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탑승 안 하고 돈 받아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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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3일 PM 09:24 · 수정됨(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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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살짝 어그로를 끌어 죄송합니다만 사실 이게 틀린 말이 아닙니다. 저는 에어 프랑스 비행기를 타지 않고 에어 프랑스에게 돈을 받아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이들을 상대로 돈을 받아낼 생각은 없었고 원래는 비행기를 타려고 했습니다. 사실 정말 타고 싶었어요.



1)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에어 프랑스의 마지막 밤 비행기 표를 구입


파리 공항에서 탑승하기 위해 공항에서 짐을 부친 후 대기 중 비행편이 취소됨. 항공사에서 마련해준 대체편은 직항이 아닌 환승편이었고 24시간이 지연되는 것임을 확인


짐을 찾고 대신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가려고 했으나 한 번 부친 짐은 다시 찾을 수 없다고 들음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보상 방침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기차를 타고 벨기에 브뤼셀을 거쳐 베를린으로 이동하기로 결정. 비행기 표 취소


이미 부쳐진 짐은 베를린 호텔로 배달된다는 확답과 확인 문서를 수령


2) 저녁 식사 도시락 구입, 브뤼셀행 기차 탑승, 브뤼셀 역사 내 호텔 숙박, 아침 도시락 구입, 브뤼셀에서 기차를 타고 베를린 도착


3) 그러나 10일이 지나도 짐이 도착하지 않아 결국 짐을 완전 분실했다고 간주하고 생필품을 구입 (휴대용 전기 면도기, 우산, 헤어 왁스, 겨울 양말 여섯 켤래, 목도리 겸 모자, 여행용 접이식 더플백, 팬티 세 개, 헤어왁스, 와이셔츠)


그러다가 짐 분실 후 무려 14일만에 런던에서 짐을 수령



… 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여행의 절반 이상을 완전히 망쳤으며 짐을 찾기까지 정말 별의 별 과정을 다 시도해보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베를린에서 쾰른으로 가는 기차에 탑승했다가 눈폭풍에 갇히는 바람에 기차가 되돌아가서 예매한 음악회도 못 가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정말 힘든 여행이었죠.



그리고 오늘, 드디어 에어 프랑스측에서 제게 줄 모든 돈을 다 보내준 것을 확인했습니다.



1) 비행기 표 값을 환불받았고 (약 450,000원)

2) 목적지까지 가는데에 지출된 교통비, 숙박비 및 합리적인 수준의 식음료비를 보상받았으며 (약 663,000원)

3) 수화물 분실에 따른 합리적인 수준의 생필품 지출비를 보상받아 (약 229,000원)



총 1,312,000원을 수령했습니다.



에어 프랑스에 대해 말하자면…


가. 고객에게 결항 통보를 한 이후의 대처방식이 엉망입니다. 항공편이 취소되었다는 안내 메시지를 왓츠앱으로 받았는데 대체편이 마련될 때 까지 기다리라거나, 호텔이 제공되는지 승객이 직접 예약해야 하는지, 식음료 및 호텔 지원 금액한도가 얼마인지에 대해 안내가 동시에 이루어졌다면 제가 혼란을 겪지 않았을겁니다. 공항 내에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이런 정보를 다 직접 알아내야 했고 항공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말이 달라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나. 24시간 운영된다는 에어 프랑스 고객센터와 통화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조금 길어진다 싶으면 자동으로 전화가 끊깁니다. 오히려 왓츠앱으로 문의하면 처음에는 AI가 응대해주고 그 이후 사람과 직접 소통할 수 있습니다.


다. 에어 프랑스 한국 지사는 거의 도움이 안 됩니다. 에어 프랑스 한국 지사에 전화를 걸면 전화 목적에 따라 몇 번을 누르라고 안내가 나옵니다. 한 팀과 전화를 하다가 다른 팀과 이야기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 회사에는 내선 전화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없다고 합니다. 다른 담당자와 추가로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전화를 다시 걸어야 합니다.

보상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오전과 오후 각 두 시간 정도씩만 통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상 문제를 전담하는 직원은 프랑스에서 근무합니다. 에어 프랑스 한국지사로 전화를 걸면 프랑스에서 전화를 받는 겁니다. 시차가 있기 때문에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시간 정도씩 이 창구가 열립니다. 문제는 이 팀과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이 미리 공지가 되지 않습니다. 시간을 벗어나 전화를 하면 홈페이지에 문의를 하라고 전화가 끊겨버리고, 다른 팀과 전화하면 파리 팀과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을 알려주지만 연결은 직접 못 해줍니다. 저는 파리에 근무하는 이 (분실 수화물) 보상팀에 전화를 걸어 제 짐이 오지 않았으며 런던으로 이동중이니 짐을 찾으면 런던으로 보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통화를 하지 않았으면 더 큰 곤경에 빠졌을겁니다.

한국 지사의 서울팀과 파리팀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고객 보상팀과 환불팀 또한 완전히 분리되어있습니다. 보상팀에 전화를 걸어 환불이 지연되는 이유를 물으면 자신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며, 한국 지사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이야기하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온라인으로 산 표의 환불 문제는 프랑스의 에어 프랑스에 직접 연락해보라고 안내 받았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니 이게 에어 프랑스만의 문제인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항공사가 다 이런 식인지, 모든 항공사가 이런 식인지 의문이 들더군요. 과연 싱가폴 항공 같은 조금 더 비싼 항공사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루프트한자는 더 나을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으면 어떨까 등등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에어 프랑스 한국 지사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요? 에어 프랑스 웹사이트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다만, 그나마 에어 프랑스가 칭찬받을만한 점이라면


라. 직원들이 꽤 친절합니다. 파리 공항 직원, 전화로 응대한 직원 모두 친절하게 응대했습니다. 어조가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콜센터에서 들을 수 있는 그 특유의 억양이 아니었습니다. 상담원이 마치 감정이 없고 지침서에 있는대로만 문장을 읊어 결국 소비자를 도와주지 못하고 소비자를 더 화나게 하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을겁니다. 에어 프랑스의 직원들은 진짜 ‘인간적으로 소비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듯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 참 신기했습니다.


마. 느려터지고 복잡하지만 어쨌든 보상 시스템은 작동합니다. 특히 제가 위의 2) 에서 지출한 비용을 보상받아 놀랐습니다. 제 짐이 이미 에어 프랑스의 수화물 시스템에 들어가 있어 그랬나 싶은데 결과적으로 짐은 에어 프랑스가 보냈지만 저는 에어 프랑스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선택’한 셈입니다. 그런데 공항의 항공사 직원이 이런 비용이 다 후불 처리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확인해주기도 해서 큰 걱정은 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분들께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a. 저처럼 짐을 이미 부친 후 결항이 되면 웬만하면 그냥 항공사에서 제공해주는 대체편을 이용하십시오. 파리-베를린 직항이 결항된 후 총 24시간이 지연되는 파리-비엔나(에어 프랑스), 비엔나-베를린(오스트리아 항공)편을 제안받았는데 저는 거절하고 기차를 탔습니다. 오스트리아 항공편이 제 짐을 싣고 베를린에 도착한 것을 웹사이트에서 확인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짐이 제게 배달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베를린 공항에서 근무하는 에어 프랑스의 수화물 외주 회사는 제 짐이 안 왔다고 했고, 오스트리아 항공의 외주사는 제 짐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제 짐을 확인하려고 조차 안 했습니다. 항공사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습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죠. 항공사가 당연히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주리라 기대 마시고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이세요.


b. 여행하시면서 e-sim으로 데이터만 준비해 사용하시며 여행하시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이런 경우 음성 통화를 하게 되면 비싼 로밍요금을 지불해야 하죠. 싼 요금으로 음성 전화통화가 가능한 앱이 있으니 저처럼 음성 통화가 필여한 경우 사용하세요. (Telz)


c. 유럽 내에서 갑자기 통보된 결항 및 지연 후 발생한 모든 지출 비용에 대해 꼼꼼하게 영수증을 챙겨두시기 바랍니다. 제 생각에는 괜히 싼 음식과 물건만 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물론 터무니 없이 비싼 사치품이나 비싼 물건의 값은 지급 거절당하겠지요.



이제 이 악몽이 다 끝났네요. 돈을 벌었다는 생각은 눈꼽만큼 들지도 않고 여행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만 떠오릅니다. 나름 해외여행을 자주 다닌다고 생각해서 여행에 부담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제가 그동안 매우 운이 좋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럽에 당분간 가지 말아야 할지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만… 앞으로 제게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여행하실 때에도 이런 극적인 상황을겪지 않기만을 기원합니다. 





댓글 (20)

  • Icyflame

    Icyflame Lv.1

    02.23 · 211.♡.240.220

    생생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ㅎㅎ
    고생 많이 하셨네요ㅜ
    그래도 보상은 다 받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언젠가 참고하겠습니다 ㅎㅎㅎ
  • PWL⠀

    PWL⠀ Lv.1 → Icyflame 작성자

    02.23 · 172.♡.52.232

    느려터지지만 되긴 됩니다. 유럽맛이 이런건가봐요
    ㅡㅡ
  • 아기고양이

    아기고양이 Lv.1

    02.23 · 223.♡.45.50

    사용기에 올려주실 내용이네요.
    즐거우셔야할 여행 중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짐 찾으셨을 때 축하메시지 내신 것도 보았었지만 이렇게 읽어보니 얼마나 고되고 힘드셨을까 싶네요. 보상 잘 받으셔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 PWL⠀

    PWL⠀ Lv.1 → 아기고양이 작성자

    02.23 · 172.♡.52.233

    감사합니다. 호텔방은 스위트로 업그레이드 받았는데 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ㅋㅋㅋ
  • 무적전설

    무적전설 Lv.1

    02.23 · 185.♡.141.37

    대체편이 하나는 스카이팀, 후자는 LH자회사에 스얼... 혼란하네요. 이래저래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목이 어그로가 아니라, 그냥 겪으신대로 쓰신거네요.
  • PWL⠀

    PWL⠀ Lv.1 → 무적전설 작성자

    02.23 · 172.♡.52.233

    맞아요. 그게 치명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베를린 공항에서 날 진상고객 취급하던 그 두 회사 직원들… 똑같은 일 당하길 바랍니다.
  • sinoon

    sinoon Lv.1

    02.23 · 59.♡.151.61

    이게 한국공항과 국적 항공기 수준이랑 외국 항공 서비스 전반의 수준 차이가 심한거 같습니다
    걍 얘들은 서부시대 역마차식으로 서비스를 하는거 같아요
    데러다 줬으믄 된거지 뭘더 바래 이런 느낌 ㅋㅋ
    공항은 내렸으믄 빨랑 가지 뭘 더 바래 이런거고요
  • PWL⠀

    PWL⠀ Lv.1 → sinoon 작성자

    02.23 · 172.♡.52.233

    제가 기대한 대처방식하고 너무 달랐어요. 나름 그 동네 대표 국적항공사일테고 세계적인 항공사인데 말입니다.
    사실 저는 실질적으로는 오스트리아 항공에 더 책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아무튼 법적으로는 에어 프랑스 책임이랍니다. ㅡㅡ
  • 무적전설

    무적전설 Lv.1 → PWL⠀

    02.23 · 185.♡.141.37

    어 AF책임은 맞아요. 원칙대로는 그렇긴 한데.... 서로 인터라인만 연결되었지 업무협조가 잘 안되었을거에요.
  • 달짝지근

    달짝지근 Lv.1

    02.23 · 49.♡.149.207

    흠.. 왠만하면 기다렸다 대체편 타는게 좋겠군요
    결항이라는 상황이면 다른 교통편도 비슷한 상황이 있을 가능성을 일단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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