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린달 (220.♡.57.3)
2025년 11월 16일 PM 05:40 · 수정됨(02. 20. 17:43)
안녕하세요. 눈팅만 몇 개월 해오다가 다모앙과 악기당에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기타리스트로서의 진로를 고민하고 가족과 갈등을 겪고 있는 제 조카이야기 입니다.
곧 중3을 앞두고 있는 제 조카는 대략 일 년 전부터 일렉기타를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부모도 처음에 취미로 기타치는 것에 대해 아무 부정적인 태도는 없었습니다.
아이 아빠가 통기타를 취미로 치는 사람이고(가족 모두 작은 개척교회를 다닙니다)
아이도 학원 취미반과 교회에서 조금씩 연주를 했으며, 중학교 축제에서 친구들과
밴드를 구성해 공연을 한적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처가 식구들 모두가 그 아이를 응원하며
잘한다 잘한다 하며 귀엽게 봐주었죠.
문제는 아이가 기타리스트가 되겠다고 선언한 다음부터 일어났습니다. 아이가 예고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고 싶어하고, 예대를 거쳐 기타리스트가 되거나 기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살겠다고 자신의
진로를 말한 것이죠. 그리고 예고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전문반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한겁니다.
지금도 이미 많이 늦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이 엄마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좋다, 앞으로 6개월 동안 혼자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이 늘어나는 게 보인다면, 입시전문반 학원에 넣어주마 그때까지 열심히 해봐라!"
하지만 아이는 저 말이 불만이었습니다. 더 일찍 시작해도 늦을 판인데, 곧 중3이 되는 입장에서 예고 입시를 6개월 전에 해주겠다고 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거였죠. 엄마의 저 말은 내가 혼자 해보다가 결국 실력이 늘지 않게 되고, 나중에 입시전문반을 들어가봐야 실력이 미달될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제풀에 꺾여 기타리스트를 포기하고 공부나 하자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는 겁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엄마가 내가 방구석에서 게임하고 있는 걸 지켜보는 표정보다, 기타치고 있는 걸 지켜보는 표정이 더 썩어있더라고요. 엄마가 자신이 기타치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가 눈에 보이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입시학원에 덧붙여 지금 갖고 있는 것보다 좀 더 좋은 기타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답니다. (저는 이 부분은 좀 성급한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후로 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와 엄마가 다툼이 잦아져서 한 번은 기타와 앰프를 들쳐메고 집을 나온 적도 있습니다. 그래봐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우리집으로 온 거지만..
아이의 엄마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 원장입니다. 아이가 셋인데, 첫째 딸은 대학생, 둘째 딸은 내년에 수험생 이고요. 두 딸은 평범하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을 갔거나, 가려는 중입니다. 셋째는 아들인데 기타리스트 선언을 했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막내 아들이 음악하겠다는 것에 대해 보수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원인은 어쩔 수 없이 있는듯합니다. 분명 이런 얘기도 했을 겁니다. 직장을 갖거나, 전문직을 하면서 충분히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있다고요. 실제로 큰 회사 내에 밴드나, 심지어 관현악을 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리고 아빠 역시 전문직 프리랜서이면서 통기타를 취미로 하거든요. 처가 어른들의 인식도 보수적입니다. 음악을 하며 먹고 사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죠. 그리고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 '기타를 들고 교회나 학교에서 공연을 해보더니 헛바람이 들었다' '공부하기 싫어서 기타로 도피하는거다' 등등입니다.
모두가 이런 분위기이니 아이는 자기 편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로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언성이 높아지고요. 저는 음악 듣는 건 좋아하지만, 다룰줄 아는 악기가 단 한 개도 없습니다. 음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본적도 없고요. 그냥 문외한이죠. 사실 그동안 이 조카의 기타 연주도 건성으로 들으며 영혼없는 박수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최근에 들어서 알게되었어요. 그러다 아이가 홀로 구석으로 몰리는 거 같아서 나라도 이야기를 들어주고자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여기 악기당에 계신 분들에게 고견을 듣고자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뮤지션이시거나, 취미로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여러분이 보시기에 15살 중학교 2학년 아이가 1년 정도 기타를 취미로 하다가 기타리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하 것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할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지금 드러내는 열망이 어느 날 꺼져버릴 수도 있을까요? 아니면 평생 음악인으로 삶을 살수도 있을까요? (몇 년 하다가 흥미가 떨어져 관둔다면 학원원장을 하고 있는 엄마 입장에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겁니다)
아이가 부모를, 특히 보수적 교육관을 갖고 있는 엄마를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계신 분들은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하셨거나, 실패하셨습니까? 이 아이는 일렉기타에 빠져있는 것 빼면 그냥 학교 공부 대강하고, 친구들이랑 게임하는 거랑, 틈만나면 쇼츠 보면서 지내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물론 쇼츠나 유튜브로 기타 연주나, 기타에 관한 잡다한 지식 등은 관심있게 찾아보는듯 합니다.
지금 이 15살 중학교 2학년 아이는, 기타리스트가 못 된다면 자신의 인생이 아주 불행해지고, 의미도 없을 거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그리고 그걸 응원해주지 않는 부모가 자기 꿈을 짓밟는 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지요. 그리고 중3을 앞둔 입장에서 빨리 본격적인 입시를 준비하고 싶어 조급해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처가식구들 모두와 이 아이도 궁금해 하는 점인데, 일렉기타리스트가 되어 먹고 사는 건 괜찮나요? 한심하고 우스운 질문 같지만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 옛날처럼 딴따라로 빠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설득시키기 위해 나름의 근거가 필요해서요. 일렉기타는 잘 치되, 기타 말고 다른 직업으로 확장도 가능한지도 궁금합니다.
이야기가 두서없이 길었습니다. 여기 계신 악기당 분들의 어떤 고견이라도 경청하겠습니다. 아이가 자기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해서요.
댓글 (17)
-
BBlackNile
25.11.17 · 116.♡.134.156
-
나나린달
→ BlackNile 작성자
25.11.17 · 220.♡.57.3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아이 부모와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꼭 참고해서 의견을 전해보겠습니다. 아이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말씀같아요. 앞서 음악인의 길을 걸어간 분들 생각도 비슷하다는 걸 알면 아이도 기운을 낼 것 같습니다. 올해 안에 어떻게든 빨리 결단을 내려야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 카
카미유클로델
25.11.17 · 106.♡.239.143
제가 멤버쉽가입해서 보는 기타리스트의 링크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예체능은 취미일때는 매우 좋지만, 직업이 되면 슬픈직업이죠.
그리고, 우선은 전공생을 많이 가르쳐본 래슨샘을 찾아보셔야 합니다.
동네근처의 실용음악학원이 아닌, 전문 연주가가 필요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XnkB_8p5w&list=PLFprPXAlmd61at0CikG5iHNJOoBFy1QEW&index=6 -
BBlackNile
→ 카미유클로델
25.11.17 · 116.♡.134.156
영상재생이 안되네요 - 카
카미유클로델
→ 카미유클로델
25.11.17 · 117.♡.26.192
-
나나린달
→ 카미유클로델 작성자
25.11.17 · 220.♡.57.3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시는 분이네요. 성인이 되어서도 하고 싶은 걸 계속 해나가려면 안정적인 돈벌이는 필요하고, 그래서 다른 일이나 다른 직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건 맞는 말이라는 생각입니다. 기타리스트로 비로소 안정된 삶을 살고 계시는 분의 조언이니, 아이도 이 영상을 보면 좀 더 차분히 고민할듯 합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네요 ^^
답변 감사드립니다~! - 카
카미유클로델
→ 나린달
25.11.17 · 106.♡.239.143
이정도 실력인데도 기타리스트로 안정된 직업을 가지진 못하셨던 분입니다.
예전에 기타 접고, 배달업을 하시다가 기타리스트로 돌아오신 분입니다.
지금은 레슨과 섹션맨으로 수입을 맞추시는 걸로 압니다.
예체능은 손가락에 꼽히지 연주가가 아닌 이상 안정적인 수입은 어렵지요.
이게 현실이고... 기타리스트 하면서 다른 능력으로 키워서 기능과 업무능력 접목시킬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싫어서 예체능한다면 무조건 반대하긴 합니다. -
나나린달
→ 카미유클로델 작성자
25.11.17 · 220.♡.57.3
예, 아이에게도 명심하도록 이야기하겠습니다. 기타 연주 능력 말고도 연관있는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
나나린달
→ 카미유클로델 작성자
25.11.17 · 220.♡.57.3
감사합니다. 우선 영상을 보고 다시 답변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 -
Ddrzekil
25.12.08 · 222.♡.229.199
좀 많이 늦게 봤네요...
사촌동생이 기타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나름 개인 앨범도 몇개 냈고요..
그런데, 둘째 아들녀석이 중3때 갑자기 기타리스트가 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촌동생에게 물어봤습니다. 둘째가 이런 이야기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말이죠.
그랬더니 그냥 내버려두랍니다..
1년정도 내버려두고 지켜보면..
정말 계속 할 친구들은 자기가 돈모아서 이펙터 사고 기타 사고 기타를 손에서 안놓고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학원 보내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입시학원은 고등학교 올라가서 해도 충분하다고 하더라고요.
기타로 먹고살만한 재능이 있는 애들은 그때부터 해도 금방 따라간다고 하네요.
결국 내버려두니 반년만에 기타를 손에 놓더라고요.
그런데.. 대학교에 간 첫째녀석이 베이스를 손에서 안놓네요..
용돈과 알바로 돈을 모아 수백만원에 육박하는 악기와 이펙테들을 사모으고..
대학교에서 공부는 안하고 밴드 동아리에 빠져 삽니다..
그러면서 베이스로 먹고 살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네요...ㅎㅎ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믿지못하겠다라는 심정이
자식입장에서도 고대로 전달되어서 사기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일단 중학생이라 제대로 각을 타려면 예고진학이 중요하긴해요 거기에 포커스를 마춘다면 당장이라도 레슨샘을 붙여야합니다
부모입장에서도 예고를 보내놓는게 서로 좋습니다
거기에서 비슷한 무리들과 경쟁하는게 어떤것인지 몸소 느끼게 되면 찐 광기가 무엇인지 알게되거든요
그래서 과감하게 입시를 포기하고 일반 전형으로 진학하게되면 재수를 하던 뭘하든 진로변경이 수훨합니다
모든걸 다 쏟아붓고나서 포기를 해버리면 미련도 안남게 되니까요
그런데 일반고 진학이후 입시를 하겠다고 준비를 하면 예대진학이야 가능하죠 (실음과는 8도에 다 있습니다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학교가 태반이거든요)
다만 그 테크를 고등학교때 타야할것을 대학때 해버리고 졸업이후 사회에 나와서 어영부영 보내다보면 금방 30대입니다
자아가 형성되고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에 음악을 한다는건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좋은거라서요
저라면 당장 좋은 래슨샘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단순히 기술전수가 다가 아니라 뮤지션의 삶 그리고 뮤지션이 되었을때 어떻게 밥벌이를 하고 살는가
아니면 투잡을 해서라도 어떻게 자기의 음악생활을 서포트하는가에 대한 조언까지 해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