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퓌스, 졸라, 그리고 지금의 유시민

Lv.1 눈팅러 (86.♡.29.49)

2026년 7월 23일 AM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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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가 매불쇼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비판한 이후, 여러 진보 매체와 평론가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반명몰이"라거나 "배신자"라는 딱지가 붙기도 합니다. 이 광경을 보면서 자꾸 130년 전 프랑스로 생각이 돌아갑니다.

유시민 작가가 『거꾸로 읽는 세계사』 첫 장에서 다룬 드레퓌스 사건입니다.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가 간첩 혐의로 몰렸을 때, 프랑스 사회 대다수는 그를 유죄로 단정했습니다. 군부와 언론, 심지어 상당수 지식인들조차 진실을 따지기보다 "국가와 군의 명예"라는 대의 앞에서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 사람이 에밀 졸라였습니다. 그는 드레퓌스의 무죄를 옹호하며, 진실을 외면한 채 다수의 편에 서는 프랑스 지식인 사회의 비겁함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그로 인해 졸라는 명예훼손으로 기소되고 나라를 떠나야 했습니다. 당대의 여론은 그를 배신자, 분열주의자라 불렀습니다.

지금 유시민 작가를 향한 공격을 보면 이 장면이 겹쳐 보입니다. 물론 국가 반역이 걸린 드레퓌스 사건과 지금의 국내 정치 상황을 그대로 등치시킬 수는 없습니다. 사안의 무게도, 시대적 맥락도 다릅니다. 하지만 구조는 닮아 있습니다. 다수가 특정한 결론으로 쏠려 있을 때, 그 흐름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진영 안에서는 종종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입을 막으려 합니다. 졸라를 향했던 비난도 "지금은 군의 명예를 지킬 때"라는 논리였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비판이 전부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 지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가 비판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반명"이라거나 "배신"으로 규정하고, 논지 자체를 따져보기도 전에 낙인부터 찍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진영의 다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제기 자체를 봉쇄하려는 태도야말로, 졸라가 130년 전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서 목격하고 비판했던 그 비겁함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둔 조직에서 지도자가 일부러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역할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두가 한목소리를 낼 때 중요한 오류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누군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반대편에 서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유시민 작가가 하고 있는 역할이 이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는 이 발언으로 자신이 어떤 공격을 받을지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희생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매불쇼 방송 말미에 남긴 말이 이 지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이기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이라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틀렸고 대통령이 만인의 지지를 받으면서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면 내가 망해도 상관없다." 자신의 예측이 틀리기를, 자신이 감수한 위험이 결국 헛수고가 되기를, 그래서 이재명 정부가 자신의 우려와 달리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지금 그가 하고 있는 것이 '반명' 선동이 아니라, 오히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가장 절실히 바라는 사람의 발언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시민 작가가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에밀 졸라가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서 그랬듯이 말입니다.

- 다모앙에 첫글을 올립니다. 첫글로 얼마전 개인 페북에 올렸던 글을 옮겨적습니다.

댓글 (18)

  • myrandy

    myrandy Lv.1

    10:50 · 121.♡.73.126

    엉뚱한 이야기지만..

    거꾸로 읽는 세계사.. 제가 중딩 때 학교추천서적이라고 해서 방학숙제로 구입했던..

    제 기억에 첫 번째 이야기가 '드레퓌스 사건' 으로 기억하네요~ ^^

  • 가짜힙합 Lv.1

    10:54 · 106.♡.5.163

    첫 글부터 이런 멋진 글을 ㅎㅎ

    저도 매불쇼 유시민편 보면서 참 짠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예전에 학생운동 할 때도 실패할 꺼 알았지만그래도 나 자신한테 쪽팔리기 싫어서 했다고 하셨는데 매불쇼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진짜 멋진 지식인의 모습을 한결같이 유지하고 계신게 참 대단하면서 외로워보이기도 했네요.

  • 에스까르고

    에스까르고 Lv.1

    10:55 · 183.♡.123.226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고등학교 때 선생에게 추천받아 구입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 아직도 서가에 꽂혀 있습니다.

    이름도 낯설은 '드레퓌스 사건'이 첫 머리에 등장하자, 역사를 좋아하여 구입했던 저는 머리를 쥐어뜯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거꾸로 읽는다지만, 너무 이상한 것으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죠.

    아주 긴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가 생각했던 현대사회의 본질이 드레퓌스 사건에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는 거지요.

    아직도 완독하지 못한 "거꾸로 읽는 세계사" 입니다.

    1996년 재판 5쇄, 그러니까 서가에 30년간 꽂혀있었던 책인데

    이참에 도시 기행 3권과 함께 개정판을 구입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첨부 이미지

  • 에스까르고

    에스까르고 Lv.1 → 에스까르고

    11:06 · 183.♡.123.226

    오늘 펴든 이 책 서문의 마지막 문단을 읽고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1996년의 유시민이 생각했던 민주주의 사회에 우리는 아직 이르지 못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서로 다른 사상과 견해를 자유롭게 토론함으로써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이는 민주주의를 가꿀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진짜 민주주의 사회에 살게 된다면 얼치기 역사학도가 쓴 "거꾸로 읽는 세계사" 같은 책이 서점에 나와앉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1995년 오늘 이 개정판 서문을 쓰게 된 것을 진심으로 슬퍼한다. 역사를 쓰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정치권력이 제멋대로 통제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과 토론을 억압하는 그릇된 풍토가 사라져 아무도 이 책이 전하는 '지적 반항'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 바라는 일이기 때문이다.

  • 미첼드라프헤븐 Lv.1 → 에스까르고

    11:36 · 121.♡.158.132

    서문은 처음 보는데 진짜 예리한 칼같이 느껴지네요.

  • 드림백돌이 Lv.1

    10:59 · 119.♡.147.168

    반갑습니다. 첫글이 참 멋지네요

  • 권도안

    권도안 Lv.1

    11:00 · 125.♡.69.126

    상대쪽엔 제대로 비평하는 인물이 없죠. 조롱과 멸칭 뿐 그 안에 신뢰는 존재 하지 않죠

  • 쑥갓쌤 Lv.1 작성자

    11:01 · 86.♡.29.49

    저도 대학 신입때 이 책을 통해 뭔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생각이 열린 것 같습니다. 첫장이 드레퓌스라 그때 느꼈던 생소함과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 쿨링팬

    쿨링팬 Lv.1

    11:01 · 210.♡.41.89

    최근 유시민 작가님의 매불쇼, 2분 뉴스 출연을 보며 에밀 졸라 같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생각을 하신 분이 계시는군요 ^^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감사합니다.

  • 홀린

    홀린 Lv.1

    11:08 · 218.♡.53.24

    나는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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