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20년차- 내가 아직 이일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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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고 재미없는 글 양해부탁드립니다
예정에 있지도 않은 휴일근무하니 피곤해서 저녁에 밥먹으면서 반주했고 눈뜨니 지금이네요 ??
글에 앞서 오늘 일한거입니다
요렇게 생긴 물건이 있어요
소재재질이 주물이라고 하는데 자세한건 검색을 추천드립니다. (소재재질은 제가 전문가급은 아니라서요)
이 놈을
요렇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작업이 끝나진 않았구요 . 몇몇 공정들이 남았네요. 이것또한 수많은 선박엔진 부품들중 하나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서 내가 이놈의 중소기업을 더럽고 치사하고 혹은 아니꼬아도 다니는 이유
사실 아직 모르겠네요. 엄밀히 말하면 그냥 배운게 이거라 이거 말고 할게 없다라는 말로 나 자신을 자위하지만 20년째 아침에 일어나면 탈피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요 ㅋ
근데 이건 뭐 대기업이나 중소나 다 같지 않나싶으네요. 첫 회사에 작은아버지 손에 이끌려 왔을때 기계들을 보는순간 20대의 중반의 제가 제일 먼저 생각난건
“ 아 3일만 있다가 도망가야지” 라는 생각이었고
그엏게 한달버티니
“아 이제 다음주면 도망가야지” 라는 생각이 결국은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중견기업급까지 갔던 회사는 모회사의 몰락으로
저희회사는 인원이 감축되고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급여가 밀리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그게 12-13년도 즈음인데 첫애가 13년생인데
급여가 30프로 나왔다가 그 다음달에 50프로 나왔다가 이건 정말 사람 피 말라 죽겠더라구요
집사람 임신중일때 먹고 싶다는것도 아이가 태어나서 분유도 기저귀도 너무 힘들어서 저희 할아버지가 지원해주셨습다.
할아버지도 거의20여년만에 증손녀를 보시니 기분이 좋아지셔서 고령의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저희집까지 오셔서 용돈을 주고 가셨고 특히나 첫애를 무척이나 사랑스로워 하셨습니다
그때 회사에 발을 뺐어야 했는데 모질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현재의 제가 과거의 제 자신에게 죽빵한대 치고 싶습니다.
그렇게 3년 정도가 지나니 주기적으로 아 그만두고싶다 혹은 다른직종을 찾아볼까 하는 잡생각이 들더군요. 그런생각이 들었다가 조금 지나면 또 괜찮아지고 그러다 일을 하다보면 이 일이 저한테는 재미있습니다.
위 사진에 있는 모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계에 프로그래밍을 해야하는데 줄 담배 피워가며 집중하는게 재밌더라구요. 완성품 나오면 쾌감도 있구요
앞전글에 나왔지만 저 사진에 큰원의 공차범위가
직경70에 공차가 0에서 +0.02까지인 부분이 있는데 그 스펙을 벗어나게되면 불량이 되지요.
이런 스펙타클한 묘미도 있구요.
그냥 급여?복지? 이런건 모르겠고 재미집니다
근데 여기엔 조건이 하나 붙는데요
급하지 않아야되는데 중소기업은 대부분 긴급입니다. 오눌 소재들어와서 2-3일뒤에 납품이라
이런 긴급함이 불량을 많이 만들어내지요 ㅠㅠ
그냥 내가 아직 이일을 하는 이유는 재미입니다.
내손에서 조물딱 조물딱 거려서 뭘 만들어 내는게 재밌네요.
그리고 나름(?) 엔지니어라 불러서 가끔 다른회사애 스카웃 제의도 받아보구요
번외로 여긴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사장한테가서 “ 사장아 나 힘들어서 그만둘래”라고 이야기하면 그날 저녁은 아마 소고기 파티할걸요?
어쩌면 금일봉 같은거를 찔러 넣어줄지도 모루겠습니다 ㅋㅋ
사장입장에선 엔지니어 한명 그만두면 타격이 어마무시하거든요. 그렇다고 “좋아 힘둘게 일했으니 한 일주일 쉬다와” 이렇게도 못하지요 ㅋㅋ
이런것들이 중소기업의 특징입니다
본문으로 돌아와 이일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재미있고 이젠 몸애 너무 익숙해져버린 기름냄새와 쇠 냄새가 적응이 되버려서 다른일을 못하지 않는걸까 생각이 듭니다
이일로 인해 혼자였던 제게 여우같은 와이프가 생기고 토깽이 같은 아이 두명이 제게로 왔습니다
이젠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까요(?)ㅋㅋ
이제 다음글에는 중소기업 다니며 뇌경색이 왔던 이야기와 심장에 스텐트 시술 그리고 안과애서 눈수술 5-6번 이게 한방에 모든게 다 이루어진 한 이야기를 써보도록 할게요
재미없는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잘빠진산삼님의 댓글
그런데 업무적인 질문이 있는데... 70파이 0.02 공차면 사진상에서 위에 있는 원형 포켓 가공 같은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가공을 접근하시나요?? 그정도면 cnc 가공을 해야 할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형상이 cnc가 어려울 것 같은데 이렇게 공차가 빡센 부분도 mct에서 엔드밀로 처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써니사이드쵱님의 댓글의 댓글
전 우선 고이송커터(분당이속 10000)로 우선 걷어내구요 그다음 직각페이스로 바닥면 다지고
(고이송커터의 인서트 코너알이 2-3r정도 있어서요) 그 다음 마이크로보링바로 치수 맞춥니다
도미에님의 댓글
저런 쇳덩어리가 엔지니어 써니사이드쵱님을 거쳐 부품으로 거듭나는군요.
까딱 잘못하면 불량이라니 말씀대로 짜릿한 손맛이 있겠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병질사도 궁금합니다.
다음글~~^^
시티즌유님의 댓글
이런내용 재미있고 좋네요.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NapSS님의 댓글
소심한늑대님의 댓글
예전에 만들어 주신 부품과 같은 류의 부품, 제품을사용하는 입장이었던지라…(지금은 아닙니다만…)
매일걷는사람님의 댓글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지네요.
어려움은 있겠지만 지금까지 해오셨던대로 또 잘 헤쳐나가시리라 믿어집니다
안전에 항상 유의하시고
건강도 잘 챙기시기를 기원합니다
의정님의 댓글
저역시 일때문에 해당기업꺼를 뚫어지게 처다보고 있는지라.. 급 반가웠습니다.
키리코님의 댓글
저도 쇠를 1년 깍아본적 있지만...
허용공차 +-0.03까지 맞추면 재미지긴 했어요.
근데 대우가 너무 열악해서 그만뒀지만요.
다음편도 멋진모습 알려주세요^^
AtSue님의 댓글
다음편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