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성공한 기업은 눈이 멀어간다
코끼리대파

Lv.1 코끼리대파 (203.♡.116.115)

2026년 7월 11일 PM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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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ycombinator.com/item?id=48859678
원본 글

https://okky.kr/user/191669/articles/1560435
번역본 글

멕시코 동굴물고기는 눈이 사라진 뒤에도 100만 년 넘게 눈을 만드는 유전자를 간직했다. 기업도 성공을 거두고 나면 이와 비슷한 일을 겪는다.

동굴이라는 환경 변수

멕시코 동굴물고기(Astyanax mexicanus)는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두 가지 형태로 살아간다. 시에라델아브라산맥을 따라 흐르는 강에서는 눈이 있고 보통 물고기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같은 산맥 아래 석회암 동굴에 사는 동일한 종의 개체는 눈이 멀고 색소가 없으며 몸이 반투명하다. 둘의 유전체는 사실상 같다.

동굴 환경에서는 수정 후 몇 시간 만에 수정체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조기 세포자멸사(apoptosis), 즉 예정된 세포 사멸을 일으킨다. 원래 시각 조직에 쓰였을 에너지는 동굴 생활에 실제로 유리한 특성으로 향한다. 후각은 더 발달하고, 더 깊은 곳에서 먹이를 찾으며, 다음 식량 부족의 해를 버틸 지방을 비축한다. 시각 능력은 더 이상 발현되지 않는다. 같은 물고기도 강에서 부화했다면 앞을 볼 수 있다.

역량을 알아보지 못하는 조직

성공에 무엇이 필요했는지 잊어버린 기업도 이 물고기와 닮았다. 회사가 채용한 누구에게서도 역량이 발현되지 않는 환경이 굳어지면서, 역량 자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이를 **역량 맹목(competence blindness)**이라 부르자. 어제 시장의 고객과 이익률에 집착하다 실패하는 기존 기업과는 다르다. 역량을 알아보지 못하는 기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수십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스타트업이 급성장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사람을 뽑는다. 인원 확충 목표에 맞추느라 채용 기준을 낮추고 또 낮추다 보면, 마침내 기준 자체가 사라진다. 다른 직장에서 일해 본 적 없는 엔지니어들은 사내 방식을 익히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채용 면접관이 된다. 비교할 다른 기준이 없으니, 현재의 난맥상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고른다. 이런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면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의심하지 않는 선의의 사람들로 회사가 채워진다. 그들이 아는 세상은 동굴뿐이고, 동굴 안에서의 삶은 만족스럽다.

밖에서 보면 전망은 밝다. 브랜드는 강하고, 이익률은 준수하며, 직원 수는 늘어난다. 안에서 보는 모습은 그리 근사하지 않다. 빌드 파이프라인은 처음 만든 사람만 실행할 수 있고, 배포는 너무 불안정해서 시니어 엔지니어가 항상 비상 대기해야 하며, 위키는 상형문자로 쓰였다고 해도 될 만큼 오래됐다. 그런데도 회사 실적이 여전히 괜찮아 보이니 경영진은 기반이 탄탄하다고 믿는다.

이런 환경에서 꼼꼼한 엔지니어링은 퇴화 기관과 같은 특성이 된다. 능력은 남아 있지만, 거기에 쓴 에너지에 아무 보상도 하지 않는 환경 탓에 발현이 억제된다. 그 능력을 끝까지 발휘하려는 엔지니어는 동굴이 먹여 살리지 않을 기관에 투자하는 셈이다. 제안이 처음 몇 차례 묵살되고 나면 세포자멸사가 시작된다.

시력을 지닌 채 들어오면 문제가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업계 전반이 이미 오래전에 해결한 방식을 제안하지만, 과도한 설계이고 학문적인 발상이며 우선순위와 맞지 않는다는 답을 듣는다. 진작 했어야 할 유지보수를 제안했을 뿐인데, 기존 인프라를 임시방편으로 이어 붙인 엔지니어들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탁월성 전담 조직

회사의 대응은 예상할 수 있다. 탁월성 센터(centre of excellence)를 꾸린다. 이 조직이 통제에 집착하면서 내재적 동기는 위축되고,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어떤 일도 자기 일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건강한 회사에서는 탁월함이 조직 곳곳에 자연스럽게 퍼져 있다. 동굴에 사는 회사는 이를 별도의 프로세스 조직으로 떼어내 표준을 작성하고, 템플릿을 강제하며, 의무 절차를 운영하게 한다. 그 이름과 달리, 이 조직은 자신이 육성한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역량을 억누르도록 설계돼 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동굴

시장 진입 장벽이 너무 높으면 기존 기업은 관료주의를 키우고 낭비를 방치할 수 있다. 규율을 강제할 만한 유력한 신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동굴의 지질 환경이 안정적이니 새로운 눈을 발달시킬 필요도 없다. 그래서 스스로 기술 기업이라 부르는 회사가 콘퍼런스 무대에서는 거대 기술 기업처럼 말하면서도, 실제 제품 출시는 1990년대 지역 공공사업자처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브랜드와 자금력은 여전히 앞을 볼 줄 아는 엔지니어들을 꾸준히 끌어들인다. 이들은 회사에 들어와 조직이 지난 시절에 비축해 둔 지방으로 연명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둠 속에서 자신의 역량이 퇴보하는 것을 느낀다. 눈이 멀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난다. 경영진은 이들의 퇴사를 세대의 변덕, 문화 적합성, 노동시장 등 온갖 이유로 설명하지만 명백한 원인만은 외면한다.

남은 사람들은 편안하다. 업무는 예측할 수 있고, 급여는 적당하며, 사내 게임은 익숙하다. 그 게임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정치적 보상도 따른다. 시간이 흐르면 안락함이 이들의 시각 능력을 꺼 버린다. 동굴의 규칙을 다루는 능력만 남고, 동굴 밖에 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능력은 계속 줄어든다.

남는 동안 일어나는 세포자멸사

똑똑한 사람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회사에 남는 일을 다루는 통상적인 설명은 이를 묵인으로 본다. 허시먼(Hirschman)은 이탈(exit), 항의(voice), 충성(loyalty)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고, 이 구분은 여전히 정확하다. 동굴물고기의 비유는 여기에 네 번째 선택지를 더한다.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굴의 압력에 적응하고, 마침내 그 적응은 충성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남는다는 것은 세포자멸사다.

지표면의 개체군

멕시코 동굴물고기가 눈을 만드는 유전자를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근처 지표면에 사는 개체군은 여전히 아무 문제 없이 앞을 본다. 시각을 다시 켜는 것은 물고기가 다음에 헤엄쳐 들어가는 물이다. 다른 곳으로 헤엄쳐 가면 시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


해커뉴스에서는 성공한 기업이 역량을 잃는다기보다, 기존 사업을 지키는 조직 구조가 구성원의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해석이 두드러졌다. 실적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새 방식을 시험할 유인이 약하다. 승인 절차와 부서 간 장벽, 실패 책임은 늘어나고 조직은 ‘일단 만들기’보다 ‘망가뜨리지 않기’를 앞세운다. 외부에서 정체로 보이는 모습도 내부에서는 합리적인 위험 관리일 수 있다.

실무에서 더 큰 문제는 피드백의 부재다. 대기업 면접관은 자신이 뽑은 사람이 실제로 성과를 냈는지보다 다른 면접관과 같은 판단을 했는지 먼저 확인한다. 과거의 작은 성공으로 신뢰를 얻은 관리자는 더 복잡한 사업에서도 넓은 재량을 누린다. 내부 지표가 스스로 만든 결과를 다시 성과로 인정하는 구조라면, 오류가 쌓여도 모든 점검을 통과할 수 있다.

그렇다고 외부 경험을 지닌 사람이 언제나 정답을 아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조직의 절차에는 과거의 실패와 운영 책임이 축적돼 있다. 빠른 시제품을 밀어붙인 사람이 떠난 뒤 유지보수 부담만 남을 수도 있다. 반대로 기존 방식에 익숙한 사람만 결정권을 쥐면 새로운 경험은 시작 단계에서 차단된다. 스타트업도 자본과 고객 부족, 빠른 출시 압박이라는 다른 제약에서 자유롭지 않다.

결국 살펴야 할 것은 개인의 능력보다 조직이 무엇을 보상하고 어떤 피드백을 주는가다. 통제가 실제 위험에 비례하는지, 새 시도의 장기 비용과 사후 책임까지 따지는지, 내부 판단을 반박할 외부 기준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혁신과 안정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성공 방식이 다른 가능성을 자동으로 지우지 않도록 판단 구조를 점검하는 일이 핵심이다.


요즘 어디가 떠오르는데요...

댓글 (3)

  • 달려라쑈바 Lv.1

    07.11 · 175.♡.21.141

    제가 다녔던 전 회사 이야기군영

    (생각하시는 어디가 아닌 ㅈ소 기업입니다)

  • 눈팅이취미 Lv.1

    07.11 · 112.♡.126.193

    이런회사 차고 넘치죠…

  • 화신 Lv.1

    07:43 · 104.♡.67.248

    지금 있는 것인거 같네요.

    아 이전의 것도 마찬가지인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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