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마리의 개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벗님

작성일
2025.03.24 13:08
472 조회
5 추천
본문
시선을 내려 풀잎 사이 묻혀있는 맨발을 바라봅니다.
발가락 사이로 까만 개미 몇 마리가 다가와 간지럽힙니다.
그러다, 개미 한 마리가 발가락을 물었어요.
그 친구에게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 것인지.
침에 쏘인 것처럼 발가락이 아픕니다.
오늘은 그런 날인가 봅니다.
풀잎 사이 머금었던 아침 이슬이 내 더운 열기를 식혀줄 때도 있고,
싱그러운 풀잎 향에 잠시 눈을 감고 시침 분침을 움켜잡을 때도 있고,
오늘처럼 무슨 투정인지 저렇게 작은 친구가 해코지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날이에요.
시선을 발끝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조금 더 멀리 바라보면 완만한 언덕이 보입니다.
우리가 나아갈 곳, 한 걸음 한 걸음씩 앞으로,
그렇게 우리는 그곳을 향할 겁니다.
가는 동안에도 발가락의 통증은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겠지만,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겁니다.
겁 없는 개미 몇 마리가 우리를 물려고 덤벼들지도 모르지만,
몇이나 성공할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를 막아 세울 수 있을까요.
* 이 글은 소모임 '글쓴당'에 올린 글입니다.
끝.
5명
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