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만난 인간 중에 최악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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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랑탕62 122.♡.2.138
작성일 2025.01.18 10:34
3,107 조회
13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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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재소자들 사이에서 소위 모스코바라는 독방 사동에 1년 남짓 살았습니다.

0.75평의 독방만 36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그야말로 서늘한 기운이 도는 사동이었습니다.

스무 명 남짓한 재소자들 중에는 쌍무기(무기징역을 두 번 받은)를 비롯한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또한 교소소 내에서 난동을 부려 고대 노예들이 차고 다녔던 쇠사슬로 다리와 손이 묶인 사람들이 3분의 1. 그리고 장기수 어른들과 학생 사범이 함께 지냈습니다. 교도소가 그 놈들을 시국사범과 함께 모스코바에 몰아 넣은 것은 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이 장기수 어른들과 흉악범들은 대부분 일년 내내 면회 오는 분이 단 한분도 없기 때문에 주로 학생 사범들을 면회오는 가족들이 넣어준 영치품을 사탕 한 알까지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며 생활했었습니다.

가끔 후배들은 저런 흉악범들에게도 인권이 필요하냐며 반발을 하기도 했지만 현상과 본질이라는 철학적 범주가 인간의 본성을 가를 수는 없다라는 생각에 늘 잠재우곤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사동의 배식을 자진해서 하던 놈이 하나 있었는데 그 놈의 범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봉고차를 타고 동해안을 떠돌면서 초등학생들에게 봉고차 안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틀어주고 돈을 받다가 구속된 놈이었는데 저하고는 이미 미결수 독방 사동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파렴치범이었습니다.

그 놈이 이 사동에 들어온 것은 소위 새잡이라고 부르는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교도소에는 그나마 시국사범이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무런 이유 없이 김일성, 김정일 동지 만세를 불러 국가보안법으로 6개월 정도의 추가 징역을 받아 사이비 시국사범이 가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놈은 자기가 만세를 부르고 나서 다른 이에게 뒤집어 씌워 아무런 이유 없이 다른 재소자를 시국사범으로 만든 놈이었지요.

그 놈이 배식을 하고 나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소위 특식으로 삶은 닭고기가  보통 10명 당 1마리 꼴로 나왔는데 몇 달간 점점 양이 줄어 15명 당 한 마리, 어떤 때는 20명당 1마리로 줄어 잘기수 어른들에게는 유일하게 단백질 보충 수단이 거의 의미가 없게 된 것이었지요.

결국 학생들이 나서 교도소 당국과 싸움을 시작하고 보니 포르노 놈이 배식을 하면서 뒤로 빼돌려 혼자 처먹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기가 막히더군요. 도대체 인간의 끝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놈을 결국 사동에서 쫓겨났고 다른 지방의 교도소로 이감을 가면서 저에게 악담을 퍼붓더군요.

오늘 문득 아침 뉴스에 윤썩열이란 놈의 행태를 보면서 그 놈이 생각나더군요.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행할 놈이라는 점에서 그 놈과 같은 부류의 인간이 아닐까 싶더군요.

아니 어쩌면 그 놈은 생물학적 본능에 충실한 놈이라면 이 놈은 분명 알고 저지르는 범죄라는 점에서 더 최악의 인간이 아닌가 싶더군요.


87년 6월 항쟁을 통해 전두환을 굴복시켰다고 생각했을 때, 이제는 정말 좋은 세상이 올 것이다 생각했지만 결국 이명박과 박근혜를 만났고 박근혜가 구속되고 나서 정말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전두환의 잔인함과 이명박의 교활함, 그리고 박근혜의 무지를  더한 윤썩열이란 인간을 만나면서 지난 시절 현상과 본질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과연 인간의 본질은 선한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의문부호로 가득하고 그 의문부호의 답은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인간을 놓아서 안되는 이유는 인간에게 희망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 희망은 단죄없는 용서와 화해는 결국 괴물을 낳는다는 역사의 교훈 속에 있어야 하겠지요.

다시금 신발끈을 졸라매고 싸워야할 이유를 이른 아침 생각해 봅니다.



댓글 27 / 1 페이지

콘헤드님의 댓글

작성자 콘헤드 (223.♡.79.104)
작성일 10:37
교도관이셨군요. 첫문장만 읽고 긴장했었습니다.

랑탕62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랑탕62 (122.♡.2.138)
작성일 10:46
@콘헤드님에게 답글 교도관은 아니구요. 학생운동으로 징역을 살았습니다.

콘헤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콘헤드 (223.♡.79.104)
작성일 10:47
@랑탕62님에게 답글 아... 고생하셨습니다.

지조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지조 (211.♡.106.244)
작성일 11:06
@랑탕62님에게 답글 민주주의를 지켜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현재가중요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현재가중요해 (223.♡.175.95)
작성일 11:22
@랑탕62님에게 답글 감사드립니다. 희생에 대한 존경을 표합니다.

새구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새구름 (14.♡.170.32)
작성일 11:27
@랑탕62님에게 답글 고생하셨습니다. 음지에서 묵묵히 사회를위해  애쓰셨던  많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달짝지근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달짝지근 (125.♡.218.23)
작성일 11:36
@랑탕62님에게 답글 와 진짜 고생하셨습니다 ㅜㅜ

MoonKnight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MoonKnight (58.♡.72.219)
작성일 13:27
@랑탕62님에게 답글 감사드립니다. 희생에 대한 존경을 표합니다.(2)

곰팅님의 댓글

작성자 곰팅 (175.♡.31.91)
작성일 10:41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윤석열까지..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인물들이 주기적으로 출현하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돌이켜보게 만드네요. 부디 비싼 수업료 치르면서 배우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랑탕62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랑탕62 (122.♡.2.138)
작성일 10:48
@곰팅님에게 답글 역사적 단죄 없이는 윤썩열 보다 더 한 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개장수 같은 놈들요

굿모닝빵빵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굿모닝빵빵 (121.♡.216.124)
작성일 10:51
지난 번에 군부 독재 시절 수감 생활 얘기 본 것 같은데, 독방에 계셨나 보네요 ㅜㅜ.

랑탕62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랑탕62 (122.♡.2.138)
작성일 11:07
@굿모닝빵빵님에게 답글 형 확정 이전에는 0.65평에 있다가 확정 되고 나서는 그보다 조금 더 큰 0. 75평이었는데 크기가 정말 확 와 닿더군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겨울에는 물이 얼곤 했습니다.

묵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묵담 (118.♡.246.7)
작성일 11:10
81학번이신 모양이죠
고생 하셨습니다
치열하게 싸우던 우리들이 있었고
그뒤에서 과실만 주워먹던 인간들이
있었죠.....
조국의 민주화에 작은힘이나마
기여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랑탕62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랑탕62 (122.♡.2.138)
작성일 11:32
@묵담님에게 답글 네 81입니다. 저 역시도 먹고 사는 것에 영혼을 팔았던 날들이 있었고 그 죗값을 치루며 살고 있습니다.

힙업님의 댓글

작성자 힙업 (211.♡.202.39)
작성일 11:10
감사와 위로를 감히 드립니다.
생생한 586 선배시군요.

랑탕62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랑탕62 (122.♡.2.138)
작성일 11:33
@힙업님에게 답글 어느 날부터 386이라고 불리더군요. 전 그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요. 고맙습니다.

국수나냉면님의 댓글

작성자 국수나냉면 (112.♡.224.214)
작성일 11:12
윤퇘지때문에 교도관들, 죄수들 괴롭겠네요. 어여 군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길 기대합니다.

랑탕62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랑탕62 (122.♡.2.138)
작성일 11:34
@국수나냉면님에게 답글 민간인이라 교수형일 겁니다.

가랑비님의 댓글

작성자 가랑비 (58.♡.137.93)
작성일 11:29
감사합니다.

랑탕62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랑탕62 (122.♡.2.138)
작성일 11:34
@가랑비님에게 답글 고맙습니다.

훈녀지용님의 댓글

작성자 훈녀지용 (211.♡.157.9)
작성일 11:45
서슬 퍼렇던 시기에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셨을까요?
감사합니다

감정노동자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감정노동자 (116.♡.18.168)
작성일 11:52
선배님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오늘을 누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달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미달이 (124.♡.162.207)
작성일 11:55
이따 자세히 읽겠습니다

월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월터 (218.♡.172.133)
작성일 12:08
내가 만유인력의 법칙은 계산 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가늠 할 수 없었다고 뉴턴이 그랬습니다 당시 남해 버블사건이라고 인류사 최악의 버블 중 하나였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무수히 다양 하지만 동물은 욕망은 단순합니다 또한 동물은 자기보존의 욕망을 스스로 실현할 수 있는 반면에 인간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회를 만드는것인데 여기서 생기는 왜곡이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애당초 뒤틀린 인간도 있지만 있지만 소위 정상인들은 사회속에서 타협하고 연대 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오로지 물질적 욕망만을 최우선시 하고 실현의 수단을 통치 수단화 하면서 참주정으로 타락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에선 기회를 특권화 시키는 권력의지의 욕망을 이겨 낼 수 없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오로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선설의 도덕론은 플라톤 부터 아퀴나스까지 이어지는 고대의 윤리론 일뿐 현대 사회는 로크의 사회계약에 근간을 둡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전혀 그렇지 못하기에 지도자의 덕성에 기대는 참주정으로 자꾸만 퇴보하게 된다고 봅니다

마놀린A님의 댓글

작성자 마놀린A (106.♡.197.154)
작성일 12:15
감사합니다.

PSYENC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PSYENCE (220.♡.41.162)
작성일 12:39
강남 2찍들과 같은 부류의 인간이네요 오로지 지들 이익만을 위해서 진성 빨갱이도 국회의원으로 뽑고 내란수괴도 대통령으로 뽑고 아마 저런 인간이 후보로 나와도 뽑겠죠 그들에게 중요한건 오로지 지들 돈뿐이니까

롱숏님의 댓글

작성자 롱숏 (58.♡.148.15)
작성일 13:33
감사합니다.
님과 같은 분들의 희생 위에 우리가 숨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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