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18.♡.227.59)
2026년 6월 6일 PM 03:48
코호트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시대, 어떤 사건을 중요한 시기에 겪었나가 정체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입니다. 자기 정체성, 정치 성향 등이 결정되는 10대 후반부터 20대, 넓게 보면 30대 초반까지가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이 때 정해진 정치 성향, 정체성이 평생동안 크게 변하지 않고 일정 범위 내에서만 왔다갔다 한다는 거죠. 지금 2030초반 남성 세대가 겪은 정치적 사건을 의미나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아마 지금 국힘계열 정당을 찍는 사람들은 그 성향이 변하지 않을 겁니다. 지난 번 대선에서 윤석열,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뽑은 중도적 성향은 그 범위 안에서 스윙할 거구요. 그렇다고 해서 전국의 모든 2030초반 남성들이 똑같다는 건 아닙니다. 그 안에서도 지역별로도 갈릴 수 있어서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https://damoang.net/free/6396206).
여기에 사람은 자기 이익을 철저히 계산하고 뽑지 않습니다. 외려 자기 정체성과 일치감을 보이는 정당/세력/이념을 정하고 거기에 합리화할 이유를 붙이는 게 더 맞을 겁니다. 세상을 해석할 때 있는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인 다음에 분석하고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해석의 필터를 씌운 '중계된 현실'을 가지고 합당한 이유를 모색합니다. 즉, 이미 국힘/합리적 보수/준돌이 세계관에 입문해서 일체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필터를 버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생애 전반을 흔들 만한 강력한 역사적 사건이 없는 한이요.
여기에 현대의 복잡한 정체성 정치, 문화전쟁은 선택지를 외려 줄여버리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 유권자들이 정치에서 고려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과거엔 단순하게 계급, 좌우 정도 였다면 이제는 인종, 성별, 이념, 종교, 이민정책, 경제정책, 맘 대로 조롱할 자유 등...고려할 사안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다양한 고려사항은 스트레스 과부하 상태를 만들고 이 때 인간은 선택지를 단순화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중요시하는 1번 정체성에 매몰됩니다. 그게 지금 2030초반 남성들에게는 페미 대 반페미, 북한/중국입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렌즈에선 민주당은 페미, 친중/친북이기 때문에 지지를 바꿀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겁니다.경기가 좋아진다고 민주당을 찍을까요?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번 재난지원금이 나왔을 때 수령율이 가장 높은 지역을 보면 의외로 전통적 국힘 지지 지역이 많았습니다. 주는 건 다 받아도 정작 선거에서는 국힘을 찍는 거죠. 경제적으로 이득을 준다고, 자신에게 혜택을 준다고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습니다. 반대로 경제가 좋아지면 외부 요인을 찾을 것이고(코스피 상승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문, 삼닉 빼면 주가는 4000 수준 같은 말들), 안 좋은 건 무조건 민주당 정부를 탓합니다(환율이 오른 건 미국-이란전쟁, 수입업체들이 달러를 보유하고 대기하고 있는 것들은 배제하고 그저 평시에 이슈 없었던 윤석열과 비교).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미 해석의 필터를 가지고 사실을 수집한 다음에 그것을 설명하는 논리를 찾기 때문에 해석의 틀이 바뀌지 않고, 민주당 탓만 하게 됩니다. 이미 세계관이 그렇게 확립되어버렸고, 그 코호트 효과는 거의 평생을 가기 때문입니다.그럼 민주당은 뭘 해야 할까요. 위에서 힌트를 드린 것처럼 스윙하는 중도를 잡아야 합니다. 이번 서울 지역에서 20대 여성과 30대 여성 사이에서 오세훈 지지가 생각보다 높았던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이건 여러 요인이 있을 겁니다. 1) 떨어지는 정원오의 이름값: 오세훈은 저쪽의 차기 대권주자이고 오랫동안 중앙정치에 있어서 이름값 자체는 체급이 다르죠 2) 부자몸조심했던 선거 전략: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패배의 이유를 찾으니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다고 봅니다 3) 지도부의 전략 등...
가장 중요하게 봐야하는 건, 강력한 민주당 지지의 토대가 되어줄 것이라고 봤지만 스윙한 2030 여성표의 표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겁니다. 서울 패배에 있어서 이 분석이 가장 시급하고 다음 선거에서 이런 일이 없으려면 가장 먼저 들여다 봐야할 이슈일 겁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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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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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pphire
06.06 · 106.♡.7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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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 115.♡.173.54
민주당은 이제 착한아이증후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극우들은 기본적으로 단순함과 강함을 추종합니다. 복잡한 메커니즘, 인간사회의 관계, 사람들의 감성들을 싫어하죠. 그동안 민주당이 표방한 것들을 싫어하기에 민주당을 싫어하는 겁니다. 따라서 민주당은 투 트랙으로 가야합니다. 본인들의 텃밭 즉 집토끼에게는 그 동안 주장한 것들을 관철하고 반대 진영 지지자들에게는 힘을 보여주면 됩니다. 웃긴게 극우는 본인들이 당하면 그 누구보다 순응하는 웃긴 속성이 있으니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계의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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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결국 그들이 사회를 겪고 지내다보면 깨어나면서 갈라질거라고 봅니다. 저 옛날 대학때도 한나라당 지지하는 애들이 대부분이긴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