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층간소음으로 아랫집에서 칼 들고 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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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누군가가 도대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아파트 층간소음을 해결하겠다고 하니 옛 추억이 떠오릅니다.
저희집 큰애 초등학교 저학년, 둘째 3~4살 때였을 거에요.
집에서 애들이 한 번 뛰어놀고 나니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왔었어요. 뛰지 말라고.
큰애는 까부는 유형이 아니고 작은 애는 활발했지만 집에서 막 뛰어놀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자주 있었던 일이 아니었지만 항의 전화를 받으니까 무척 죄송하더라구요.
그리고 사과를 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애들한테 살살 걸으라고 당부를 했어요. 그게 애들한테도 마음에 걸렸는지 어떨 때는 뒤꿈치를 들고 다니더라구요. 아내가 애들을 관리해서 이후 층간소음은 없었어요. 집에다 소리 줄이는 장판 깔고 애들은 실내화 신고 다니게 했습니다. 애들이 얼마나 안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나서인가 또 애들이 뛴다며 인터폰으로 좀 심하게 항의를 하더군요. 그때 저도 집에 있었지만 아이들이 뛰지도 않았는데 항의를 하니 저도 기분이 상해서 아이들이 전혀 뛰지 않았다고 말을 했어요. 그때 제 생각엔 아랫집 남자가 층간소음에 노이로제가 있어 환각이 들리나 싶었습니다.
항의를 받고 한 15분 있다가 현관 벨이 울렸습니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하면서 느낌이 좋지 않아 안전고리를 걸고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 본 아랫집 남자(나이가 좀 있었습니다)가 문을 덜컥 열더라구요. 안전고리 때문에 더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손에 식칼을 쥔 게 제 눈에 보였습니다. 안전고리 안 했으면 저 죽을 뻔 했습니다. 순간 한편으로는 오싹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살인 욕구를 느꼈어요. 어떻게 애들 있는 집에 식칼을 들고 올 수 있는지. 층간소음 때문에 사람 죽였다는 뉴스를 보면 그때 일로 남의 일 같지 않아요.
너무 화도 나고 저 사람 빨리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육두문자를 섞어 욕을 바가지로 하고 저도 아내에게 식칼을 가지고 오라고 했어요. 그리곤 경찰에 연락하라고 외치면서 남자에게 "이 문 열고 내가 나서면 넌 반드시 내가 죽인다. 내가 너 못 죽일 거 같으냐. 이미 한 번 갔다 온 감방 두 번은 못 갈 것 같으냐"라며 소리를 쳤죠.
제가 난리를 치니 남자도 순간 당황한 눈치였어요. 그리곤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가더군요.
뒤에다 대고 제가 그랬어요. "너 한 번만 더 찾아오거나 아파트에서 마주치게 되면 넌 반드시 내가 죽인다"고. 혹시 모를 해꼬지를 방지해야 했습니다.
아내가 경찰에 연락은 안했습니다. 그 옛날에 CCTV가 없다 보니 증거가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대신 애들 보고 이제 맘껏 뛰어놀라고 했습니다. 엄청 열 받았어요. 그리고 큰애 학교를 아내가 조심히 데려다 주고 둘째는 어린이집 쉬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위 아저씨한테 상황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저씨가 큰애 등교할 때 도움을 주셨어요. 요즈음 같으면 학교 쉬게 하고 경찰에 신고 했을텐데 그때만 해도 제가 조심성이 좀 부족했나 봅니다.
제 기억엔 그 일이 있고 나서 좀 지나 아랫집이 이사를 갔습니다. 순간 분노를 참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있고, 오히려 더 험악하게 나온 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지금 생각해봐도 무척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nice05님의 댓글

아파트 지을 때 한 층 까진 안되더라도 반층이나 1/3층 높이로 층간에 공간을 두게 법제화 할 수는 없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 생각하면 그래도 되지 않나 싶은데 말이죠.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nice05님의 댓글의 댓글
의무교육 졸업장 다 있는데도 단 한번도 깨닫지 못했던 사실이네요. 초중교만 해도 9년을 다녔는데......
깨우침 감사합니다.
칼쓰뎅님의 댓글의 댓글
보통의 아파트들은 벽체식이고 (벽을 기둥대신 사용) 층간이 높지않죠. 어쩔수없습니다.
가장 좋은 층간소음을 없애는 방법은 슬리퍼를 신고다니는겁니다.
비빌님의 댓글

폐암말기던 모친은 결국 집에서 요양 못하고 거처를 옮기셨거든요
그말하니까 조용하더이다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Lasido님의 댓글

그런데, 왜… 부자들도 아파트만 좋아하는지…
WinterIsComing님의 댓글

WinterIsComing님의 댓글의 댓글
롱숏님의 댓글

20년중 12년은 층간소음에 어마어마하게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시끄러워 머리가 아파서, 천장을 향해 효자손으로 퍽퍽 치고 소리를 지르다가 천장에 구멍이 뚫린 적도 있었는데...
하루는 참다 못해서 따지러 올라갔다가(원래 대면하면 사고날까봐 절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윗집 사모님이...지금 사람이 없다는 말에... 그럴 리가 없다고 막 집안을 둘러보았는데..
정말 사람이 없더군요.
석고대죄하고 내려왔습니다.
아마 범인은 윗집의 옆집 같았습니다. 윗집에서는 그 윗집의 소리도 없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한층에 세집밖에 없는 타워형 아파트라...
그러나 그 옆집으로 따지러 갈 용기가 없었습니다.
요 2,3년은 윗집도, 그 옆집도 이사를 새로 와서.. 다행히 밤 10시 이후로는 조용합니다. (저녁식사시간 전후엔 러닝머신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아빠곰탱이님의 댓글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조알님의 댓글

아랫집 사람도 나보다 더 미친사람 만나서 똥밟았다 생각하지, 절대로 미안한 마음이 있다거나 느낀바가 있어서 이사가진 않았을겁니다.
보통 저런 사람들은 강약약강이라서.. 그냥 강하게 찍어누르는거 말고는 별 방법이 없죠..
고니아빠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