는것 아니겠어요?
저는 너무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욕을 먹어서 너무 놀랬고, 제 동생도 갑자기 형이 연예인에게 욕을 먹으니 완전 깜짝 놀라서 겁을 집어 먹었더라구요. 저는 너무 당황해서 '어.... 어....?'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동욱아 왜 욕을 하고 그래, 창문 닫아 빨리!"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저희 형제에게 욕을 한 사람이 전람회의 '서동욱' 이라는 사람이란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와 제 동생은 '전람회'의 노래는 '우리에게 ㅆㅂㅅㄲ' 라고 욕을 한 왠 이상한 사람이 있는 그룹으로 찍혔고 저와 제 동생은 '건축학 개론' 영화를 보면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이 흘러 나올땐 묘한 배신감과 함께 '건축학 개론' 영화까지 같이 도매금으로 안 좋게 보이는 ... 그런 기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서동욱씨의 부고를 보니, 젊은 나이에 참 빠르게 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1994년에 저와 제 동생에게 느닷없이 쌍욕을 퍼부었던 아저씨가... 일찍 가셨구나 싶은 생각으로 바뀌더군요.
어쨌든 많은 분들에게 노스탤지어를 안겨준 서동욱씨가, 저 세상에서는 욕 안하시고 착한 분으로 잘 지내시길 바라 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기고양이님의 댓글의 댓글
종로지킴이님의 댓글
KenmoreSq님의 댓글
타잔나무님의 댓글
때밀군님의 댓글
김동률이 제 초등친구고 또 다른 초등친구가 94가요제에 참가했길래 무대뒤에 갔었죠.
사미사님의 댓글
그래도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은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