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국에서는 쾌도난마의 고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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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快刀亂麻)
어지럽게 얽인 삼실을 칼로 쾌하게 잘라낸다는 건데, 보통 복잡한 일이나 어려운 문제를 순식간에 막힘없이 풀어버리는 것을 뜻한다는 건 다 아실 겁니다.
근데 그 유래를 살펴보면 오히려 저 쾌도난마는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습니다.
중국 남북조시대 시기 화북 지역을 지배하던 북위가 동위(이후 북제)와 서위(이후 북)로 갈라져 서로 싸울 때 일입니다.
당시 북제의 사서인 <북제서> 문선제기에 따르면 동위 효정제의 대승상이었던 고환에게는 여러 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고환이 아들들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어지럽게 얽히고 설킨 삼실을 하나씩 나눠주고 풀어보라고 했습니다.
다른 아들들은 얽혀있는 삼실을 한 가닥씩 풀어내느라 안간힘을 썼는데 차남인 고양은 칼을 뽑아 단번에 실타래를 잘라 버리면서 "어지러운 것은 베어 버려야 합니다!(亂者須斬)"이 라고 했다고 합니다.
고환은 고양이 일을 사이다스럽게 처리하는 걸 보고 장차 큰일을 할 인물이라 생각하며 기뻐했는데 고양은 훗날 효정제에게 선양을 받아 북제를 세워 문선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선제는 처음엔 능력이 있어 보였고 일처리를 법이나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했지만 점차 스트레스를 달래려고 술에 빠져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술에 취할 때마다 안하무인이 되어 마치 게임을 하듯 사람들을 베어 죽이고, 어머니인 황태후 누씨에게 저 늙은 놈은 오랑케에게 시집보내야 한다면서 의자를 넘어뜨러 다치게 하는 폐륜을 저지르는 등 막장 짓거리를 합니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시원시원하고 사이다스럽게 일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죠. 도리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멋대로 일처리를 하는 것의 부작용으로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더 최악의 폭군으로 타락할 수 있죠.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 또한 네 속을 들여다볼 것이다."란 니체의 격언이 떠오르죠.
코미님의 댓글의 댓글
lioncats님의 댓글의 댓글
코미님의 댓글의 댓글
전 오히려 더 철저하게 지금 상황을 지켜보되 냉정하게 보려고요.
팡파파팡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 이 내란범놈들은 하... 진짜.
시민들이 조금만 더 정신차렸더라면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오지도 않았을텐데 말이죠
lioncats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