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금오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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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산이어서 무딘 일상의 눈으로 바라보던 금오산.
모 카페의 어느 멋진 분의 산행후기를 읽고 '이 잘생긴 산'을 새로운 눈으로 올랐습니다.
숨 고르느라 그저 스쳐 지나치던 풍경이 오늘은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금오지, 구미시내, 그 너머 넓은 들판, 그리고 구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순간도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듯한 묘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풍경입니다.
언제 봐도 씩씩한 현월봉 표지석입니다.
저는 이 표지석을 볼 때 마다 "남산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애국가가 생각납니다.
이 표지석은 어떤 시련, 세월의 굴곡에 굴하지 않는 강인하고 처연한 모습으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약사암 입구입니다.
세속의 경계를 가로질러 선계로 들어가는 상상을 해봅니다.
저에게 이 약사암은 참 고맙고 은혜로운 곳입니다.
갈 때 마다 공양을 차려주시는 보살님이 계시기 때문이죠.
누군가가 나를 위해 따뜻한 밥상을 준비해주는 것.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까요?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손자를 생각하며 돌 하나하나를 쌓아올렸을 할아버지의 애끓는 마음이 애틋합니다.
오형탑. 금오산에서 '오'를 손자의 이름에서 '형'을 따서 붙인 이름이라 합니다.
이 탑을 볼 때마다 유물론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감각으로는 인식할 수 없는
인간의 모든 기원과 희망, 염원이 총 집합된 무궁무진한 에너지의 저장고가
우주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앞서 언급했던 금오산 후기를 남겼던 멋진 분은 소로와 월든을 생각하며
금오산을 즐겼다 하셨습니다.
오늘 저는 '어린 왕자'가 떠올랐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오늘 가지 못한 금오산의 숨겨진 샘을 담고 있는 곳, '성안'을 가봐야겠어요.
그리고 칼다봉을 지나는 금오산 환종주는 언제나 가능할까요?
저질 체력임이 너무 아쉽습니다….
2024.06.16.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과거소년코난님의 댓글
"숨 고르느라 그저 스쳐 지나치던 풍경이 오늘은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 이 문장이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정상에 오르는게 목적이 아닌데 자주 다니다 보니 못봤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이제부터는 '과정'에 더 관심을 갖는 자세를 갖고 싶어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다시 붙입니다.
소소한 글,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산은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높이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이어서 인내를 요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저도잘몰라요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