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래서 어머니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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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concept 223.♡.86.92
작성일 2025.01.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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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0대 중반이신 우리 어머니는 이승만부터 모든 대통령들을 경험하셨죠. 아주 어릴 때는 조선총독도 경험하셨습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십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수행을 보시면서 평생 많은 대통령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몸에 밴 듯이 자연스럽게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2. 한국 전쟁을 직접 체험하셨는데도(피난을 가지 못하시고 인민군 치하에 있으셨죠) 반공의식이 별로 없으십니다. 어머니에게 한국전쟁은 좌우 쌍방이 서로가 서로를 적대하던 비극의 현장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은 인민군에 의한 학살이 아니라, 미군 폭격이었다고 하십니다.

  3.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김정은이 통일각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을 보시면서, "정말 만나러 나오는구나. 너무 잘됐다."라고 몹시 감격하셨습니다. 2000년이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보다 훨씬 감격하시더라고요.

  4. 도보다리 위의 문재인-김정은 회담을 보시면서 "정말 '탁'이 연출을 잘했다"면서 좋아하셨습니다.(어머니는 탁현민 보좌관을 그냥 '탁'이라고 부르십니다) 왜 그렇게 좋아하시냐고 물어보니까 미국, 중국, 일본이 남북정상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해 궁금해 할 것이 통쾌하시다네요. 한반도 운명을 강대국이 아닌 우리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흔히 접하는 80대 노인과는 좀 다르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실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선 어머니는 유튜브를 안하십니다. 카톡도 안하십니다. 피처폰을 쓰시거든요. 물론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보시기는 합니다. 그중에는 종편뉴스들도 있지요. 그러나 방송과 평론가들의 견해를 그대로 수용하시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입각하여 판단은 스스로 하시지요. 어머니는  4 19 세대 대학생으로서 1960년 4월 19일 지인이 시위 중 경무대 앞에서 총격으로 사망하는 일을 겪으신 분입니다. 그때 각인된 "독재정권 물러가라"는 구호와 국부라고 불렸던 독재자를 어린 학생들의 시위로 하야시켰던 역사적 경험이 평생 정치적 판단의 기준이 되셨습니다. 2024년 친위 쿠데타를 저지했고 내란수괴가 된 대통령을 처벌하는  역사적 경험을 한 10대와 20대도 앞으로 수십 년간 한국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강럭한 블록을 형성하겠죠.

이런 어머니가 평생 투표 하신 대선후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1963년 5대 박정희vs윤보선 윤보선 투표

1967년 6대 박정희vs윤보선 윤보선 투표

1971년 7대 박정희vs김대중 김대중 투표

1987년 13대 노태우vs김영삼vs김대중 김대중 투표

1992년 14대 김영삼vs김대중 김대중 투표

1997년 15대 이회창vs김대중 김대중 투표

2002년 16대 이회창vs노무현 노무현 투표

2007년 17대 정동영vs이명박 정동영 투표

2012년 18대 박근혜vs문재인 문재인 투표

2017년 19대 문재인vs홍준표vs안철수 문재인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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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 1 페이지

커스텀키보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커스텀키보드 (124.♡.226.165)
작성일 01.27 21:11
뚜렷한 자기 주관으로 바른 판단을 한다는 게, 당연해야 하는데 너무 적은 거 같아서 슬프네요
멋진 어르신이십니다!

사자바람연꽃님의 댓글

작성자 사자바람연꽃 (61.♡.55.104)
작성일 01.27 21:12
어르신 이시네요. ㅎ

세상여행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세상여행 (175.♡.69.67)
작성일 01.27 21:15
문재인 대통령 집권 시기가 가장 불행했죠.

인수위 없이 바로 쓰레기 청소 시작해서 뭐 좀 하려고 할 때마다 매국당 것들은 민주당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했죠.

그러다가 개혁 타이밍 놓치고 청와대 내부는 상당수 sb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죠.

타이밍 기가 막히게 코로나도 터졌고요.

결국 진심 아는 국민들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정부 잘 만나 호강에 겨운 것들이 윤석열 찍는 바람에 경제, 외교, 국방, 치안 전 분야에서 일본의 바람대로 바닥을 향해 달리게 됐죠.

제발 좋은 건 고르지 못한다고 해도 악은 구별하자 이 말입니다...

문인더스퀘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문인더스퀘어 (119.♡.158.214)
작성일 01.27 21:18
존경합니다.
어머님같으신 분들이 더 많으셨으면 ㅜ.ㅜ

미달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미달이 (124.♡.162.207)
작성일 01.27 21:22
글쓴님 글도 첨 정갈하시고 어머니 정말 참 어르신이세요. 잘 모셔주세요~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concept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concept (223.♡.86.92)
작성일 01.27 21:56
@미달이님에게 답글 예. 감사합니다.

벗바리님의 댓글

작성자 벗바리 (61.♡.56.77)
작성일 01.27 21:23
정말 깨어있으신 분이십니다(엄지 척)

네모선장님의 댓글

작성자 네모선장 (114.♡.135.63)
작성일 01.27 21:25
어머님께서 현명하신 것 같습니다!!

이미지님의 댓글

작성자 이미지 (182.♡.204.66)
작성일 01.27 21:32
통찰력이 대단하시네요..

다른날님의 댓글

작성자 다른날 (112.♡.200.190)
작성일 01.27 21:35
대단하신 어르신이네요!

이루리라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루리라 (58.♡.94.201)
작성일 01.27 21:36
그 굴곡의 시대를 겪으시고도 이리도 현명하시다니요ㅠㅠ어머님의 확고한 신념과 살아오신 길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머님 이야기 자주 해 주세요.

concept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concept (223.♡.86.92)
작성일 01.27 21:57
@이루리라님에게 답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diynbetterlife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59.♡.103.12)
작성일 01.27 21:37
어머님 멋지십니다. 존경합니다.

크리안님의 댓글

작성자 크리안 (58.♡.210.72)
작성일 01.27 21:39
참 어르신 이십니다

ghostonline님의 댓글

작성자 ghostonline (119.♡.88.182)
작성일 01.27 21:39
멋진 어머님을 두셨군요.
특히나 그 때 흔들리지 않고 정동영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것도 대단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 정동영을 믿지 못해서 표가 많이 분열되었던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때는 뭐가 어찌 됐든 민주당에 표를 넣어야하는 상황이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그 때 권영길 후보에게 표를 넣어서 표를 버렸지요...

concept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concept (223.♡.86.92)
작성일 01.27 21:54
@ghostonline님에게 답글 2007년 당시 어머니는 정치적인  이유도 이유지만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이명박을 싫어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민주당 후보가 미덥지  못해도  한나라당이 집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셨죠.

ghostonline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ghostonline (119.♡.88.182)
작성일 01.27 23:26
@concept님에게 답글 네 그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저는 거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드니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드니로 (211.♡.197.130)
작성일 01.27 21:42
어머님 정말 훌륭하시고 멋지십니다.

[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김정은이 통일각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을 보시면서 ]
이 때 진짜 저는 정말 너무 행복했었습니다.
남북이 진짜 이렇게까지 다시 만날 수 있구나.. 에 감탄하며 지금 생각해도 감동의 소름이에요 ㅠㅡㅠ

accountnoh1987님의 댓글

작성자 accountnoh1987 (39.♡.133.32)
작성일 01.27 22:02
와! 참 어른이십니다. 존경합니다!!

concept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concept (223.♡.86.92)
작성일 01.27 22:08
좋은 댓글들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부모님과 정치적 견해로 갈등을 겪지 않고 살아온 것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행운을 타고난 만큼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할 의무가 좀 더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EXIT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EXIT (210.♡.90.186)
작성일 01.27 22:40

찌쥬는두당님의 댓글

작성자 찌쥬는두당 (222.♡.112.153)
작성일 어제 00:46
어머님께서 물려주신 나라 더 좋은 나라 만들어서 오래오래 아드님과 함께 누리셨으면 합니다~

나옹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나옹 (124.♡.236.163)
작성일 어제 02:15
어머님이 민주화운동의 선구자이셨네요.  멋진 어머니이십니다.

맑은공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맑은공기 (115.♡.213.28)
작성일 어제 02:48
저도 그렇게 현명한 모습으로 나이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주위언니들에게 우리 후대를 생각해서 잘늙자고 합니다. 70대가 멀지않았다고..

콤파스로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콤파스로즈 (114.♡.232.206)
작성일 어제 09:08
이 시대의 참! 어머님상 이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훈녀지용님의 댓글

작성자 훈녀지용 (211.♡.157.9)
작성일 어제 09:13
100점 만점 투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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