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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 부고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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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까사포르투게사 218.♡.60.224
작성일 2024.05.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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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모두 휴가를 낸 바로 오늘 금요일 새벽05:30 (출근시간 대 서울의 정체를 피하고 싶었지요)

잠옷채로 아이를 차에 태우고 전북으로 출발했습니다. 


평소보다 수월한 강변북로 가양대교 분기점에서

카톡알림이 옵니다. 부고였습니다. 

처음엔 피싱인줄 알았어요.

아내가 대신 카톡을 확인해줬고 오래도록 연락을 안한 친구 K의 부친상 이라고 합니다. 

장례식장도 집에서 가깝더군요.


나 "발인이 언제야?"

아내 "내일이네"

나 "여행 끝나고 일요일에 갈까 했더니 안되겠네"

아내 "우린 괜찮으니까 여보 맘 안 편하면 차 돌려서 들렀다 가요"


저는 말없이 차를 몰았습니다. 

성산대교를 오르려는 1차선의 긴 행렬을 지나고

합정역으로 나가려는 차들 사이로 들어갈까 하다가 직진방향으로 악셀을 밟았습니다. 

안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때문이죠. 

아이는 물론 사회인 두 사람이 휴가를 내어 새벽에 출발한 이 여정을 되돌린다고?…

이미 여행에 대한 기대에 부푼 아이는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친구 K는 대학 동기입니다. 

대학때 친했었죠.

제 결혼식 그 이후로 서로 연락은 안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친구 있잖아요

연락 안하고 살았어도 만나면 반가운 사람

쉽게 가벼운 욕도 할수있고

실없는 농담도 건네고

'더 못생겨졌네 ㅋㅋ'

'미친 XX ㅋㅋ' 


문득 예전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딱 20년 전에 유럽에서 잠깐 유학을 했더랬습니다. 

저는 제가 공부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아니란걸 알게되었고 1학기만에 포기하고 돌아왔거덩요

그때 저에게 구호물자를 보내준 친구였습니다.

라면 김 참치캔 이런거요 

20년 전 대학생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꽤 부담이었을 겁니다. 

수많은 친구가 있다고 생각했고 K보다 절친이라고 생각한 친구도 몇 있었습니다만

K만이 실체적인 뭔가를 보내줬어요. 라면이 아니라 엽서 한 장이라도 엄청 고마웠을 시기였죠.

20년이 지났어도 은혜는 잊지 말아야 사람입니다. 


마침 원효대교 진입 전 나들목이 보였고 

나들목으로 나와 첫 신호등에서 유턴을 했습니다. 

아이는 불만 대 폭발 ㅋ

장례식장은 집에서 불과 30분 거리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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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3 / 1 페이지

아름다워용님의 댓글

작성자 아름다워용 (121.♡.97.150)
작성일 05.24 09:14
10년이 지나도 옛날처럼 대화하고

아무말 안해도 불편하지 않는

그런 사이의 친구가 진짜 친구일겁니다.

잘 다녀오셔요~

BLUEnLIVE님의 댓글

작성자 BLUEnLIVE (211.♡.234.109)
작성일 05.24 09:15
경사는 못 챙겨도 조사는 반드시 챙기는 거라 배웠습니다.

한줄이님의 댓글

작성자 한줄이 (183.♡.210.199)
작성일 05.24 09:15
잘하셨습니다.

하얀후니님의 댓글

작성자 하얀후니 (172.♡.95.33)
작성일 05.24 09:15
훗날 자녀분에게 남길 게시물이라고 봅니다. 아버님이 자랑스러우실 껍니다. 그리고 장가도 잘가신 것 같습니다.

낭망고양이1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낭망고양이1 (211.♡.10.2)
작성일 05.24 09:16
잘하신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투썸플레님의 댓글

작성자 아투썸플레 (211.♡.140.12)
작성일 05.24 09:17
훌륭하십니다. 얼른 장례식장 들렀다가 다시 출발하시는 거죠?

Jedi님의 댓글

작성자 Jedi (211.♡.206.162)
작성일 05.24 09:20
잘하신 결정이라 생각되구요. 아내분이 현명하시네요.

해와별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해와별 (112.♡.116.46)
작성일 05.24 11:16
@Jedi님에게 답글 마음이 불편한데 여행을 가서 반쪽짜리 정신으로 무엇을 즐기겠습니까ㅎ 차라리 들렀다가 가면 온전한 정신의 남편과 여행을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을 거에요. 어쨌든 현명
친구분 잘 위로해 드리시구 안전운전하세요.

다마스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다마스커 (211.♡.63.99)
작성일 05.24 09:20
따뜻함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토토맥님의 댓글

작성자 토토맥 (115.♡.191.158)
작성일 05.24 09:22
자주봐야만 친구인가요? 마음으로 이어지는게 있으면 친구죠. 차 돌리신 결정 후회없으실것같아요

백날해봐라님의 댓글

작성자 백날해봐라 (14.♡.210.104)
작성일 05.24 09:25
반드시 가야하는 상황이네요. 꼭 마음 전하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페퍼로니피자님의 댓글

작성자 페퍼로니피자 (58.♡.30.179)
작성일 05.24 09:27
조사에 온 친구는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FireS님의 댓글

작성자 FireS (112.♡.108.170)
작성일 05.24 09:28
사회친구는 오래 연락 안하면 서먹하지만 학교 동기는 10년 만에 만나도 반갑더라고요. 오래 연락 안한거지 인연을 끊은게 아니라면 조사는 가능하면 챙기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네타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네타나 (58.♡.61.222)
작성일 05.24 09:28
요즘은 경사보다는 조사를 더 챙기게 되더라구요.
잘 하신 결정인 것 같습니다. 친구분 아버님 잘 보내드리고 맘 편히 여행 다녀오세요~

BLACK님의 댓글

작성자 BLACK (58.♡.69.34)
작성일 05.24 09:32
경사도 아닌 애사인데...
들럿다 가는게 맞죠...
약간 늦어질 뿐 더 재밌는 여행이었을것으로...^^;;;

미니좋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미니좋아 (117.♡.26.192)
작성일 05.24 09:32
마음 씀씀이가 아름답습니다.
조문 잘 다녀오시고,
즐거운 여행 되길 바랍니다.

kita님의 댓글

작성자 kita (110.♡.45.121)
작성일 05.24 09:40
여행은 다시 갈 수 있지만 조문은 불가능 하죠.
가족분들도 이해하실겁니다.

하늘사랑4U님의 댓글

작성자 하늘사랑4U (115.♡.233.125)
작성일 05.24 09:42
잘하셨습니다.
경사는 모르는데 조사는 가게 되더라구요.

화신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화신 (223.♡.73.49)
작성일 05.24 09:47
잘하셨습니다.

아루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루니 (182.♡.111.116)
작성일 05.24 09:51
결혼식은 몰라도 장례식은 갈까 말까 고민되면 가는게 맞더라고요..

마르코님의 댓글

작성자 마르코 (125.♡.62.5)
작성일 05.24 09:51
나이 들어보니 좋은 친구도 둘로 나뉘네요.  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K  같은 친구, 즉 오랫동안 접촉이 없다가 문득 만나도 여전히 반가운 사람.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기분좋을 일이죠.  두번째는 당연히  자주 만나는 친구죠.  확 반갑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익숙해진 사람들... 둘 다 좋은 친구들이죠.    핸들 잘 돌리셨어요.  토라진 아이들이 귀엽네요 ㅎ

테드홍님의 댓글

작성자 테드홍 (58.♡.185.182)
작성일 05.24 09:55
저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습니다.
따님도 지금은 툴툴대겠지만 나중에 되돌아보면
아버님의 선택이 좋았다는 걸 알게 되실겁니다.
잘 다녀오세요!

Rossi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Rossi (122.♡.20.105)
작성일 05.24 09:56
부인의 마음씀씀이가 고맙습니다.

라운드락님의 댓글

작성자 라운드락 (106.♡.3.20)
작성일 05.24 10:02
제마음도 따뜻해집니다 ㅎ

그나저나 짧은 수필 한편 읽은 것 같은 느낌이네요. 글솜씨도 좋으십니다

주로눈팅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주로눈팅러 (110.♡.55.240)
작성일 05.24 10:04
삶으로 참가정교육을 실천하셨네요

옐로우몽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옐로우몽키 (59.♡.162.197)
작성일 05.24 10:08
어린마음에서는 당연히 그럴수도 있겠지요
잘하셨습니다.

eNDePD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eNDePD (106.♡.249.114)
작성일 05.24 10:14
따뜻한 분이시네요..
까사포르투게사 님도 친구분도요..

J돌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J돌이 (61.♡.100.219)
작성일 05.24 10:17
항상 눈으로 보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사람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어찌보면 별거 아닐 수 있는 쓴이님 이야기가 왜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지 모르겠네요.

솔니비님의 댓글

작성자 솔니비 (221.♡.202.102)
작성일 05.24 10:23
친구분도 고민하다가
연락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구요

차 돌려
조문하신 거 잘 하신 겁니다

외국인노동자의현실님의 댓글

작성자 외국인노동자의현실 (210.♡.255.5)
작성일 05.24 10:31
머릿속에서 과거 회상이 될 정도의 친구분이면
가는 게 도리긴 하죠..
잘 하셨어요
아이들은 뭐 또 놀아주면 되죠

아이고고님의 댓글

작성자 아이고고 (211.♡.215.130)
작성일 05.24 10:34
저라면 조의금 계좌로 보내고.. 전화한통해서 사정설명하고 다음에 술한잔하자하고 그냥 갈길 갔을것 같은데
존경스럽습니다.. 괜히 부끄러워지네요..

불곰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불곰 (194.♡.89.105)
작성일 05.24 10:40
제가 같은 경우였어도 갔습니다. 해외에 있으면 무엇 하나 보내준다는 그 마음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 외엔 표현이 안되더군요. 잘 하셨습니다. 아이한테는 아내분께서 현명하시니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5.24 10:53
.. 20년이 지났어도 은혜는 잊지 말아야 사람입니다. ..

흐림없는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흐림없는눈™ (218.♡.227.7)
작성일 05.24 10:58
살아보니 경사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축하해 줄 수 있지만, 조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더군요.
잘 다녀오세요.

용식이님의 댓글

작성자 용식이 (116.♡.141.12)
작성일 05.24 11:14
저도 장례식만은 꼭 참석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산교육이 됐을거예요~

지지브러더스님의 댓글

작성자 지지브러더스 (203.♡.145.133)
작성일 05.24 11:26
서로 살아만 있어도 언젠간 볼수 있으니 ...
50대로 향해가다보니 친한 지인들 중에 벌써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그럴때마다 인생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고보니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치고보니 (223.♡.204.39)
작성일 05.24 11:27
안가셨다면 나중에 후회하셨을 거에요.
결정 잘하셨습니다.

조형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조형 (118.♡.84.126)
작성일 05.24 11:40
훌륭한 마음이십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WinterIsComing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WinterIsComing (168.♡.254.10)
작성일 05.24 11:48
부고는 꼭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여하 불문 여하튼 마지막 인사이니까요

일상 축하도 좋지만, 남은 분들에게 위로는 더 큰 힘을 주니까요.

해븐캐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해븐캐슬 (222.♡.212.178)
작성일 05.24 11:54
이런 의리있는 친구를 둔 그 대학 친구분은 더 잘 사실거고
이런 의리있는 친구인 까사포르투게사님은 더더 잘 사실거라고 믿습니다~~

明天님의 댓글

작성자 明天 (106.♡.11.67)
작성일 05.24 11:55
평생 후회될 일은 안만드는게 좋죠.

바람아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바람아이 (182.♡.119.124)
작성일 05.24 12:20
매일 보거나 연락 하지 않아도 그렇게 결이 맞는 친구가 있죠.
조금 늦게 여행을 가더라도 마음이 편한 선택을 하신거 같아 여행이 더 기분이 좋으실꺼같습니다.

mtrz님의 댓글

작성자 mtrz (172.♡.95.43)
작성일 05.24 12:46
아이들은 당장은 불만이겠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나의 배움도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스터재다이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마스터재다이 (211.♡.205.226)
작성일 05.24 13:10
잘하셨습니다. 저도 딱히 이유없는경우 아니면 거의 갑니다.

땅살리미님의 댓글

작성자 땅살리미 (223.♡.205.88)
작성일 05.24 13:11
잘 하신 결정같네요.
나중에 아이가 성인이 되면 그 때
아빠가 왜 그랬는지 이해 할겁니다.

우물안개구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우물안개구리 (118.♡.81.97)
작성일 05.24 13:15
여행은 다음이 있지만
부고는 이번뿐이니까요.

남은 여행시간 잘보내세요^^

얼남인즐님의 댓글

작성자 얼남인즐 (106.♡.197.30)
작성일 05.24 13:15
와이프님 고맙습니다.
안좋은일에는 가는게 맞죠.

백장미님의 댓글

작성자 백장미 (211.♡.168.46)
작성일 05.24 13:36
아내분께는 감사하시고
아이에게는 잘 설명하고
친구분께는 잘 위로해주세요.

둠칫두둠칫님의 댓글

작성자 둠칫두둠칫 (125.♡.146.252)
작성일 05.24 14:10
한편의 수필을 읽은 기분이네요. 왠지 모르게 동물원의 혜화동이 떠올랐습니다. 소소하지만 따듯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이빨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빨 (175.♡.191.52)
작성일 05.24 14:21
잘 하셨습니다. 축하할 자리는 돈만 보내거나 대신 전해도, 위로할 자리는 가서 손 한번 잡아주는 것이 최고더라구요.

꿀곰린군님의 댓글

작성자 꿀곰린군 (218.♡.215.60)
작성일 05.24 14:22
그냥 멋지십니다.

아이한테는 찬찬히 설명해주시고, 또 몇년뒤에 이 기억을 한번 더 상기시켜주시고.. 이것도 좋은 교육이 될 듯 합니다.

sunandmoon님의 댓글

작성자 sunandmoon (180.♡.191.33)
작성일 05.24 14:46
좋은 결정입니다! 여행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더 큰 마음이 남을 겁니다!

메옹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메옹 (183.♡.241.152)
작성일 05.24 14:49
저희도 지난 어린이날 연휴 전날 3일(금)에 부고장 받아서 서울에서 전남 영암 갔다가 다시 강원도로 갔었죠.
초등 아이들 힘들다고 엄청 짜증내고 운전만 12시간정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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