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남극서 동시다발 화산폭발 부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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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포이에마 39.♡.204.94
작성일 2025.01.12 12:13
분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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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독 연구진, 남극 대륙 빙하 중량 감소 주목
빙하 압박 벗어난 100여개 ‘빙저 화산’ 활성화
1000도 마그마 접촉하면 얼음 녹은 물 다량 생성
바다 유입되며 세계 해수면 상승 빨라질 공산



‘빙저 화산’ 100여개 잠복
해수면 ‘치명적 상승’ 우려
남극 대륙 남쪽의 로스 섬에 있는 해발 3794m 높이의 에레버스 화산. 에레버스 화산 등 몇몇을 제외하고 남극 화산 대부분은 대륙 빙하 아래에 자리잡고 있어 지상에 노출되지 않는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제공

# 미국에 있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 옐로스톤 국립공원. 거대한 나무와 잔잔한 호수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고 다양한 동식물이 어울려 사는 이곳에서 갑자기 파도치듯 땅이 꿀렁거리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누가 봐도 기이한 이 일이 생긴 직후 땅 여기저기에서 엄청난 규모의 폭발이 발생한다. 회색 화산쇄설물(화산에서 나오는 바위 조각)과 붉은 마그마가 지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사람들은 혼비백산한다. 자동차를 몰고 비포장길을 미친 듯 빠르게 달리며 대피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핵무기가 투하된 것 같은 대폭발이 국립공원에서 일어난다. 2009년 개봉한 미국 영화 <2012> 속 장면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실제로 막대한 양의 마그마를 지하에 품고 있다. 언젠가 폭발할 가능성이 큰 화산이다. 영화와 같은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면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이 막히고 농작물 성장이 억제되면서 인류 문명은 존폐의 기로에 설 공산이 크다.

화산의 폭발 여부와 시기는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화산 폭발은 막을 수도 없지만, 반대로 부추길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인류가 유발한 지구 온난화가 뜻밖에도 남극 화산 폭발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것이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일까.



최근 미국 브라운대와 독일 아헨공대 소속 과학자들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인간이 유발한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남극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지오케미트리, 지오피직스, 지오시스템스’에 실렸다.

연구진은 남극 땅 위를 2~4㎞ 두께로 덮은 거대 얼음, 즉 ‘대륙 빙하(빙상)’가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최근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따뜻해진 기후로 대륙 빙하가 녹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녹은 빙하가 영향을 주는 특이한 대상에 시선을 집중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빙저 화산’이었다. 빙저 화산은 대륙 빙하 아래에 숨은 화산이다. 바다 밑 해저 화산처럼 얼음 밑에 있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빙저 화산은 땅 위에 노출돼 있지 않아 육안으로 볼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한다. 남극 대륙 남부에 해발 3794m 높이로 솟아 있는 에레버스 화산 등 몇몇을 제외하고 남극 화산 대부분은 빙저 화산이다.

빙저 화산은 남극에 100여개 있는데 대부분 현재는 마그마를 뿜지 않는, ‘활동 중지’ 상태다. 포장을 뜯지 않은 채 호주머니에 넣어놓은 손난로 같은 존재다.

주목할 점은 남극 빙저 화산 대부분이 현재 활동하지 않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빙저 화산이 대륙 빙하의 엄청난 중량에 눌려 있기 때문에 생기는 ‘평화’다. 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하는 엔진처럼 빙저 화산 하부에서 힘을 제공하는 마그마 덩어리가 두껍고 무거운 대륙 빙하에 눌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그마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면 빙저 화산 폭발 가능성도 커진다.



그런데 대륙 빙하는 인간이 만든 지구 온난화 때문에 녹고 있다. 녹은 대륙 빙하의 중량은 줄어든다. 이러면 빙저 화산을 내리누르던 압력이 약해진다. 빙저 화산 폭발이 발생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100여개 빙저 화산이 동시다발적으로 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피부 상처를 손으로 꽉 눌러 출혈이 멎었는데, 손을 갑자기 뗀 것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혈되지 않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혈액처럼 남극의 빙저 화산에서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이 현실화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미국 지구물리학회 소식지를 통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약 4000건 실행했다”며 “대륙 빙하가 녹으면서 빙저 화산의 폭발 횟수와 위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빙저 화산에서 마그마가 터져 나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분화구와 맞닿은 대륙 빙하 하부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녹는다. 분출된 마그마 온도는 대략 1000도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극 대륙 빙하는 공기나 바닷물 때문에 녹았지만, 마그마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뜨겁다.

대륙 빙하가 녹으며 생긴 다량의 물은 바다로 유입될 텐데, 그러면 지구 해수면은 유례없는 속도로 올라간다. 안 그래도 심각한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빙저 화산이라는 새 요인과 결합하면서 치명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예상보다 이르게 지구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길 수 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빙저 화산은 남극 대륙 빙하의 용융 과정에서 특별한 고려 요인이 아니었다”며 “앞으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댓글 4 / 1 페이지

깍꿍이당님의 댓글

작성자 깍꿍이당 (125.♡.115.18)
작성일 어제 13:08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정말 갑작스런 대재앙이 되겠네요.
해안 도시들은 죄다 물에 잠기게 될 테니 말이죠.

google_9e47xxxx님의 댓글

작성자 google_9e47xxxx (106.♡.69.201)
작성일 어제 14:37
생각해 보니 빙하 무게로 압력을 버티고 있었는데 빙하가 녹으니 문제가 될수도 있겠네요

아름다운풍경님의 댓글

작성자 아름다운풍경 (24.♡.154.20)
작성일 어제 15:53
화산은 압력 때문에 마그마가 분출 되는거 아닌가요 ?
압력이 낮아지면 분출이 더 잘되는게 맞는건지 ?
뭐 연구한 사람들이 그렇다니 ... 뭔가 있겠죠...

삶은다모앙님의 댓글

작성자 삶은다모앙 (61.♡.223.158)
작성일 어제 20:32
서해 남해는 둑 쌓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네들랜드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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