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책을 못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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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finalsky 211.♡.83.170
작성일 2024.12.19 20:50
1,34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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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한강 작가의 책을 새로 여러 권 들여놓았다고 하여 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빌려왔습니다.

빌린 책은 '바람이 분다, 가라', '여수의 사랑' 입니다.

먼저 바람이분다가라를 먼저 읽었습니다. 3분의 1 정도 읽다가 책을 덮었습니다.

여수의사랑을 읽었습니다. 2분의 1정도 읽다가 멈췄습니다.

두 책 모두 이 정도 읽는데 이틀 정도 걸렸습니다. 짬짬이 읽었기에 많은 시간이 걸린 건 아니었습니다.


왜 책을 끝까지 못 읽었을까요?


전 아무런 배경 정보없이 이 책들을 읽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쓴 책은 뭐가 다를까하는 기대감에 쌓여서 말이죠.


처음 책을 읽는 느낌은 '문장이 신선하다'였습니다. 은유보다는 직유가 많이 쓰이는데 그 직유가 참신합니다. 단순한 명사대 명사의 직유가 아니라 감정이 실린 문장으로 비유를 담아내더군요. 훨씬 그 느낌이 마음속으로 팍팍 들어옵니다.

그 다음은 글이 잘 읽힌다는 것이였습니다. 한 문장이 길지 않습니다. 길어도 두 줄 정도. 어순도 이해하기 쉽게되어 있어서 아주 편안하게 읽어집니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처지가 참 암울하거나 감정이 뒤틀려 있거나, 피폐하거나.... 다 그렇습니다. 어느 하나 밝거나 희망적인 인물이 없습니다. 과거의, 지금의 현실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도 와 닿습니다. 책을 읽는데 괴로워서 덮었다가 다시 참고 보다 또 덮고 했습니다. 유명한 다른 소설들처럼, 참혹했던 역사적 사건이 모티브도 아니고 그냥 우리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데 말이죠.


책을 읽다보니 난 참으로 편안한 삶을 살아왔구나 싶습니다. 저렇게 희망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복에 겨웠구나 싶습니다. 반성을 하게되면서도 그런 고통을 마주하는게 망설여집니다.


한강 작가님의 소설은 소년이 온다까지만 도전하고 그만 읽으려고 합니다. 힘들겠지만 5.18의 이야기는 끝까지 견뎌내고 읽어볼까 합니다.


우리의 지금 상황도 온갖 난무하는 어처구니가 없고 열받는 상황이지만 피하지 않고 계속 보고 듣고 마음에 새기려합니다. 책은 덮으면 그만이지만 현실은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짜증나면 짜증내고 힘들면 잠깐 쉬고, 그래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힘들지만 더 힘을 내보려구요. 앙님들도 지치지 마시고 힘내시길!

댓글 10 / 1 페이지

whodadak님의 댓글

작성자 whodadak (222.♡.2.89)
작성일 12.19 21:01
저도 소년이 온다 읽다가 멈췄습니다. 너무 심란해서 생각이 머리속에서 멈추질 않더라구요.

finalsk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inalsky (211.♡.83.170)
작성일 12.19 21:04
@whodadak님에게 답글 저도 그럴 것 같은데.... 싸워보고 싶어요.

eject님의 댓글

작성자 eject (61.♡.239.125)
작성일 12.19 21:06
유시민 작가도 같은 말씀 하시더라구요.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어서 힘들다구요. 지금 시국에 읽으면 사실 더 힘듭니다. 저도 정의가 승리해서 정국 안정되면 그때 읽으려구요

finalsk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inalsky (211.♡.83.170)
작성일 12.19 21:10
@eject님에게 답글 읽다가 '우울증에 걸리면 이런 느낌일까' 하게 되더라구요. 다음 책은 시국이 좋아지면 도전해봐야겠어요.ㅜㅜ

들꽃푸른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들꽃푸른들 (59.♡.254.31)
작성일 12.19 21:40
소년이 온다,를 울면서 겨우 읽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겨우 읽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짚어가며 읽어야 하더군요. 울면서,가 들어가고 빠지고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광주로 낮게 떠가는 헬기를 중학교 때 운동장 조회하면서 보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교장 선생님 훈화듣다가 다들 저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 젖히고 보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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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연합님의 댓글

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12.19 22:54
소년이 온다를 울면서 읽었습니다. 제가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그랬던 건지, 몸과 마음이 온통 연약해진 것 같아 아프게 읽었습니다. 그런데도, 감히, 읽어보시라고 권합니다. 가장 격한 울림은 , 빛으로 이끄는 힘이었습니다. 살면서, 무수하게 많은 여러 책을 읽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작가님은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저 읽으면서도 이렇게 그렁그렁하고 가슴이 아픈데, 이걸 쓰면서 얼마나 멍들고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 싶어서 슬프고 위대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모든 이들이 읽기를 바랍니다. 감히.
슬프고도 아름답습니다. 눈이 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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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연합님의 댓글

작성자 핑크연합 (180.♡.105.88)
작성일 12.19 22:56
오지랖입니다만,
작별하지 않는다를 먼저 읽고 소년이 온다를 읽으시는게 어떨까합니다. 저는 그 순서로 읽으라는 작가님의 권고대로 한 것인데, 그게 제게 맞았습니다.
그리고, 희랍어시간, 참 좋았습니다.
사랑이야기입니다.
울림이 있는…
추천합니다

finalsky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finalsky (223.♡.203.103)
작성일 12.19 23:16
@핑크연합님에게 답글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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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033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yoon033 (115.♡.210.217)
작성일 12.19 23:39
왠지 읽기도 전에 다 못읽을까 걱정이 앞서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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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또리님의 댓글

작성자 광또리 (49.♡.38.4)
작성일 12.20 03:21
제가 본 바를 말씀드리자면, 한강의 소설은 서술 방식이 기술적인 것 같으면서도 기술적?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문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의 문장은 한강 본래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제가 경험한 한강의 글은 모두 그랬습니다. 더불어서 한강이라는 사람은 극단적인 공감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년이 온다의 에필로그에서도 그런 한강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음성같은 문장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니 더 통절하게 느끼는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소설을 추천해주셨지만 저는 시집도 추천드립니다.
47 랜덤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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