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불가리아의 100만달러 크리스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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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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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불가리아의 100만달러 크리스틴(1)
https://damoang.net/lecture/4565
에 이어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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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람들 아프리카나 어디에서 배 벅벅 긁으며 지금 너랑 대화하고 있는거라고!!!!!!!!!!!”
라고 말하지만, 강한 믿음에 빠진 사람의 눈빛을 본 적이 있나요?
보통 믿음이라 하면 종교적인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예전에 한 동생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떡볶이 집에서 알바를 했는데 어느 날 한 어머님이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하더랍니다. 매일 오면서 칭찬을 하며 단골이 되었습니다. 친해지다 보니 사장님몰래 더 주기도 하며 나름 자기만의 고객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그분이 자기딸을 소개해 주고 싶다고 합니다.
어머님의 칭찬 + 딸 소개 , 참 20대 혈기 왕성한 청년에게 이만큼 기폭제가 있을까요. 이 얘기를 들은 우리는 대단하다 칭찬해 줬습니다. 진짜 드라마 같은 일이 있구나.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그 딸이 교회를 다녀서 거기서 같이 성경공부를 하지 않겠냐고 묻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ㅅㅊㅈ였습니다. 우리는 그 동생에게 아쉽지만 아닌거 같다 매일 만나면서 얘기했지만 동생은 아니라고 하며 강하게 부정했습니다.결국은 그곳에 빠져들다 간신히 나왔지만, 한번 자신이 믿는 무언가에 빠진 사람은 절대 말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말릴 수록 말리는 쪽이 적이됩니다.
그 동생의 눈빛과 지금 제 앞에 현장에서 이글거리는 동생의 눈빛은 꼭 닮아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크리스틴 흉내를 내며 “헤이 브로, 센드 미 머니!” 라고 놀리고, 또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예언했습니다.
ㅇ 갑자기 한국에 오는 도중 어떤 일이 생겨 급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ㅇ 갑자기 코인이나 달러 등 어떠한 형태로 돈을 송금하기 위해 거래소에 가입을 유도할 것이다.
ㅇ 가족이 아프거나 하는 등의 감정을 흔들게 하는 말들을 할 것이다.
신기하게도 제 말 그대로 딱딱 맞아 떨어지며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불가리아 어딘가에서 발이 묶이고 급전이 필요한데 자기 돈은 통용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 합니다.
부모님이 어릴 때 돌아가셨지만 스스로 성공해서 사업을 일구고 있다, 당신과 올 여름에 만나 미래를 계획하고 싶다.
완벽한 스토리입니다.
심지어 한국에 오기 2,3주 전부터 이런 일이 생겼으니 제 동생은 얼마나 애달파 했을까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한국에 와서 그녀와 함께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그녀는 사업을 하고 자신은 이곳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아 국제결혼을 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었으니 말이죠.
이미 한밤중에 동생은 그 여자를 위해 기업은행 비대면 계좌 개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이상하지 않냐 물어봐도 일단은 그녀가 너무나 긴급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톡창을 봤습니다.
허니, 달링 온갖 달콤한 말을 써가면서 자신이 지금 너무나 힘든 처지라는 걸 구구절절 보내고 있었습니다.
더욱 신기한건 그녀는 이미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생이 조금 조심스러워 하자 그녀는 직접 확인해 보라며 어떤 은행 사이트 링크아 아이디, 비번을 친절하게 알려줬습니다.
그녀의 아이디로 로그인하자 과연, 무려 100만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이 있었습니다. 그년, 아이고 오타가 났네요. 그녀는 자신이 무역관련 법 때문에 자금이 잠깐 묶여있다고 했습니다. 동생이 긴급히 부품살 돈만 보내주면 이자까지 해서 보내주겠다고 애원합니다.
이제 결과는 뻔합니다. 제가 말한 시나리오의 결말까지왔습니다. 저는 한숨을 쉬지만 동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그녀의 계좌를 보여주며 이렇게 충분히 돈이 있지 않냐, 걱정말라고 오히려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1만달러는 그 동생에게도 부담되는 금액은 확실했습니다. 동생은 딱 400만원 정도만 보내본다고 했습니다. 계속 말렸지만 그정도 금액은 한달고생하면 나오는 돈이니 시험삼아 해본다고 보내려 했습니다.
정말 다행이, 한밤중이어서 그런지 계좌는 만들 수 있어도 외화 송금은 되지 않았습니다. 몇번이나 송금하려 시도하는 동생을 보며 조금만 진정하자고, 내일 형이 알아본다고 말렸습니다.
“형이 어디서 알아보시려구요?”
-형 아는데 전문가가 있어. 클리앙이라고 그런거 전문가들이 있는데 그사람들에게 이 은행 사이트 한번만 분석 맡겨볼게. 좀만 기다려.(그당시 클리앙이 하나였죠...ㅜㅜ)
이미 그녀의 카톡은 동생을 구워삶기 위한 온갖 미사여구로 가득했습니다.
보고싶다. 이것만 해결하면 너와 함께할 것이다. 빨리 한국으로 가고 싶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럴려면 너가 빨리 입금해서 도와줘야 한다. 의심이 되면 너에게 모든 계좌를 알려주겠다. 이것만 해결되면 너에게 맡기겠다. 혹시 의심하는 것이냐. 나는 결백하다. 나는 너무 이곳에서 힘들다. 달링, 러브유, 미스유, 호프유....
제 3자가 보면 정신나간 대화지만 동생의 대답도 가관이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라. 의심하는게 절대 아니다. 지금 기업은행이 안된다. 내일 입금하겠다. 나도 사랑한다.
후... 아주 질질 끌려다닙니다.
다음날 동생과 둘이 쾡한 눈으로 출근합니다. 그렇게 총명하고 멋져보이는 동생이 오늘따라 미련해 보입니다. 또 현장 특성상 전파도 잡히지 않아 점심시간때 간신히 휴계실로 가서 글을 올렸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kin/18196219
“좀만 기다려. 전문가들에게 부탁해 놨으니까 이게 진짠지 가짠지 알려줄게”
-예.....
동생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습니다. 전날 돈을 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그녀에게 계속 미안해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남아공이나 어딘가의 방구석에서 배를 벅벅 긁고 팬티에 손을 넣으며 동생에게 오 달링 센드미 머니라고 채팅하는 크리스틴이라 알려줘도 동생은 계속 부정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확실한 은행 계좌 아이디까지 저에게 보내줬는데 어떻게 의심을 하느냐는 거죠.
사실 이 부분에서 저도 긴가민가 했습니다. 홈페이지가 너무나 은행스럽고 나름 소개페이지, ui, 디자인 등이 그럴싸 했습니다. 그녀의 아이디로 들어가 잔액조회를 해보면 나오는 100만달러 금액을 보면 남자친구에게 보내달라는 돈은 수수료만도 못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클리앙에 하나하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로맨스 스캠이다, 속지마라 하는 댓글에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말은 제가 항상 하던 말이니까요. 하지만 점차 전문적인 분석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얻은 인생의 깨달음.
가족, 친구보다는 제3자, 전혀 안면식 없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위력적이다.
보통 친구나 가족의 조언을 잘 받아들인다 생각합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가족이 그렇게 방 청소하라고 해도, 공부좀 하라고 해도 절대 듣지 않습니다. 친구가 제발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해도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3자가 갑자기 찾아온다 할 때 방청소를 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평가를 할 때 잘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친구보다는 다른 누군가 그렇게 살지 말라 하면 수치스러워 합니다.
이 동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옆에서 아무리 스캠이라 말하고 헤이 브로 라고 말해도 오히려 저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하던 동생이었지만, 댓글로 하나씩 경험담이 달리고, 무엇보다 제가 ‘전문가들’이라 칭한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저 사이트가 왜 엉터리이고 언제 만들어 졌는지 이야기 하자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래요?”
라고 하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개발자 분들이 많다 보니 홈페이지를 물고 뜯으면서 분석해 보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동생은 경악했습니다.제가 글을 올린 날짜가 7월 20일, 그녀가 오랫동안 사업하며 관리하던 은행 홈페이지는 불과 5일전에 개설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1차적으로 혼이 나갔습니다.
‘흡성대법’님의 댓글처럼 알고보니 수많은 유사 사이트들이 만들어져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나서야 동생은 이 모든게 사기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동생 표정은 망연자실 그 자체였습니다.
다급해진 크리스틴
동생은 요 몇달간의 모든 대화가 거짓이었다는 걸 깨닫고 좌절했지만, 한편으로, 아주 약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정말인가, 1%의 가능성도 없는 것일까 하고 말이죠.
크리스틴도 뭔가 의심하고 있다는 걸 깨닫자 나름대로 계속 스토리를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바다 한가운데 있어서 통신이 원활하지 않다. 은행은 예전은행에서 계좌이체를 한 것이다 등등 어떠한 논리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크리스틴의 마지막 무기는
자기야, 나 정말 당황스럽다. 정말 슬프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어?
거의 말 끝마다 당황스럽고 슬프다고 하며 감정의 총공격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마다 옆에서 동생에게
“옵빠 (벅벅) 나 정말 슬프다. 빨리 돈 보내줘. 센드미 머니” 라고 음성번역을 해주었습니다.
그년, 아이고 또 오타가, 그는 점차 애달프게 카톡을 보내다가 결국 동생은 차단했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끝내긴 아까웠는지 좀 더 놀리기 위해 다시 차단을 풀고 재수락을 했습니다. 또 충격적인 사실이 나옵니다. 구체적인 원리는 알 수 없지만 상대방을 차단하고 재수락할 때 상대방이 어느 나라에서 카톡을 인증 받았는지 나옵니다. 그때 크리스틴의 국적은
터키
이제야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터키의 어느 사무실에서 한손에는 과자를 먹으며 키보드는 손가락이 닿은 부분만 하얗고 나머지는 먼지에 찌든 크리스틴이었습니다.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대한민국의 경기도 평택시의 고덕의 한 동생에게 달링을 타이핑하며 배 부품값을 보내달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일이 두달도 남짓한 기간동안 일어났습니다.
700만원짜리 피자
그날 동생은 저에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어떻게 감사를 표시할까 고민하고 있길래 숙소 동료들과 피자나 먹자고 했습니다. (다시한번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동안 숙소에 있는 다른 친구들과 재미있는 안주거리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놀리곤 합니다.
글을 쓰면서 몇가지 패턴을 파악해 봤습니다.
상대방의 직업, 학력이 완벽하고 꼭 약점 한가지는 있다.
ㅇ 너무 완벽한 사람이면 의심을 삽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당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없습니다. 국제 결혼을 해도 상대방 부모님께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으니 이 얼마나 편리한 아픔입니까. 게다가 스토리상으로도 완벽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터키의 배불뚝이 브로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어엿한 사업가에 대한 환상을 품었겠습니까.
화려한 사진은 믿지 마라
돈 이야기는 가장 애가 탈 때 꺼내기 시작한다.
ㅇ 동생을 구하기 위해 여러 로맨스 스캠을 검색했는데 상당히 유사한 패턴 중 하나가 바로 ‘곧 널 만나러 한국에 갈거야’ 였습니다. 한국에 나를 만나러 온다고 할 때 우리(피해자)는 상대방에게 완전 마음을 주게 됩니다. 앞으로 미래를 함께 한다는 기대감에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 어떤 일로 인해 막히는 거죠. 이때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건 돈 밖에 없습니다. 대사관에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은 온갖 전문용어로 현재 막혀있는 이유를 꾸며대니 돈 보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참 악랄합니다.
상대방이 카카오톡으로 옮기자고 권한다.
ㅇ 보통 채팅앱은 대화를 하는데 돈이 듭니다. 한 대화에 무려 500원씩 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돈이 아깝습니다. 그때 상대방이 먼저 우리 돈아까우니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프로필 채팅을 하자고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제안입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책임은 피해자의 몫입니다. 채팅앱에서는 상대방이 사기꾼이면 신고라도 할 수 있지만 이제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혼자서 감당해야 합니다.
*카카오톡 상대방 국가 확인하기!
1. 해당 아이디와 대화를 나눕니다.
2. 대화 후 상대방이 눈치재지 않을 타이밍에 차단합니다.
3. 다시 대화창으로 들어와 추가하면 가입국가와 경고팝업창이 뜹니다. 이때 상대방이 말한 국가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이후 그 친구 근황
글을 연재하면서 동생에게 근황을 물어봤습니다 ㅎㅎㅎ
한명은 콩고 브로로 밝혀졌네요.
현재는 포르투갈의 한 친구와 대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영어 울렁증이 있는 녀석이지만 최근에 영어학원도 등록했다네요!
역시 언어공부는 이성의 힘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최근 대화하는 친구는 다행이 로맨스 스캠을 할 만한 친구는 아닌거 같았습니다. 당연히 구글렌즈 돌려봐도 없고!
이 친구는,
그래도 그녀석 덕분에 영어공부 공짜로 했잖아요!
라고 하며 정신 승리를 하며 지금도 노가다를 하며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 당시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상 커뮤니티 덕분에 퇴직금을 지킨 동생의 이야기였습니다 : )
커피짱조아님의 댓글의 댓글
커피짱조아님의 댓글의 댓글
일리악님의 댓글
커피짱조아님의 댓글의 댓글
잰리님의 댓글
직접 한국으로 날라 와서 한국인의 도움으로 그 사기꾼 잡은 사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위 글에 등장하는 동생분은 지인이 귀인이시네요.
전생에 좋은 일 많이 하셨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글 재미지게 잘 읽었습니다^^
카오스별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