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금오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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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2024.06.16 20:56
분류 산행후기
34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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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산이어서 무딘 일상의 눈으로 바라보던 금오산.

모 카페의 어느 멋진 분의 산행후기를 읽고 '이 잘생긴 산'을 새로운 눈으로 올랐습니다.



숨 고르느라 그저 스쳐 지나치던 풍경이 오늘은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금오지, 구미시내, 그 너머 넓은 들판, 그리고 구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순간도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듯한 묘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풍경입니다.



언제 봐도 씩씩한 현월봉 표지석입니다.

저는 이 표지석을 볼 때 마다 "남산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애국가가 생각납니다.

이 표지석은 어떤 시련, 세월의 굴곡에 굴하지 않는 강인하고 처연한 모습으로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약사암 입구입니다.

세속의 경계를 가로질러 선계로 들어가는 상상을 해봅니다.

저에게 이 약사암은 참 고맙고 은혜로운 곳입니다.

갈 때 마다 공양을 차려주시는 보살님이 계시기 때문이죠.

누군가가 나를 위해 따뜻한 밥상을 준비해주는 것.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까요?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손자를 생각하며 돌 하나하나를 쌓아올렸을 할아버지의 애끓는 마음이 애틋합니다.

오형탑. 금오산에서 '오'를 손자의 이름에서 '형'을 따서 붙인 이름이라 합니다.

이 탑을 볼 때마다 유물론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감각으로는 인식할 수 없는

인간의 모든 기원과 희망, 염원이 총 집합된 무궁무진한 에너지의 저장고가

우주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앞서 언급했던 금오산 후기를 남겼던 멋진 분은 소로와 월든을 생각하며 

금오산을 즐겼다 하셨습니다.

오늘 저는 '어린 왕자'가 떠올랐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오늘 가지 못한 금오산의 숨겨진 샘을 담고 있는 곳, '성안'을 가봐야겠어요.

그리고 칼다봉을 지나는 금오산 환종주는 언제나 가능할까요?

저질 체력임이 너무 아쉽습니다…. 


2024.06.16.



댓글 12

저도잘몰라요님의 댓글

작성자 저도잘몰라요 (120.♡.108.50)
작성일 06.16 22:07
익숙한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때 기분이 새롭습니다. 기록도 사진도 잘 보고 갑니다.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06.17 12:49
@저도잘몰라요님에게 답글 인간의 뇌가 익숙함을 선호하도록 프로그램이 되어있는지라 그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기에는 너무나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움이 더 좋게 느껴지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과거소년코난님의 댓글

작성자 과거소년코난 (119.♡.165.242)
작성일 06.16 22:08
정성스런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산행기보니  가보고 싶지만  너무 멀어요(경기도민)
"숨 고르느라 그저 스쳐 지나치던 풍경이 오늘은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 이 문장이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정상에 오르는게 목적이 아닌데  자주 다니다 보니 못봤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06.17 12:47
@과거소년코난님에게 답글 그렇죠.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적은 아닌데, 산엘 가면 항상 '과정'은 생략된 채 '목표'만 채우려 하는 마음이 발동합니다.
이제부터는 '과정'에 더 관심을 갖는 자세를 갖고 싶어요~

지지브러더스님의 댓글

작성자 지지브러더스 (203.♡.145.133)
작성일 06.17 09:07
산 도 좋지만, 쓰신 글이 더 좋네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06.17 22:26
@지지브러더스님에게 답글 답글을 적었는데, 댓글로 적다니...
다시 붙입니다.

소소한 글,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산은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개살구님의 댓글

작성자 개살구 (211.♡.98.34)
작성일 06.17 17:25
처음 듣는 산인데 높이가 꽤나 높네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06.17 22:29
@개살구님에게 답글 금오산을 오르면 전국 웬만한 산은 다 갈 수 있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평입니다.
높이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이어서 인내를 요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윽고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이윽고 (116.♡.97.246)
작성일 06.18 13:03
산도 좋고 날씨도 좋고 사진도 좋네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06.18 20:51
@이윽고님에게 답글 비 온 다음날이라 하늘도 맑았고 특히 구름이 사진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했어요.

딴길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딴길 (222.♡.54.111)
작성일 06.19 17:54
산행기에서 솔솔 산사의 바람이 느껴지네요. ^^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119.♡.152.116)
작성일 06.21 00:54
@딴길님에게 답글 앗! 실제로 이날 산바람이 참으로 시원한 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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