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타이밍이지 (183.♡.23.91)
2026년 7월 25일 PM 05:52 · 수정 2회(18:43)
늦은 밤, 하이패스를 몇번이나 지나친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긴 출장길이었습니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나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현관에서 와이프와 마주 친 순간, 그녀가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상철 오빠"
뭐지..? 내 이름이 상철이라고?
아닌데 그런데 내 이름이 왜인지 상철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주민등록증, 병원 카드 등등 모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내 이름이 모두 상철이로 되어있더군요.
'이게 무슨 일인가 알츠하이머..? 치매..? 난 아직 젊은데 아직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가족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지?..'
이러한 여러 생각이 내 마음을 스쳐갔으나, 오랜 운전에 의한 피곤함일 수도 있어라는 마음 속 피어오른 한가닥 희망의 실의 따뜻함 때문인지 정말 운전에 대한 피곤함 때문이었는지 잠에 들었습니다.
꿈 속에서의 나는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인규" "인규"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낯설지만 익숙한 이름. 그 꿈에서 모두가 내 이름을 목놓아 외칩니다. 내 주변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졌고, 그 때 더욱 커지는 목소리. 빨리 나오라는 목소리. 내가 왜 어딜 나가지? 이 상황이 뭐지..?
갑자기 꿈에서 깬 나는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 나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냈고 행복했습니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이상한 기분따위 이제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난 정상철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멀리 출장을 가야하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고속도로를 통해 하이패스를 지나칩니다.
그 순간 들려오는 소리.
"정상처리 되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뇌리를 강력하게 타격하는 불쾌한 이질감과 함께 꿈속의 장면들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었습니다. 주변을 감싸던 그 참을 수 없이 뜨겁고 먹먹한 열기, 그리고 밖에서 나를 부르며 나오라고 울부짖던 가족들의 목소리.
"인규야..!! 나와!! 인규야!!"
기억났습니다.
이 뜨거움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내 시신이 화장터의 뜨거운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의 기억이었습니다.
이 도로는 집도 현실도 아니었습니다.
이승을 떠나 화장되어 한점 재가 된 영혼들이 수거해, 마지막 기억들을 혼합 그리고 "정상철"이라는 이름과 껍데기를 씌워 내가 가지고 있던 이승의 미련을 마비시키는 저승의 입구였습니다.
깨달았습니다.
화장이 끝난 영혼들은 이 곳을 지나며, 이름을 잃고, 이승의 기억도 함께 잃는다는 것을.. 하지만 미련이라는 것은 쉽게 씻길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내 영혼은 몇일동안 "정상철"이라는 껍데기를 통해 일정 기간동안 미련을 버린 상태가 되었고 깔끔하게 "정상 처리"되어 저승으로 인도되는 중이었던 겁니다.
문득 깨닫고 둘러본 도로 위에는, 헤트라이트만 켠 채 기괴할 정도로 조용히 앞만 보고 달리는 수많은 차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모두 누군가의 유골이 타오르는 동안 저승길을 달리고 있는 영혼들이었습니다.
백미러의 내 얼굴을 보자, 내 얼굴은 "인규"의 얼굴이 되어있었습니다. 내 얼굴. 인규의 얼굴.
문득 다른 차선의 차들도 바라봤습니다.
어떤 차 운전석에는 어린아이가, 어떤 차에는 노인이, 또 다른 차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아무 표정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난 핸들을 돌리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차는 앞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내 마음도 왜인지 당황스러움보다 편안함이 찾아왔습니다.
차는 멈추지 않고, 저승을 향한 하이패스 도로를 향해 일정한 속도로 계속해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정상처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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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장거리 운전하면서 정상처리 되었습니다 라는 음을 듣고 정상철이란 사람이 되버리면 어떻게 하지 ㅋㅋㅋ 하면서 생각한 이야기 입니다.
아 그러니까 하이패스 없이도 그냥 번호 기반으로 결제 할 수 있게 더 멀리 그 기능 퍼지게 해달라고요~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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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lcc0422
18:13 · 119.♡.19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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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냥아치
18:17 · 59.♡.163.88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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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슬리아
18:27 · 220.♡.25.200
재밌는데요..{emo:damoang-emo-00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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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ooknbeer
18:33 · 61.♡.162.10
국문학과 나오셨어요? 글 읽는 동안 납량특집 같기도하고 판타지 단편 읽는듯 재밌게 읽었습니다
( ´∀`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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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sRacco
18:36 · 126.♡.13.177
엌…이건 좀 ㅋㅋㅋㅋ 다니던 학교 교수님들이 동료교수 이름으로 장난들을 치셨는데 ‘우리 학과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면 되는 줄 알아? 재처리하면(재철) 정상처리(정상철)하면 되니까 걱정말어..라고 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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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lvercreek
18:39 · 121.♡.214.196
필립 딕 소설을 보는 느낌입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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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래비티
18:43 · 220.♡.8.15
작가님! 어서 다음 작품 집필요! 빨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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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만나는 고정식씨와 이동식씨도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