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래서 어머니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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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0대 중반이신 우리 어머니는 이승만부터 모든 대통령들을 경험하셨죠. 아주 어릴 때는 조선총독도 경험하셨습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십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수행을 보시면서 평생 많은 대통령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몸에 밴 듯이 자연스럽게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2. 한국 전쟁을 직접 체험하셨는데도(피난을 가지 못하시고 인민군 치하에 있으셨죠) 반공의식이 별로 없으십니다. 어머니에게 한국전쟁은 좌우 쌍방이 서로가 서로를 적대하던 비극의 현장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은 인민군에 의한 학살이 아니라, 미군 폭격이었다고 하십니다.
3.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김정은이 통일각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을 보시면서, "정말 만나러 나오는구나. 너무 잘됐다."라고 몹시 감격하셨습니다. 2000년이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보다 훨씬 감격하시더라고요.
4. 도보다리 위의 문재인-김정은 회담을 보시면서 "정말 '탁'이 연출을 잘했다"면서 좋아하셨습니다.(어머니는 탁현민 보좌관을 그냥 '탁'이라고 부르십니다) 왜 그렇게 좋아하시냐고 물어보니까 미국, 중국, 일본이 남북정상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해 궁금해 할 것이 통쾌하시다네요. 한반도 운명을 강대국이 아닌 우리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흔히 접하는 80대 노인과는 좀 다르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실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선 어머니는 유튜브를 안하십니다. 카톡도 안하십니다. 피처폰을 쓰시거든요. 물론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보시기는 합니다. 그중에는 종편뉴스들도 있지요. 그러나 방송과 평론가들의 견해를 그대로 수용하시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입각하여 판단은 스스로 하시지요. 어머니는 4 19 세대 대학생으로서 1960년 4월 19일 지인이 시위 중 경무대 앞에서 총격으로 사망하는 일을 겪으신 분입니다. 그때 각인된 "독재정권 물러가라"는 구호와 국부라고 불렸던 독재자를 어린 학생들의 시위로 하야시켰던 역사적 경험이 평생 정치적 판단의 기준이 되셨습니다. 2024년 친위 쿠데타를 저지했고 내란수괴가 된 대통령을 처벌하는 역사적 경험을 한 10대와 20대도 앞으로 수십 년간 한국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강럭한 블록을 형성하겠죠.
이런 어머니가 평생 투표 하신 대선후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1963년 5대 박정희vs윤보선 윤보선 투표
1967년 6대 박정희vs윤보선 윤보선 투표
1971년 7대 박정희vs김대중 김대중 투표
1987년 13대 노태우vs김영삼vs김대중 김대중 투표
1992년 14대 김영삼vs김대중 김대중 투표
1997년 15대 이회창vs김대중 김대중 투표
2002년 16대 이회창vs노무현 노무현 투표
2007년 17대 정동영vs이명박 정동영 투표
2012년 18대 박근혜vs문재인 문재인 투표
2017년 19대 문재인vs홍준표vs안철수 문재인 투표
세상여행님의 댓글
인수위 없이 바로 쓰레기 청소 시작해서 뭐 좀 하려고 할 때마다 매국당 것들은 민주당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했죠.
그러다가 개혁 타이밍 놓치고 청와대 내부는 상당수 sb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죠.
타이밍 기가 막히게 코로나도 터졌고요.
결국 진심 아는 국민들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정부 잘 만나 호강에 겨운 것들이 윤석열 찍는 바람에 경제, 외교, 국방, 치안 전 분야에서 일본의 바람대로 바닥을 향해 달리게 됐죠.
제발 좋은 건 고르지 못한다고 해도 악은 구별하자 이 말입니다...
미달이님의 댓글
이루리라님의 댓글
어머님 이야기 자주 해 주세요.
ghostonline님의 댓글
특히나 그 때 흔들리지 않고 정동영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것도 대단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 정동영을 믿지 못해서 표가 많이 분열되었던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때는 뭐가 어찌 됐든 민주당에 표를 넣어야하는 상황이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그 때 권영길 후보에게 표를 넣어서 표를 버렸지요...
concept님의 댓글의 댓글
ghostonline님의 댓글의 댓글
드니로님의 댓글
[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김정은이 통일각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을 보시면서 ]
이 때 진짜 저는 정말 너무 행복했었습니다.
남북이 진짜 이렇게까지 다시 만날 수 있구나.. 에 감탄하며 지금 생각해도 감동의 소름이에요 ㅠㅡㅠ
concept님의 댓글
찌쥬는두당님의 댓글
맑은공기님의 댓글
그래서 주위언니들에게 우리 후대를 생각해서 잘늙자고 합니다. 70대가 멀지않았다고..
커스텀키보드님의 댓글
멋진 어르신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