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폭동과 유튜브, 그리고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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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필 208.♡.249.100
작성일 2025.01.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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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에서 (어쩌다가) 읽어볼 만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법원 폭동에 다수 참여했다고 알려진 극우 젊은 남성들에 대한 기사입니다. (다음 링크: https://v.daum.net/v/20250121115531141) 해당 기사에서 들고 있는 원인은 유튜브와 그에 중독된 극우 2030 남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사에 나온 도표에서 제가 주목하는 건 구독자의 숫자와 일 평균 조회수도 있지만 기사에서 잡은 나이대입니다. (만) 25세에서 34세 나이는 사회에 진출하는 초년생의 나이대입니다. 대학을 이제 막 졸업했거나 대학원을 다닐 나이가 20대 중반 즈음이고 이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즉, 구매력을 확보해서 자신의 취향대로 소비를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이 얘기는 취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라는 뜻도 될 겁니다.

문제는 이 소비력을 갖추기 시작한 2030 남성들은 주로 게임에 돈을 쓰거나 본인이 보는 유튜브, 치지직 슈퍼챗으로 많이 소비를 할 겁니다. 신남연이나 그라운드씨는 이들로부터 활동 코인을 얻는 셈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취향과 소비 습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극우 코인을 노리는 세력의 손 쉬운 사냥감으로 계속 남을 겁니다. 그리고 계속 그들의 욕망을 추동할 겁니다.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고, 위에 올라서서 지배하고 싶은 파쇼적 욕구를 말이죠. 

이 파쇼적 욕구가 공급되는 창구 중 하나가 극우적 커뮤니티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꾸준히 문제삼는 커뮤니티는 디씨의 마이너갤러리, 아카라이브, 펨코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저는 특히 '서브컬쳐게임'으로 분류되는 게임 갤러리를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철저히 남성, 특히 어린 남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020 남성들이 쉽게 빠져들어서 하는 게임이죠.

이 게임을 하다보면 소위 애정캐릭터에게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럼 당연히 정보를 찾아보게 됩니다. 캐릭터 디자인도 잘 나왔고, 스토리도 괜찮고, 성능도 쓸만한 캐릭터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봅니다. 그럼 당연히 도착하는 장소가 디씨 마이너갤러리 혹은 아카라이브입니다. 먼저 게임을 시작한 이들이 정리한 정보를 보면서 점차 커뮤니티에 스며들게 됩니다. 자연스런 과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안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정서가 일베 정서라는데 있습니다. 소위 방역짤이라고 해서 올라오는 노무현 대통령 고인모독성 사진들과 게시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는 일베사투리 '-노'체, 여성차별, 장애인차별, 외국인(특히 중국, 동남아) 차별 정서가 그것들입니다. 서브컬쳐게임을 하기 위해선 커뮤니티 생활이 필수적인데, 여기에 깔린 정서가 일베식 정서다보니, 그리고 낄낄 거리기 좋아하는 가벼운 분위기다 보니 10대 애들이 스펀지처럼 일베문화를 받아들입니다.

여기에 게임을 하는 스트리머들 중에서도 일베 정서를 거리낌없이 과시하고 -노체를 쓰는 이들이 많습니다. 게임 채팅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커뮤니티에서도 24시간 내내 피드백을 받다보니 일베 정서는 기본이 되고, 차별적 정서에 시나브로 젖어갑니다. 정서적 민감성이 가장 높은 10대때 말입니다. 이 과정이 하루 아침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스며드는 과정이라서 본인이 자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꾸준히 이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면 빠져드는게 아주 당연하다고 보일 만큼 자연스러운 과정이죠.

아주 당연히 게임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그 게임의 정보를 접하는 커뮤니티로부터 1020 세대들이 일베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게 큰 문제입니다. 커뮤니티가 자정작용을 하려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데, 서브컬쳐 게임 특성상 그 타겟이 명확하고 그 소비층이 모인 커뮤니티는 더욱 공고화될 뿐입니다. 메갈이나 워마드가 폐쇄적 여초에서 서로들간 피드백을 주면서 발달했던 것처럼, 극우성 커뮤니티 정서는 반폐쇄적인 집단에서 서로 피드백을 주면서 커져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이들 집단은 익명의 집단으로 열린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그들에게 거슬리는 발언을 하면 즉각 아이디와 IP를 차단하고--씹선비/민주당/종북/빨갱이/짱개라고 비하하는 건 덤--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합니다. 차단도 갱신차단--영구차단이라고 보면 됩니다--이라서 새로 아이디를 파야하는 수고로움이 생깁니다)

10-30 남성들 중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진보성향의 게임 커뮤니티를 바라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들 세대가 즐기는 게임 관련된 대다수 커뮤니티들은 일베성 문화를 바닥에 깔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정서에 바탕을 두다보니 그들이 폭동을 일으키면서 중국, 공안, 짱깨를 찾는 현상이 생긴 겁니다. 실제 행동까지 이어진 극우 청년들의 정서에는 그게 당연한 세계관으로 자리잡혀 버렸다고 봐야 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가상적 공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은 어릴 때부터 스맛폰 생활에 익숙한 스맛폰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게다가 디씨-디스코드-공개카톡방-텔레그램 등으로 이뤄진 커뮤니티의 연속성은 그들의 사고 체계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1.19 내란/폭동/소요 사태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심각한 일이지만, 그들의 숫자와 행동력을 감안한다면 더 단단히 마음 준비를 하고 공권력으로 미리미리 그들의 준동을 막아야만 합니다.

저도 평생 게임을 하면서 자랐고 지금도 가끔씩 게임을 하는 겜돌이입니다. PC통신으로 시작한 커뮤니티 생활도 30년이 넘었네요. 게임과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데 지금 자라나는 세대에겐 더욱 그러합니다. 이미 늦은 듯 하지만 지금이라도 적절한 방향성과 정책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게 디씨 폐쇄와 아카라이브의 차단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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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 페이지

잘자요zZ님의 댓글

작성자 잘자요zZ (211.♡.14.117)
작성일 15:11
이 정도면 이제 그 종교는 일부 어쩌고 변명도 하면 안된다고 보이네요..

수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수필 (208.♡.249.100)
작성일 15:18
@잘자요zZ님에게 답글 제가 글에 썼듯 서브컬쳐게임을 즐기는 이들(2030 남성) 중에서도 민주당 지지자가 있듯, 개신교도들 중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있습니다. 외로운 싸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onefineday님의 댓글

작성자 onefineday (39.♡.28.101)
작성일 15:26
자발적 참여가 아닌 조직동원 쪽이라 생각되어, 마치 2030의 전반적 양상인양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수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수필 (208.♡.249.100)
작성일 15:28
@onefineday님에게 답글 저도 조직동원된 인원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거기에 부화뇌동했던 극우마인드에 절여진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는 제가 글을 쓴 커뮤니티일 겁니다. 이 일베문화에 절여진 극우 커뮤니티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동동동대문을열어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동동동대문을열어라 (115.♡.187.186)
작성일 15:57
서브컬쳐겜 2개 하고 있는데 게임커뮤에 아주 학을 뗐습니다. 페미가 묻었네 손가락이 어쩌네 pc 때문에 망하네 떠드는거 그냥 니들끼리 잘해보세요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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