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nLIVE (124.♡.137.94)
2026년 5월 4일 AM 12:22
강제로 백수 라이프를 즐기던 와중에 《월간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지에 얽힌 여러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시간도 많은 백수인지라 아예 날을 잡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여러 권을 대출 받아 복사를 떠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몇 건의 포스팅을 했는데, 《Game of Life》 얘기는 앙님들과 공유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올립니다.
[추억의 기록] 콘웨이의 생명 게임에 대한 오래된 기억들꞉ 8비트 시대의 경이
《Scientfic American》 1970년 10월호에 마틴 가드너는 자신의 칼럼에서 game “life”를 최초로 공개합니다.
존 콘웨이(John Horton Conway)의 아이디어를 정리한 이 글은 이후 수십 년 간 많은 개발자와 수학자들을 열광시키게 되죠.
프로그래머라면 한 번쯤은 거쳐 가야 할 코딩의 성지와 같은 과제가 되었으며, 가장 단순한 논리에서 가장 복잡한 생명력이 탄생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즐거움을 선사해 왔습니다.

1. 대한민국, ‘생명’을 만나다
이 게임이 지면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던 건 아마도 《월간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1985년 6월호였던 것 같습니다.
(혹시 그 전의 다른 문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해당 글에서는 “Life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있다”고 되어있지만, 당시의 환경을 생각하면 겸손의 표현이 아닌가 싶어요.
혹은 이미 알 만한 ‘꾼’들 사이에서만 전설이었을 수도 있고요.

기사는 애플 호환기종, SPC-1000, MSX 기종을 위한 BASIC 소스 코드를 함께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하드웨어 스펙으로는 그 감동을 느끼기에 ‘속도’라는 벽이 너무나 높았죠.
2. 0.5 MIPS의 한계와 기계어 굇수들의 등장
당시는 메인 프레임이 겨우 10~20 MIPS를 찍던 시절이었습니다.
0.5 MIPS Z-80에서 동작하는 BASIC 인터프리터 프로그램이란 그냥 인내의 과정일 뿐이었죠.
하지만 개발자들은 늘 한계를 돌파하는 법을 찾아내는 법이죠.
《월간 마소》에서는 두 달 뒤에 SPC-1000에서 동작하는 기계어 활용 버전을 생명Ⅱ란 이름으로 공개합니다.
이제부터 슬슬 굇수들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거죠.
그 다음달에는 애플 호환기종 용 생명Ⅱ도 공개되기도 했어요.

3. “다시는 중학생을 무시하지 마라”
이듬해인 1986년, 드디어 우리 MSX 용으로도 기계어 버전의 생명 게임이 공개됩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작품을 기고한 분이 중학생입니다…
다시는 중학생을 무시하지 마라!

4. 낭만의 시대가 남긴 것
지금은 컴퓨팅 파워의 비약적인 향상으로 이렇게 하드웨어 성능을 한계까지 몰아붙일 필요가 없죠.
아니, 애초에 직접 구현할 필요도 없어요.
Play John Conway’s Game of Life만 가봐도 훨씬 더 넓은 화면의 버전을 쓸 수 있어요.
하지만 효율과 성능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지금, 가끔은 그 낭만의 시대가 그립습니다.
부족한 클록 수와 좁은 메모리 안에서 어떻게든 ‘생명력’을 구현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의 순수한 열정이…
덧1. MSX용 생명Ⅱ를 만드신 중딩 차재춘 님은 지금 포항공대에서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십니다.
최석준 기자의 블로그에서 상세한 인터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굇수의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말씀은 언제나 흘려들어야 해요
이런 굇수의 공부는 썩 잘하지 못했다는 말씀 역시 우리에겐 아무 의미 없어요
참고로, 아인슈타인도 수학 못했다는 얘기가 종종 들리는데, 정확히 같은 층위의 얘기죠
덧2. 칼럼을 통해 이를 세상에 알리셨던 마틴 가드너 님은 한평생 수학의 유희적 가치와 경이로움을 전파하며 수많은 공학도에게 지적 영감을 선사하셨고, 2010년 5월 22일에 95세를 일기로 타계하셨습니다.
덧3. 존 콘웨이 님은 2020년 4월 11일에 코로나19로 인해 82세를 일기로 타계하셨습니다.
수학계의 거목마저도 피해가기 힘든 갑작스러운 대재앙이었어요.
댓글 (13)
-
55호라
05.04 · 175.♡.10.77
-
BBLUEnLIVE
→ 5호라 작성자
05.04 · 124.♡.137.94
감사합니다.
다음에 복사 뜨러 갈 때는 써보겠습니다.
집에 돌아와보니 "아! 저 책 떴어야 했는데!" 하는 게 꽤 있었어요. ^^
-
55호라
→ BLUEnLIVE
05.04 · 175.♡.10.77
책 뜨는 팁 한번 정리해서 올려 봐야 겠네요.. ㅎㅎ
-
BBLUEnLIVE
→ 5호라 작성자
05.04 · 124.♡.137.94
수포자의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학은 커녕 숫자 비슷한 것만 봐도 진절머리가 난다
굇수의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 내에 복붙한 문제들을 기계적으로 풀기만 하는 "고등학교 수학"은 별로 즐겁지 않다. 그냥 시험 성적이 필요하니 억지로 풀어주겠다. 훨씬 심오하고 천재적이며 깊은 사색을 요구하는 문제를 풀고 싶다.
이걸 같은 단어로 같은 형식으로 기술하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아예 이 둘은 전혀 다른 층위에 있는 얘긴데 말이죠.차재춘 교수님도 그렇고 저런 굇수들 중딩~고딩 때 얘기 보면 헛웃음밖에 안 나와요.
성적이 나빴는데, 성적 올리면 컴퓨터 사준다니까 성적을 올려서 1등을 했다......... 라굽쇼?아니..... 교수님........ 우린 그걸 "성적이 나빴다"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ㅎㅎㅎ
-
뇌뇌공앙
05.04 · 118.♡.66.62
지형 기반 워게임 시뮬레이션 분야를 하곤 하는데 어떻게 보면 대용량 생명게임이죠. 존 콘웨이가 쓴 책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번역된 책이 거의 없네요-_-
-
BBLUEnLIVE
→ 뇌공앙 작성자
05.04 · 124.♡.137.94
콘웨이는 워낙에 업적이 많은 분인데 Game of Life로만 알려져서 본인도 생전에 안타까워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ㄷㄷㄷ
-
JJava
05.04 · 116.♡.70.94
호기심은 생기지만, 다가갈수는 없는 굇수의 세계입니다. ㅎㅎ
-
BBLUEnLIVE
→ Java 작성자
05.04 · 124.♡.137.94
같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게 수긍이 안 갑니다. (엄근진)
-
Pplaintext
05.04 · 112.♡.131.209
그 시절에는 고수들의 냄새만 맡으면서
결의를 다졌는데
정작 제 시대에는 성능 최적화는
돈과 하드웨어 성능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되다보니
가끔은 그 시절 생각이 나곤합니다 ㅎㅎ
아직도 머리는 낭비를 줄이고
최대한 자연스럽고 빠른걸 만드는게
사용자 경험의 한축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시대의 하드웨어마저도
버거워 하는 괴작을 만드는 경우를 보고 있노라면
잠시 누구의 잘못인가(?) 라는 생각에 잠기게됩니다 ㅎㅎ
-
BBLUEnLIVE
→ plaintext 작성자
05.04 · 124.♡.137.94
그 시절 후진(?) 컴퓨터로 인간을 달에 보냈는데 지금은 새를 날린다(앵그리버드)는 얘기가 단순한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일일이 복사 뜨시는 것도 좀 부담되는데..
https://www.vflat.com/
이거 추천 드립니다..
적당한 핸드폰 거치대 놓고... 고정시켜서 블루투스 리모컨으로 촬영하면 속도 괜찮게 나와서.. 쓸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거짓말은... 패스 합니다...
저런 사람들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