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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층간소음으로 아랫집에서 칼 들고 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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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작성일 2025.02.26 22:54
3,343 조회
25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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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누군가가 도대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아파트 층간소음을 해결하겠다고 하니 옛 추억이 떠오릅니다.


저희집 큰애 초등학교 저학년, 둘째 3~4살 때였을 거에요.

집에서 애들이 한 번 뛰어놀고 나니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왔었어요. 뛰지 말라고. 

큰애는 까부는 유형이 아니고 작은 애는 활발했지만 집에서 막 뛰어놀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자주 있었던 일이 아니었지만 항의 전화를 받으니까 무척 죄송하더라구요.

그리고 사과를 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애들한테 살살 걸으라고 당부를 했어요. 그게 애들한테도 마음에 걸렸는지 어떨 때는 뒤꿈치를 들고 다니더라구요. 아내가 애들을 관리해서 이후 층간소음은 없었어요. 집에다 소리 줄이는 장판 깔고 애들은 실내화 신고 다니게 했습니다. 애들이 얼마나 안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나서인가 또 애들이 뛴다며 인터폰으로 좀 심하게 항의를 하더군요. 그때 저도 집에 있었지만 아이들이 뛰지도 않았는데 항의를 하니 저도 기분이 상해서 아이들이 전혀 뛰지 않았다고 말을 했어요. 그때 제 생각엔 아랫집 남자가 층간소음에 노이로제가 있어 환각이 들리나 싶었습니다.

항의를 받고 한 15분 있다가 현관 벨이 울렸습니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하면서 느낌이 좋지 않아 안전고리를 걸고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 본 아랫집 남자(나이가 좀 있었습니다)가 문을 덜컥 열더라구요. 안전고리 때문에 더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손에 식칼을 쥔 게 제 눈에 보였습니다. 안전고리 안 했으면 저 죽을 뻔 했습니다. 순간 한편으로는 오싹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살인 욕구를 느꼈어요. 어떻게 애들 있는 집에 식칼을 들고 올 수 있는지. 층간소음 때문에 사람 죽였다는 뉴스를 보면 그때 일로 남의 일 같지 않아요.

너무 화도 나고 저 사람 빨리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육두문자를 섞어 욕을 바가지로 하고 저도 아내에게 식칼을 가지고 오라고 했어요. 그리곤 경찰에 연락하라고 외치면서 남자에게 "이 문 열고 내가 나서면 넌 반드시 내가 죽인다. 내가 너 못 죽일 거 같으냐. 이미 한 번 갔다 온 감방 두 번은 못 갈 것 같으냐"라며 소리를 쳤죠. 

제가 난리를 치니 남자도 순간 당황한 눈치였어요. 그리곤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가더군요.

뒤에다 대고 제가 그랬어요. "너 한 번만 더 찾아오거나 아파트에서 마주치게 되면 넌 반드시 내가 죽인다"고. 혹시 모를 해꼬지를 방지해야 했습니다.

아내가 경찰에 연락은 안했습니다. 그 옛날에 CCTV가 없다 보니 증거가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대신 애들 보고 이제 맘껏 뛰어놀라고 했습니다. 엄청 열 받았어요. 그리고 큰애 학교를 아내가 조심히 데려다 주고 둘째는 어린이집 쉬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위 아저씨한테 상황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저씨가 큰애 등교할 때 도움을 주셨어요. 요즈음 같으면 학교 쉬게 하고 경찰에 신고 했을텐데 그때만 해도 제가 조심성이 좀 부족했나 봅니다.

제 기억엔 그 일이 있고 나서 좀 지나 아랫집이 이사를 갔습니다. 순간 분노를 참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있고, 오히려 더 험악하게 나온 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지금 생각해봐도 무척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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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1 페이지

고니아빠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고니아빠
작성일 02.26 22:59
ㅎㄷㄷㄷ.... 너무 무서운데요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작성일 02.26 23:01
@고니아빠님에게 답글 세월이 지났으니 편하게 얘기하지 그때는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nice05님의 댓글

작성자 nice05
작성일 02.26 23:01
요즘 글들 보면 윗윗층이나 옆집에서 소음이 발생해도 피해층에선 윗층의 소음으로 느껴진다고도 하더군요.

아파트 지을 때 한 층 까진 안되더라도 반층이나 1/3층 높이로 층간에 공간을 두게 법제화 할 수는 없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 생각하면 그래도 되지 않나 싶은데 말이죠.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작성일 02.26 23:03
@nice05님에게 답글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초등학교 건물 가보면 아이들이 아무리 뛰어도 아래 교실에서 울리지 않지 않느냐. 학교 짓듯이 아파트 지으면 층간소음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nice05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ice05
작성일 02.26 23:05
@홍성아재님에게 답글 오~
의무교육 졸업장 다 있는데도 단 한번도 깨닫지 못했던 사실이네요. 초중교만 해도 9년을 다녔는데......
깨우침 감사합니다.

칼쓰뎅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칼쓰뎅
작성일 02.26 23:54
@홍성아재님에게 답글 일단 학교건물같은건 기둥식이고요... 층간이 워낙 높고요 ㅎㅎ
보통의 아파트들은 벽체식이고 (벽을 기둥대신 사용) 층간이 높지않죠. 어쩔수없습니다.

가장 좋은 층간소음을 없애는 방법은 슬리퍼를 신고다니는겁니다.

버미파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버미파더
작성일 02.26 23:03
공포영화의 한 장면인데요... ㄷㄷㄷ

비빌님의 댓글

작성자 비빌
작성일 02.26 23:03
전 이해 됩니다 전에 아파트살때 당시 따지고 윗층올라갔을때 우리애들감기걸렸니 뭐니 빽빽거리던데
폐암말기던 모친은 결국 집에서 요양 못하고 거처를 옮기셨거든요
그말하니까 조용하더이다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작성일 02.26 23:07
@비빌님에게 답글 저도 저 때 말고 그 다음 다음 아파트 전세 살 때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이사 간 집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집도 아프신 분이 계셔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CIELO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CIELO
작성일 02.26 23:38
그래도 그때 대응방법이나 순발력이 매우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결말이 좋게 끝나 다행이에요.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작성일 02.26 23:41
@CIELO님에게 답글 네 저도 다행이다 싶어요. 큰일 날 뻔 했습니다.

Lasido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Lasido
작성일 02.26 23:43
소음이 윗집에서만 발생 하는 줄 알고, 오해 하는 사람 많죠. 간단히… 멀리 다른층에서, 위든 아래든, 인테리어 공사한다고 하면, 건물 전체에 소음나죠. 똑, 같습니다.

그런데, 왜… 부자들도 아파트만 좋아하는지…

WinterIsComing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WinterIsComing
작성일 02.26 23:44
대한민국이 총기자유화 국가였으면, 남미나 미국 등등 하고는 비교 할 수도 없을 정도의 강력범죄 발생국가 였을 거라고 말하던 경찰분이 생각나네요.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작성일 02.26 23:50
@WinterIsComing님에게 답글 총이었으면 저 벌써 그때 죽었습니다.

WinterIsComing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WinterIsComing
작성일 02.26 23:57
@홍성아재님에게 답글 다들 트렁크에 k2 두어정 정도는 갖고 다니는게 일상 이었을 겁니다.

롱숏님의 댓글

작성자 롱숏
작성일 02.26 23:53
층간소음이 심한 아파트에 20년가까이 노모를 모시고 삽니다.
20년중 12년은 층간소음에 어마어마하게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시끄러워 머리가 아파서, 천장을 향해 효자손으로 퍽퍽 치고 소리를 지르다가 천장에 구멍이 뚫린 적도 있었는데...
하루는 참다 못해서 따지러 올라갔다가(원래 대면하면 사고날까봐 절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윗집 사모님이...지금 사람이 없다는 말에... 그럴 리가 없다고 막 집안을 둘러보았는데..
정말 사람이 없더군요.
석고대죄하고 내려왔습니다.
아마 범인은 윗집의 옆집 같았습니다. 윗집에서는 그 윗집의 소리도 없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한층에 세집밖에 없는 타워형 아파트라...

그러나 그 옆집으로 따지러 갈 용기가 없었습니다.

요 2,3년은 윗집도, 그 옆집도 이사를 새로 와서.. 다행히 밤 10시 이후로는 조용합니다. (저녁식사시간 전후엔 러닝머신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아빠곰탱이님의 댓글

작성자 아빠곰탱이
작성일 02.27 00:03
거의 20년 전 일이지만 천장 등이 흔들릴 정도로 윗집에서 쿵쾅거려서 올라갔더니 네살 다섯살 꼬마 둘이 해맑게 저를 보고 인사를 하더군요. 엄마랑 아빠는 애들 말리느라 기진맥진한게 보이고... 저한테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고...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애들한테 걱정말고 맘껏 뛰어놀라고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 이후로는 쿵쿵거려도 애들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냥 넘어가지더군요.

홍성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작성일 02.27 00:07
@아빠곰탱이님에게 답글 저도 3년 전인가 서울 살 때 윗층에서 애들이 막 뛰어다니는데 글에 쓴 옛 생각이 나서 별 말을 안했습니다. 어린 아들만 셋인 집이었어요. 그러다 너무 지나쳐서 인터폰으로 실컷 놀아도 되는데 10시 이후에만 피해주시라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딱 한 번 말씀드렸어요. 물론 그 후로도 층간소음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러려니 했어요. 그랬더니 죄송하다며 쌀을 가져다 주시는 거에요. 쌀에 적힌 주소가 홍성이고 쌀 생산자가 저 아는 분이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도 과일 가져다 드리며 그 쌀 어떻게 구했냐니까 자기 시아버지라고 하더군요. 이야 세상 좁구나 했습니다.

동탄아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동탄아재
작성일 02.27 02:38
글로봤는데 살떨리네요 ㄷㄷㄷ

조알님의 댓글

작성자 조알
작성일 02.27 05:23
와 그래도 잘 대처하셔서 무사히 넘어가셨네요.
아랫집 사람도 나보다 더 미친사람 만나서 똥밟았다 생각하지, 절대로 미안한 마음이 있다거나 느낀바가 있어서 이사가진 않았을겁니다.
보통 저런 사람들은 강약약강이라서.. 그냥 강하게 찍어누르는거 말고는 별 방법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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