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nbetterlife (59.♡.103.12)
2025년 12월 25일 PM 10:54 · 수정됨(12. 26. 05:40)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매우 강하게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제가 영화를 주관적으로 이해한대로의 후기이니 의견이나 설정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대홍수에서 주인공 안나 연구원이 인류 멸망을 대비한 신인류를 만드는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나옵니다.
인긴의 신체를 만드는 것은 이미 완성됐는데, 문제는 '감정'을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신인류가 지성을 바탕으로 이타성을 발휘해서 함께 '생존'을 하는 '감정'을 학습해야 하거든요.
그 감정을 '딥러닝'을 통해서 무한 반복합니다.
그 실험체가 '안나', 그리고 실험체이자 안나의 아들인 자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대홍수에서 극소수 인류만 살아남아 지구를 탈출합니다.
우주에서 우주선을 타고 계속 딥러닝을 해서 신인류에게 감정을 학습시키는 거예요.
이 딥러닝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역할을 하는 실험체의 인원 수는 극히 한정돼 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인원들에게 안나가 아들 자인이를 대홍수 속에서 찾아내서 구출하는 '모성애' 프로젝트 상황을 공통으로 전송하고 무한반복 합니다.
만약 안나가 아들을 못 찾으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인류는 멸망한다는 언급도 나옵니다.
참신한 부분은 신인류에게 감정을 학습시킨다는 부분이었어요. 인간이 온라인에서 쓰는 글을 분석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가상환경속에서 실제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든 과정을 딥러닝 한다는 설정이요.
아쉬운 부분은
첫 번째, 왜 하필 인류를 구하는게 '모성애'일까.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선 타인과의 연대가 더욱 희박해 지는 요즈음, 혈연이 아닌 타인과의 연대를 딥러닝해야 그 결과를 신인류에게 전송했을 때 더욱 생존 가능성을 높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제 기억에 유발 하라리가 앞으로 신인류가 나올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 신인류는 성별 구별이 모호해서 '출산'도 성별 구별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모성애'라는 것도 인류가 출산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인류 생산이 가능한 시대에서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요.
두 번째는 '효과적 이타주의'에 대한 딥러닝입니다.
클리앙에 23년도에 샘알트먼에 대해 제가 올린 글이 있는데, 샘 알트먼은 '효과적 이타주의'를 주장하거든요.
쉽게 말하면 유능하고 선한 의도를 가진 극소수가 전 세계 부를 독점하고 재분배한다. 효과적 이타주의로 전 세계 사람들의 윤리도 자신들이 판단하고 돌본다는 사상입니다.
"올트먼 본인도 해당 운동의 영향권에 있다. 그는 지난해 트위터에서 “엄청나게 결함이 있는 운동”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개인으로서의 이타주의자들은 거의 항상 유난히 친절하고 선의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범용인공지능(AGI)을 만들어 전 세계 부의 상당 부분을 획득한 뒤 이를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 https://www.khan.co.kr/article/202311211702001#ENT
그런데 최예진 교수는 이 '효과적 이타주의가 '전체주의적 사상'이라서 위험하다. 이 전체주의 사상이 인공지능에 학습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대홍수에서 안나를 제외한 아이도, 안나를 목숨걸고 구출해온 요원 손희조도, 손희조를 제거한 회사의 보안팀들도 모조리 헬기를 타기 전에 제거될 운명이거든요.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인류와 사회의 안녕을 위해 효용성이 떨어지는 개인은 부속품처럼 바로 제거되는, 마치 전체주의 사상을 담은 '국민교육헌장'을 전 국민에게 국민학교때부터 강요하며 암기시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걸 '효과적 이타주의'라는 명목으로 딥러닝 시키는 것 같았어요.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너무나 쉽게 정당화해도 되는 것일지, 그게 효과적 이타주의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딥러닝을 대홍수에서 보여주는게 아닐까 비판적으로 보게 되는 부분입니다.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실사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모님이 피난할 때 타신 메러디스 빅토리호 기적의 배라고 생각합니다.
“1950년 12월 22일 국군과 연합군은 해상철수를 결정하고 흥남부두로 집결합니다. 그곳에서 10만 명의 피난민도 탈출을 시작합니다. 뒤에는 적군이 앞에는 바다로 가로막힌 절체절명의 순간에 피난민은 만여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배 한 척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승선 정원은 고작 60명이었습니다.
“피난 민간인도 승선시켜달라”는 현봉학 당시 미 10군단 고문의 설득으로 미 10군단 알몬드 소장은 “민간인도 승선시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단 한 명의 피난민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배에 실린 무기와 짐을 바다에 버렸습니다.
1만 4천 명의 피난민들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미군이 선물한 ‘사탕 한 알’로 사흘을 버텨 거제도에 도착했습니다.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으며 다섯 명의 새 생명이 기적처럼 태어났습니다.
1만 4천 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남쪽으로 향한 ‘기적의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타고 있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policyFocusView.do?newsId=148838799&pkgId=49500687
소수의 이해는 버려지고 무시되는 비 인간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UN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하며
"인간중심의 인공지능 연구소 교수"라고 최예진 스탠포드대학 교수를 소개한 이유일 겁니다.
최예진 교수
"서구적 가치관만 배운 AI의 오류 가능성
다학제적, 다문화적, 다언어적 협업이 필요합니다."
https://damoang.net/free/4998629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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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고래
25.12.25 · 17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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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iynbetterlife
→ 솔고래 작성자
25.12.25 · 59.♡.103.12
대홍수는 당일 하루 단숨에 인류가 멸망하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딥러닝에서는 그 극단적 상황을 가정할 필요는 없거든요.
현실에서는 여주 등 극소수 요원들만 데리고 탈출하더라도
새로운 행성에서 왜 대홍수와 인류멸망을 가정하며 핵심 인물들만 살아남게 하는 과정을 딥러닝 하는 걸지 궁금합니다. 인류를 신체를 찍어내서 대홍수 보다는 안전한 곳에서 정착시킨 상황을 가정한 딥러닝인데요. -
솔솔고래
→ diynbetterlife
25.12.25 · 175.♡.0.55
어쩌면 한국팀의 AI 기술한계거나 여주인공의 1-2일간의 마지막 기억이므로 구현하기 쉬웠거나요 세세하진 않지만 굴릴수 있는 최대레벨로 지정하여 부족한 자원에서 극단으로 돌리는 아주 편안 영화적 장치인지도 모릅니다 -
Ddiynbetterlife
→ 솔고래 작성자
25.12.25 · 59.♡.103.12
우주선에서 돌릴 수 있는 최대 가용 설정일 수도 있었겠네요. 정착한 행성에서도 최초엔 극단적 생존이 필요했을 테고요. 그래도 좀 더 다양한 캐릭터들의 내면의 고민을 보여줬으면 좋았겠습니다.
내가 왜 스스로를 주저함 없이 제거하는지, 안나만을 위해 자신을 쉽게 제거하는 고민이 다른 캐릭터에게서 보이지 않아서 그냥 소모품처럼 보였어요. -
솔솔고래
→ diynbetterlife
25.12.25 · 175.♡.0.55
불친절해도 핵심을 꼭 찝어서 보여주거나 너무 친절해서 과하거나 아님 영리하게 배분해서 흥미를 유발하거나 연출이 어려운 작업은 맞지만 대홍수는 그런면에서 불친절한데 핵심은 이해안되고 대사를 많이 나열하여 설명했냐면 그것도 아니고 생각거리는 던져주면서 깊이는 없으니 연말에 어떤이유로는 핫한 영화가 나온거 같네요 -
Ddiynbetterlife
→ 솔고래 작성자
25.12.25 · 59.♡.103.12
그래도 관련해서 게시글도 많이 올라왔고, 특히나 허지웅 평론가의 대홍수 관련 글에 달린 좋은 댓글들도 많았어요. 공부가 됐습니다. '대홍수'도 그 어떤 영화에 대해서도 아닌 고민없는 쉬운 지적과 혐오로 영화평론이든 제작이든 영화판을 고사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는 취지라고 해석한 댓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솔고래 님의 의견도 우주선의 가용자원 면에서는 딥러닝 설정이 매우 제한적일 수도 있겠구나 공부가 됐습니다. 영화적 캐릭터 연출 면에서는 섬세함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만요. -
하하늘걷기
25.12.25 · 211.♡.97.42
인간성을 너무 겉핥기로만 표현했죠.
모성애나 이타적인 마음도 인간을 이야기하지만 분노와 이기적인 마음도 인간의 한 단면입니다.
sf에서 늘 나오는 화두인 인간이란 무엇 인가를 잡은 건 좋은데 모성애를 선택한 건 너무 쉬운 선택 아니었나 싶습니다.
희생되는, 하는 사람들에게도 조금 더 서사를 부여해 주었다면 더 극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데
역시 정보 주입식으로 다루고만 지나갔죠. -
Ddiynbetterlife
→ 하늘걷기 작성자
25.12.25 · 59.♡.103.12
모성애 하나만 붙들고 극을 끌어가니 대재앙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기만 했습니다. 한편 그렇게 생존을 다투는 상황임에도 개인적으로는 지루하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왜 지루함을 느꼈는지를 잘 집어내 주신 것 같아요. -
매매일두유
→ 하늘걷기
25.12.25 · 117.♡.17.140
안봤지만요! 감독분 칼융을 봐야합니다! 나의 천개의 파편화된 인격들요! 쿄쿄~ -
매매일두유
25.12.25 · 117.♡.17.140
제가 세부 문맥들 내용은 모르지만요
레딧에서도 샘 알트먼이나 거대 테크기업의 지배 이런 기사들 사이버펑크적 인간성이 사라진 미래 이야기 보는데요
반대는 희생 연민등 그리스도교에서 제가 신성하다고 느끼는 가장 좋아하는 부분들 입니다. (냉담자요 ㅌㅌ~)
전광훈은 극우 개신교고 저도 싫어하나, 이로인한 종교 자체에 대한 배격은 좀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좀 토론 해보다가 포기요.
제가 정신력이 별로라...
결국 그냥 소시민이라 제가 행동 가능한 일만 합니다.
항상 이런 기사들 글들 감사드립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그 AI가 모성애 제외하고 다른 팀에서 훈련시켰는지는 모르니 선택적일수 밖에 없는 상황은 아쩌면 인류 역사상 비교될수 있는 조건이.. 과연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