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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절적으로 술 못마시는 한맺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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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홍성아재
작성일 2025.03.18 01:09
1,951 조회
25 추천

본문

알코올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없어 술을 전혀 못합니다.

외갓집은 술을 박스 째 먹을 수 있는 집인데 친가는 할아버지를 비롯해 아버지, 삼촌들 모두 술을 못했습니다.

더 나아가면 저희 성씨 대부분이 술을 못 마십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만난 같은 성 씨 사람들이 다 그랬습니다.

학교 다니며, 사회생활 하며 술 못 마셔서 친분관계가 넓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무척 아쉽고 콤플렉스였어요. 지금은 나이 먹어 그러려니 하지만.

어릴 때는 그런 사실을 몰랐고,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친구들과 영등포 로터리에 나가 술을 마시면서 제가 술이 안 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1980년대 중반에 고등학생이 술 마시러 다니고 당구장에 들락거리면 학교에서 중징계 받을 일이었는데 용케 안 걸리고 싸돌아 다녔습니다.^^ 친구들은 마시면 느니 자꾸 마시라고 했지만 아무리 먹어도 늘지를 않았습니다. 마시고 쓰러지기만 할 뿐. 지금 생각해보면 도수 낮은 맥주부터 천천히 배웠으면 모르는데, 술 처음 먹으면서 소주, 맥주를 심지어 섞어 마셨어요. 술 잘 마시는 친구가 있어서. 그러니 더 탈이 났죠. 결국 친구들도 제가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술을 권하지 않게 되었죠. 대신 안주빨 세우며 술자리에서 버티는 기술은 늘었습니다.

문제는 대학에 입학해서였습니다. 선지원세대라 이미 시험 보고 나서 얼마 후 합격자 발표가 이어졌었죠. 같은 과 합격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라 합격자 발표가 금방이었어요. 대학 입학이 결정되고 12월부터인가 학교에 나가 놀기 시작했습니다. 선배들이 반갑다며 막걸리를 사줬는데 문제는 우동 사발에 따라줬다는 겁니다. 선배가 권하니 어쩔 수 없이 마시기는 했는데 두 그릇 비우고 완전히 뻗었어요. 버스 끊겨 택시 타고 가다가 토하고 기절하고 해서 기사 아저씨에게 욕 바가지로 먹고 안양천 건너는 다리 전에서 쫓겨났죠. 그 추운 날 천변에서 한동안 엎드려 있었어요. 자세히 기억은 못하지만 그러다 새벽 4시인가 집에 들어와 한 이삼일 앓아누웠죠. 다음날 해장술 사준다고 기다리던 선배형에게 연락이 왔는데 어머니가 죽다살았다고 하니 선배형이 놀랐어요. 그게 과에 소문이 나서 입학식 이후 저만 유일하게 과에서 사발식 면제 처분을 받았습니다. 사고 날까봐 두렵다고. 당시에 웬만하면 열외를 안 시켰는데 선배형이 그때 크게 놀랐나 봐요.

그 이후로는 전혀 알코올을 입에 대질 않습니다. 그래서 술 종류를 전혀 몰라요. 술자리를 따라가는데 안주빨만 세우니까 욕만 먹고 다음부터는 안데리고 가더라구요. 데리고 가면 운전 시키고.^^

평생 술 못 먹는 게 한이었어요. 그래서 전 술 잘먹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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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1 페이지

Rebirth님의 댓글

작성자 Rebirth
작성일 03.18 01:31
복 받으셨다 생각됩니다.
만약 제가 술을 못 마셨으면,
지금 큰 부자가 되어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ㅠㅠ

Rebirth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Rebirth
작성일 03.18 01:31
@Rebirth님에게 답글 지금도 술 한 잔 하는 중.... ㅠㅠ
1

PATRICK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PATRICK
작성일 03.18 01:36
저도 같은 체질인데 어릴 때 술 먹다가 호흡 곤란으로 구급차에 실려갔는데 몇가지 검사를 하더니 의사가 한심한 눈빛으로 학생은 간이 알콜을 분해하는 기능이 거의 없어서 술 먹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이후로도 몇번 시도 해봤는데 후회 뿐이었습니다. 이후로 평생 술은 입에 대지 않고 있습니다.

피자왕버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피자왕버거
작성일 03.18 02:04
술 권하는 사회가 잘못된 것이지
술 못 마시는 게 왜 한이 될 일일까요...

취백당님의 댓글

작성자 취백당
작성일 03.18 02:54
복 받으실거에요.
술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어마어마 많습니다.

Saracen님의 댓글

작성자 Saracen
작성일 03.18 04:47
한국 사람의 30%정도나 술 분해 효소가 없다고 하는데, 실상은 30%가 안되는것 같죠. 아마 많은분들이 싫어도 술을 마시는게 아닌가 하는데요, 술 마시면서 사고나 나지, 거기서 무슨 중요한 대화가 될까요.
https://www.themedical.kr/news/articleView.html?idxno=941
제가 기억나는 건, 술 마시고 사고친 동료때문에 술자리 갔던 상사 이하 동료들이 돈 모아서 합의금 물어준거. 박사 받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사람이 술마시면서 마담을 칠건 또 뭐랍니까. 아직 돈 못 돌려받았어요.

gaguri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gaguri
작성일 03.18 06:32
술자리 트라우마로 공기업 두 번 퇴사하고 그 이후로는 정규직 직장생활을 1년이상 해본적이 없네요.  당연하게도 인간관계도 형식적이고 중년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외부 식사자리나 모임은 일단 정신적인 스트레스 그 자체입니다. 나이들어 어렵게 재취업했지만 지금도 술자리 좋아하는 상사때문에 앞날이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치않습니다.

Endwl님의 댓글

작성자 Endwl
작성일 03.18 06:55
여기 또 있습니다. ㅋㅋㅋ 저도 술 한잔만 마시면 온몸이 빨개지고 잠을 잡니다......그래서 술을 아에 안먹어요.

euphony님의 댓글

작성자 euphony
작성일 03.18 07:01
술을 못 마시지는 않는데 솔 먹고 사고친 경험도 있고 술 마시고 한 의사결정 때문에 고생한 기억에 굳이 찾아 마시지 읺습니다.

내란 멧돼지 때문에 요즘은 금주 중이네요.
슬 마시면 인간이 저렇게 추해지는구나라는
생각에 술이 전혀 안 땡깁ㄴ다.

틴핵 인용 선고되면 가볍게 한잔 할까 싶습니다

까망꼬망님의 댓글

작성자 까망꼬망
작성일 03.18 07:08
저희집도 술 못먹습니다. 아버님도 술한잔 하시고 쓰러지신적 있고...저도 그정돈 아니긴해도
맥주 한잔 이상 먹으면 몸이 붓고 아프더라구요.
문제는 우리나란 술 강권하는 사회였던터라(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75토깽이입니다..-.-...)
특히 공기업에선 술 못먹으면 일못한다라고 아예 못박고 말하는 상급자들이 많았던터라 손해 많이 봤죠
지금도 술자리 잡히면 잡힌 날부터 스트레스 쌓입니다...

조알님의 댓글

작성자 조알
작성일 03.18 07:27
저는 주량은 적지 않고 술 마셔도 잘 취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술은 거의 집에서 혼자 마시거나 아내랑만 같이 마시고,
어쩌다가 밖에서 다른사람 만나서 술 마시는 자리가 생겨도 맥주 한잔 이상은 안마십니다.
그래서 밖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은 제가 술 거의 못마시는줄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맛있는 맥주 찾아서 여행도 다니고 할 정도로
크래프트 맥주에 환장하는 애주가인데 말이죠..
취하고 나면 그담부터는 맛을 잘 못느껴서 비싼 맥주 마시는 의미가 사라지다보니
한번에 웬만하면 한캔정도.. 많아도 두세캔을 넘기진 않습니다.
그정도면 딱 맛있게 즐기며 먹기 좋은 양인 것 같아서 거기까지만 마시고 끝냅니다.

별이님의 댓글

작성자 별이
작성일 03.18 09:52
20살땐 그냥 먹었는데 군대 갔다온뒤론 잘 안 먹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 별일 없이 잘합니다
친구들도 좋아하고 친구부인들은 더 좋아합니다
제가 끼면 건전한(?)술자리 + 안전한 귀가 의 조합이기에 잘 보내줍니다
친구들은 술먹고 전 콜라먹고 밤새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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