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14.♡.156.50)
2026년 6월 1일 PM 11:11
https://damoang.net/readingbooks/2205
독후감만 쓰고 제 감정습관에 대해서는 자세히 돌아보지 않았었는데 저 역시 아주 심각하게 나쁜 습관을 갖고 있었다는 걸 문득 깨달았어요.
저는 평소에 화를 잘 안 내고 필요 이상으로 슬퍼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는데, 슬퍼하고 죄책감을 갖는 감정에 너무 익숙해져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그렇게 쓰고, 그게 저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아까도 휴대폰 용량이 모자라서 사진을 계속 지우다보니 오래전 남친 사진이 있길래 이게 왜 아직까지 있냐고 어이없어해 하면서 지웠는데;; 얘한테도 정말 오랜시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계속 자책했었어요.
'내일 당장 헤어진다고 해도 미련 없을 정도로 아낌 없이 사랑해야지, 잘 해줘야지.' 라는 각오로 정말 최선을 다 해서 만났고, 뭐 거의 호구처럼 지냈고;; 허구헌 날 속 썩다가 헤어질 때 딱 한 번 좀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T스럽게 했던 것 뿐인데 그 한 마디에 8년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냈어요.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줬으니 누굴 만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무도 안 만났구요.
그러다 3년전에 얘를 한 번 만났는데,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변한 게 하나도 없네, 그때는 어떻게 참고 만났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란스러웠지만, 미련이 남아서 다시 만나보고 싶었어요.
미안했으니까 더 잘 해주고 싶단 생각도 있었구요. 더 잘 해줄 수는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얘가 완전 밑바닥을 보여주는 얘길 해서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그럴 가치가 없는 놈이었는데... 여태 감정 낭비했구나, 쓸데없이 괜히 미안해했구나.' 하구요.
그치만 이 때는 제가 감정습관에 대해서는 몰랐으니 이제 더이상 얘한테 미안해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만 하고 말았지요.
근데 오늘도 또 어떤 일로 인해 제가 제 감정을 이상하게 쓰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채고는 이게 대체 언제부터 그랬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 때부터였네요.
수십년간 감정을 잘못 써왔으니... 시작이 반이긴 하지만 오랜 습관과 헤어지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감정노트를 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책을 다시 읽고 노트를 써봐야겠어요.
다시 보려고 밀리의 서재 1년 구독권도 끊었는데 다른 책도 많이 읽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다모앙에 오는 것이 더이상 아프고 슬프지 않을 때, 좀 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걸핏하면 쉰다고 하는 것도 병인데, 재발 했으니 고치고 오겠습니다.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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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랑비
06.01 · 58.♡.13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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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과바람
06.01 · 220.♡.14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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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실천하는 모습 늘 멋지게 보고 있습니다. ~
사람은 다 다른 천성이 있기 마련인데, 감정을 너무 단속하고 억누르기보다 과하지 않게 또 자신을 흔들지 않도록 잘 다스리기를 응원합니다. ~
저도 좀 그래야 하는데 천성이 아주 게으르네요. ^^ -
FFV4030
06.01 · 122.♡.199.87
쉬어야할 때 쉬셔야죠. 너무 힘드시면 심리 쪽 도움도 받으시길 빕니다. 너무 자책은 마세요. 쉼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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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키대디
06.02 · 211.♡.201.89
이거 나이들기 전에 꼭 한 번 겪어야 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진정한 치유를 시작하신 것 같고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마음의 근육이라는 말이 있어요.
마음도 근육처럼 매일매일 단련해주지 않으면 또 후욱! 바닥으로 내려가요.
그래서 적어도 많이 내려가기 전에.
최소한 2-3일에 한 번은 노트에 감정을 적고
긍정으로 바꿔보는 등의 연습을 계속 하면 좋더라고요.
뇌과학 감정 등등 관련 서적도 계속 읽고 문장 필사도 좋고요.
저도 노력중이에요.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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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피키대디 작성자
06.06 · 14.♡.156.50
넵, 말씀 주신대로 진정한 치유를 시작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가진 죄책감을 또 예상치 못한 일로 몇십년만에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감정노트도 정말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서 나쁜 습관과 이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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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키대디
→ 아기고양이
06.08 · 110.♡.193.165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정말 반가운 댓글입니다. 저도 고생 좀 했거든요.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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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현
06.02 · 211.♡.164.238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풀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직장 친구가 많은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제일 많이 이해 해주고 서로 걱정도 해주는 편입니다.
근데 작년에 어떤 일로 인해 나를 내려 놓고 포기하면 좀 더 덜 다치고 편해지는구나 깨달았어요.
나이가 드니까 많은 걸 내려 놓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기고양이님도 좋은 방법을 찾으셔서 편안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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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크리스
06.02 · 59.♡.13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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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션
06.02 · 117.♡.8.80
고양이님 글 보고 저도 구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화살표를 자기 자신을 향하게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시 어느 정도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고, 악한 마음이 없었던 결정은 '그럴 수도 있지' 바구니에 담으셔야 합니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영 이상한 것이었더라도 '그땐 그럴 수도 있었지.' 바구니에 넣어두고 내버려 두셔요. 그거 꺼내서 자꾸 생각해봐야 쌀도 안 나오고 고깃국도 안 나오더라고요. ㅎ
충분히 강하신 분이오니, 이번주 일요일까지 신나게 쉬시고 돌아오셔요. 쪼끔 천천히 오셔도 되고요.
그럼, 조만간 이자리에서 다시 뵙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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