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산 야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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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주 중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해가 점점 짧아 지고 있네요. 계절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퇴근 후 첫 산행을 할 때에는 산에 내려왔을 때 해가 떨어졌는데, 이제 중턱에 올라서면 땅거미가 내려 앉습니다. 산 정상부는 노을 빛이 조금 더 늦게 남아 있어, 산 아래보다는 좀 늦게 어두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젠 정상부에 서면 야간 산행 모드가 됩니다.
밤이어서 보통 하산 길에는 산객을 만나지 못하는데, 어제는 멀리서 라디오 소리가 들려옵니다. 점점 가까워지는 라디오 소리. 제가 이상한 건지, 늦은 밤 산에서 사람을 만나면 사람이 반갑기 보다는 무섭습니다. 나도 밤에 산행을 하면서 '밤에 산행을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바위 위에 서서 라디오의 주인공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큰 개를 끌고 오는 사람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제가 헤드 랜턴을 상대방이 눈이 부시지 않게 비스듬이 비춰봅니다. 큰 개와 함께 컴컴한 산길을 랜턴 하나 없이 걷고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후레쉬없이 어둡지 않으세요?'
인사를 하면서 랜턴의 각도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대형견의 눈을 비췄나 봅니다.
대형견의 눈이 공포스럽게 빨갛게 빛이 납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네요.'
'위험하실 것 같아요~.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가볍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나지막한 야산이지만, 가을에 들어서는 계절의 밤 산행에는 낮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들립니다.
걸음걸이 뒤에 떨어지는 도토리 소리에 가끔 놀라기도 하지만, 호젓한 길이 나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소년코난님의 댓글
밤에 다니면 낮에 듣기 힘든 물소리랑 벌레소리가 잘 들려서 호젓한 분위기가 산행하기 좋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