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실패한 제도인가?(feat.은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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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TpxBM9kgj5c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이 오래된 소설 얘기가 커뮤니티마다 많이 돌던데,
연말에 좋은 리뷰 하나가 올라와서 소개드립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전제주의 신봉자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최악의 민주정과 최선의 전제정"을 대비시키죠.
실제 소설에서도 마지막에 은하계를 통일한 건 은하제국입니다. 민주정은 성계 하나에 자치령을 얻는 정도로 간신히 명맥만 이어갈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이 작품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정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정이어야 하는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가장 드러내는 것이 대회전 후 두 주인공이 나는 대화고요.
전제정을 대표하는 라인하르트는 전제정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성군을 만나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스스로 그걸 증명해 보이죠. 민주정을 대표하는 양도 그걸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정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민주정이 전제정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권력자가 형편없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 권력은 세습되지 않고 시민에 의해 선출되는 임기제 권력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 개선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과오를 깨닫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할 때만 이뤄질 수 있는데, 민주정에서 나쁜 권력의 책임은 그 권력을 선출한 시민 스스로에게 있으므로, 시민 각자의 성찰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민주정은 시민에게 시민으로써의 자유와 권리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체제라는 겁니다.
반면 전제정은 모든 의사결정의 책임이 군주에게만 있으므로, 신민들이 책임을 느낄 기회 자체를 앗아가버리고, 신민들은 그저 가축처럼 군주의 결정에 따라 운명이 결정됩니다. 양은 이 잘못이 성군 몇몇의 선정을 아득히 뛰어넘는 악덕이라고 말하죠.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시민이 각자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빼앗으려 했던 독재자에 대항해 민주정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민주정이 완벽한 체제여서도 아니고, 민주정부가 최고의 성과를 내서도 아닙니다.
시민이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기회를 지키기 위해서죠.
다른 데도 아니고 작년 민주당에서 벌어진 "민주화"가 얼마나 효능감을 주는지 우린 모두 알고 있죠.
그래서 너무 분통 터지지만, 단기간의 성과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짐해 봅니다.
민주정은 성과 자체가 아니라 과정이고, 우리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책임의식을 가진 75%의 국민들이 있으니까요.
어제 유시민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누워서 위 영상을 이어 보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Bcoder™님의 댓글의 댓글
Positive님의 댓글
heltant79님의 댓글의 댓글
하지만 전제주의에 대한 옹호, 이건 민주정의 안티테제로 쓴 소재라서 옹호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고 생각하고요.
시민은 우매할 수밖에 없다라는 마인드.... 는 아니고 시민이 책임의식을 갖지 않으면 민주정이 위험해진다는 걸로 이해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영웅이 나와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전제는 대중소설에서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해요. 이런 주제의 다른 작품 중 영웅이 나오지 않는데 세상이 바뀌는 작품을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가자앞으로님의 댓글
저는 그냥 '제국 만세~' 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사실 양 사망 후 급격히 관심이.... ㅠㅠ)
heltant79님의 댓글의 댓글
이 작품의 은하제국은 민주정을 비추기 위한 거울 역할일 뿐이지, 작가가 전제정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전제정을 옹호하는 작품으로 생각하시더군요.
Murian님의 댓글
heltant79님의 댓글의 댓글
유시민 작가도 30~40년 전이었으면 이번 쿠데타가 성공했을 걸 시민 역량이 성장하면서 막아냈다고 말했죠.
전 극복할 수 있다고 봐요.
리치방님의 댓글
heltant79님의 댓글의 댓글
리치방님의 댓글의 댓글
heltant79님의 댓글의 댓글
토미노 감독뿐 아니라 지브리에도 이 세대가 황금기를 보냈고, 인랑 같은 작품은 아예 전공투가 모티브죠.
변경의김씨님의 댓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논리 자체는 더 강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후 작품에서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고요.
diynbetterlife님의 댓글
"민주정이 완벽한 체제여서도 아니고, 민주정부가 최고의 성과를 내서도 아닙니다.
시민이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기회를 지키기 위해서죠."
전우용, 박구용 교수도 '민주주의'가 잘못된 번역이다. 왕정체제를 옹호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민주정'이 맞다고 하셨는데
용어 재정립도 됐으면 합니다.
외선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