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223.♡.73.153)
2026년 4월 7일 PM 12:09
어제 올린 글에 로맨틱가이가 스토커로 변신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어요.
https://damoang.net/free/6088611
매일 오던 손님이었던 애가 인근 관광지에 같이 가자고 해서 다녀왔다는 내용까지는 어제 적었고, 왜 얘가 스토커가 됐는지는 적지 못했는데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제가 얘랑 잘 해볼 생각이 없었거든요.
잘 모르는 사람의 차를 얻어타고 유명 관광지에 가본 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워홀러들이라면 그런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었고, 걔도 저도 같은 처지에 휴일에 같이 관광지 둘러보고 오자고 했던 게 데이트 신청이란 생각을 못 했어요.
근데 가기 전에 와서 뭐 좋아하냐, 무슨 색 좋아하냐 이것 저것 묻더니, 거길 다녀오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베개 하나를 주더라구요.
자는 거 좋아하고, 좋아하는 색은 green이라고 답했더니 연둣빛 베개피에 🩷sweet dream, kitten(이건 아니지만 제 영어 이름)🩷을 수를 놓아서 베개를 선물했습니다.
그 관광지에서 파리가 많았는데 막 뛰어가서 땀을 벌뻘 흘리며 기피제 같은 걸 사다주고 그러는 모습이 귀엽긴 했어요. 말도 예쁘게 했었구요.
그렇지만 저는 한국에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고 외국인을 만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어서 가족관계 같은 걸 슬쩍 물으면서 지갑 대신 갖고 다니던 수첩에 껴두었던, 가족 사진이랑 당시 남친과 같이 찍은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사귀자는 제안을 해본 적도 없이 0고백 1까임을 당한 녀석이 며칠 후 제 휴무일에 휴게소에서 소란을 피운다고 해서 가봤더니 제게 화를 내서;; 찾아오지 않았음 좋겠다고 하니 그때부터 스토커로 돌변한 거였죠.
만나줄 때까지 기다린다고 가게 앞에 있으니 사장이 경찰 부르고, 사장이랑 매니저도 몇 번 뭐라 했던 것 같고, 휴게소 뒷편에 있는 방 하나에 지내고 있었는데 제가 퇴근할 때 지켜보고 있다가 그 방 위치를 알아냈는지 문 앞에 엽서를 두고 가서 아침에 보고 너무 무섭고 내가 뭘 잘못 했길래 이런 일까지 당하나 싶어서 서러워서 엉엉 울고 ㅠㅠ 엽서 내용도 진짜 어디 말도 못 하게 정말 불쾌했어요. 하아…
그 후로도 cctv 로 얘를 본 사장님으로부터 “걔가 어젯밤에도 니 방 주변에 있었다.”는 얘길 더 들었구요.
또 더 황당한 일은 어떤 남자애가 음료 계산을 하려고 하면서 저를 무슨 부모 죽인 원수마냥 노려보더라구요. 너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는 게 무섭다기 보다는 의아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스토커랑 같은 농장에서 일하는 그 동네 청년이었고, 스토커가 거짓말을 했었나 보더라구요. ㅋㅋㅋㅋㅋ
걔네들 사이에서 제가 완전 나쁜 여자가 되어있었던 것 같은데 ㅋㅋㅋㅋ 매니저였나 친구 남친이었나 누군가가 ‘그게 아니고 제가 스토킹 당한 거라고’ 설명해주고 그 다음부터는 평범한 눈빛만 보여줬고 ㅋㅋㅋ 한 번은 어떤 할머니가 오셔서 주유해달라고 하셨는데(셀프 주유이고 저는 당시 운전을 못 해서 주유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할 줄 몰라서 곤란해하고 있으니 이 친구가 자기가 해준다고 가서 도와준 적이 있었어요.
얘가 잘 생겼었는데 이름이 제이슨이어서 충청도 사투리 쓰시던 회원분 닉네임 보면 종종 얘 생각이 났었네요. ㅋㅋㅋ
암튼 얘기가 다른 데로 빠졌었고, 로맨틱가이와 스토커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트 하나 있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선물거리를 장만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해주고, 제 생각하며 수를 놓아 선물하는 것까지는 로맨틱했는데;; 나이가 어렸으니 연애 경험이 없었을 것 같고, 그래서 짝사랑에 빠진 자기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몰랐던 것 같아요.
이 스토커가 정말 나쁜 애였다면 저를 더 심하게 괴롭혔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좀 비뚤어진 마음에, 어쩔 줄 몰라서 그랬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 결과적으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고, 당시에는 공포감이 엄청났고 그 후로 젊은 백인 남성들과 어제 적은 다른 일로 할아버지들도 엄청 경계하고 다녔습니다.;; 경계할 필요가 전혀 없는 남자가 말 걸어도 무례할 정도로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대답도 잘 안 하고 그랬어요.;;;
여성 동료들도 제게 했던 말과 그 후의 행동이 전혀 달랐다고 전해 듣고 사람 무섭다고 대인기피에 불면증에 아주 최악의 시간을 보내다가 몸이 아플 정도가 되어서야 할 수 없이 귀국하고 집에 와서 맘이 편안했는지 2주만에 10킬로가 쪘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무섭고 괴로운 일이었어요.
그런데 스토커가 저한테 반했던 이유는 별 게 없었어요. 제가 자길 보고 웃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앙님들이 고백공격으로 혼내준다는 말씀 하시면 웃기긴 웃긴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많은 젊은 여성들의 사회적 친절에 내가 호감을 느꼈다 정도가 아니라, 쟤도 날 좋아한다며 눈치 없이 급발진 하는 남성들이 있어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제 입장에서는 웃프죠. 임시직 알바도 아니고 정규직이라면 더 곤란한 일이구요;;
물론 스토커는 좀 다르긴 해요. 상대가 자길 좋아하든 아니든 엄청난 집착과 광기를 보이니까요.
사람과 사람 간에 건강한 감정 교류를 못해본 사람들이 하는 짓인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갖지 못하는 걸 더 갖고 싶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안달나서 미치겠다가 급기야 상대방을 괴롭히고 파괴하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보여요.
그래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스토커는 위험한 짓을 할 수 있으니 피해자 분들이 꼭 보호 받으시면 좋겠어요.
여지를 잘못 줘서도 아니고, 어떤 잘못을 해서도 아니라 스토커가 이상한 거니 피해자 분들이 자책하지 않으시면 좋겠구요.
아, 근데 무슨 결론을 내려고 했는지 까먹었어요. ㅠㅠ 글이 길어지다보니 정신이 없군요.;;
큰 사고 없이 넘어갔어서 정말 다행인데 무서운 경험을 하고 나니 그 후로는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 한 번씩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감정이 누그러져서 그런가 그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뻘글이 너무 길었습니다. 맛점 하세요.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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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냉동실발굴단
04.07 · 58.♡.1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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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V426
→ 냉동실발굴단
04.07 · 39.♡.223.199
6. 장기가 필요해서
7. 보험이나 영어 교재 팔아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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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EZealot
→ LV426
04.07 · 220.♡.120.28
8. 도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봐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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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냉동실발굴단 작성자
04.07 · 223.♡.73.153
단장님 재밌으신 거 맞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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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V426
04.07 · 39.♡.223.199
여자들과 연애나 비즈니스 아니면 별로 대화해 본 적이 없는 남자들 대다수의 착각 - 나한테 친절하고 상냥하게 웃어주는 여자는 나한테 반한 거!
아니라고 설명해줘도 당최 믿질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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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LV426 작성자
04.07 · 223.♡.73.153
아이고, 대체 어떻게 설명해줘야 믿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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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망앙마
04.07 · 222.♡.24.95
서구 문화권 친구들은 그래도 동양권 보다는 그런 쪽으론 어.. 뭐랄까 쿨하다??는 선입견 같은게 있는데 꼭 그렇지도 않군요. 역시 이성간의 간극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마찬가지인가 봐요.
그도 아니면 그 친구가 나이가 더 어렸다던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여튼 저는 저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째려보기 부터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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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까망앙마 작성자
04.07 · 223.♡.73.153
걔는 독일인이었는데 그랬어요.
나라별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때 걔가 21살이었는데 어려서 그랬을까요. 근데 어제 글의 그 사장은 나이 많아도 더 미친 짓 했고… 나이도 상관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앙마님께 접근하는 사람이 있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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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망앙마
→ 아기고양이
04.07 · 222.♡.24.95
흥 핏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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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V4030
04.07 · 106.♡.202.136
인기 많으셨네요. 저는 나혼자만 레벨업을 해서 이런 류는 잘 모릅니당 ㅎㅎㅎ. 응 어째서 눈물이 ㅠㅠ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래서 늘 자기 최면을 겁니다.
제 앞의 사람이 지금 웃는 건
1. 제가 웃기게 생겼기 때문
2. 웃어서 잘 보여야 하는 사회적 관계 때문
3. 조증 처방약 먹는 것을 까먹었기 때문
4. 저 모르게 로또 1등했기 때문
5. 기타등등
같은 이유일 것이다.. 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야 반하지 않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