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구글∙넷플, 망 사용료 논의 급물살 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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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콘텐트 사업자(CP)들이 소비자에게 데이터를 전송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 이용료를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망 사용료 관련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임기 시절인 2017년, 망 중립성 등의 내용을 담은 ‘오픈 인터넷 원칙’을 폐지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사업자(ISP)가 망으로 들어오는 데이터 트래픽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특정 웹사이트나 서비스에 대해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차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ISP들은 오픈 인터넷 원칙 폐지를 환영했다.
업계에선 구글, 넷플릭스 같은CP보다는ISP에 지지기반을 둔 트럼프 당선인이 임기 동안 망 무임승차 문제 해결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들은 망 중립성을 근거로 망 사용료 납부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2기 트럼프 행정부에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차기 위원장으로 브랜던 카FCC위원 지목이 유력해지면서CP들에 망 사용료 납부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 위원은CP사들이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해야한다는 주장을 여러차례 했다. 2022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술포럼 기조연설에서는 “고속 네트워크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은 대형 빅테크가 이에 걸맞은 몫을 낼 수 있도록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ICT업계에선 망 중립성 원칙이 있다해도 망 사용료 납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몇년 간 전 세계적으로 나온 망 사용료 관련 법적 분쟁에 대한 판결 상당수가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는 상호 무관하다”는 입장이어서다. 국내에서도 넷플릿스가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2021년 “망 중립성 원칙은 콘텐트 차별 금지에 관한 것이지, 망 사용료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독일 쾰른 지방법원도 “메타가 도이치텔레콤에게 2100만 유로를 지급해야한다”고 판결했다.
국내 발생 인터넷 트래픽 중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구글(30.6%, 지난해 12월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트래픽 비중이 각각 2.9%, 1.1%이지만KT,SK브로드밴드 등ISP들에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 액수는 비공개이지만 업계에선 네이버 약 1000억원, 카카오는 700억원 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021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우리가 망 비용을 낸다면 우리보다 (트래픽을) 훨씬 많이 쓰는 해외 기업도 그에 맞는 비용을 내야 공정한 경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25일 과방위 국감에서 "미국에 망접속료를 내고 있다. 인터넷 최초 접속 시 접속료를 냈다면 이후에는 어디든지 상호 접속하는 게 인터넷 시장의 원칙"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망 사용료 관련 법제화 논의도 진행 중이다. 17일 기준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은 총 2건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은 대형 글로벌CP가 정당한 망 대가를 지불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정보통신망 이용에 관한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거나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산적한 현안 때문에 연내 해당 법안이 법안소위 등에서 논의될 확률은 적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CP들과 국내ISP들 간의 협상력 차이 때문에 시장 논리로는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며 “입법을 통해 망 사용료 납부 근거를 만든다면,CP들도 해당 법을 마냥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