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 부고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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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모두 휴가를 낸 바로 오늘 금요일 새벽05:30 (출근시간 대 서울의 정체를 피하고 싶었지요)
잠옷채로 아이를 차에 태우고 전북으로 출발했습니다.
평소보다 수월한 강변북로 가양대교 분기점에서
카톡알림이 옵니다. 부고였습니다.
처음엔 피싱인줄 알았어요.
아내가 대신 카톡을 확인해줬고 오래도록 연락을 안한 친구 K의 부친상 이라고 합니다.
장례식장도 집에서 가깝더군요.
나 "발인이 언제야?"
아내 "내일이네"
나 "여행 끝나고 일요일에 갈까 했더니 안되겠네"
아내 "우린 괜찮으니까 여보 맘 안 편하면 차 돌려서 들렀다 가요"
저는 말없이 차를 몰았습니다.
성산대교를 오르려는 1차선의 긴 행렬을 지나고
합정역으로 나가려는 차들 사이로 들어갈까 하다가 직진방향으로 악셀을 밟았습니다.
안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때문이죠.
아이는 물론 사회인 두 사람이 휴가를 내어 새벽에 출발한 이 여정을 되돌린다고?…
이미 여행에 대한 기대에 부푼 아이는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친구 K는 대학 동기입니다.
대학때 친했었죠.
제 결혼식 그 이후로 서로 연락은 안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친구 있잖아요
연락 안하고 살았어도 만나면 반가운 사람
쉽게 가벼운 욕도 할수있고
실없는 농담도 건네고
'더 못생겨졌네 ㅋㅋ'
'미친 XX ㅋㅋ'
문득 예전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딱 20년 전에 유럽에서 잠깐 유학을 했더랬습니다.
저는 제가 공부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아니란걸 알게되었고 1학기만에 포기하고 돌아왔거덩요
그때 저에게 구호물자를 보내준 친구였습니다.
라면 김 참치캔 이런거요
20년 전 대학생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꽤 부담이었을 겁니다.
수많은 친구가 있다고 생각했고 K보다 절친이라고 생각한 친구도 몇 있었습니다만
K만이 실체적인 뭔가를 보내줬어요. 라면이 아니라 엽서 한 장이라도 엄청 고마웠을 시기였죠.
20년이 지났어도 은혜는 잊지 말아야 사람입니다.
마침 원효대교 진입 전 나들목이 보였고
나들목으로 나와 첫 신호등에서 유턴을 했습니다.
아이는 불만 대 폭발 ㅋ
장례식장은 집에서 불과 30분 거리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겠군요.
sunandmoon님의 댓글
메옹님의 댓글
초등 아이들 힘들다고 엄청 짜증내고 운전만 12시간정도 했습니다.
꿀곰린군님의 댓글
아이한테는 찬찬히 설명해주시고, 또 몇년뒤에 이 기억을 한번 더 상기시켜주시고.. 이것도 좋은 교육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