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취미를 가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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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일입니다만 대학에서 노래 동아리를 했습니다.
시국이 불안하던 마지막 시기라 집회현장에서 자주 듣는 노래들을 주로했습니다.
코드 몇개 짚을 수 있던게 실력의 전부였지만 같이 노래 하던 때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 날 정도로 좋았던 그런 때였습니다.
직장을 따라서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서울에 정착하고, 이리저리 해외를 전전하다 미국에 정착한지도 벌써 15년이 훌적 지나 버렸습니다.
출퇴근하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남들이 듣지 못할거란 생각에 크게 따라 부르며 꺾꺽 대던떄도 있었는데,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애들이 태어나고, 이사하고, 이직하고, 하루하루을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좋아하던 음악과 함께 할 여유가 사라지더군요.
지금 보다 나이가 훨씬 적었을 때는 가지고 싶은것은 많았지만, 주머니가 항상 얕아서 엄두도 내지 못하던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니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해 보자는 생각에 이것저것 사모으고, 차고 한켠에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잡다한 악기, 장비를 사모으고 정리하다보니 이젠 취미가 음악이 아닌 악기 수집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올해들어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나 크레이그리스트를 시간날 때마다 둘러보다 싼가격에 나오는것들을 모아서 드디어 평소에 생각하던 장비의 끝까지 왔습니다.
와이프는 싸게나온 중고를 업어 왔다는 말을 미심쩍어 하는거 같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놀랍게도 저중에 잘 다루는 악기가 하나도 없다는것은 비밀아닌 비밀입니다만....
판데믹 이후로 지인들과 함께하던 술자리들도 거의 없어지고, 사무실로 출근 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가족들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 같은게 늘었습니다.
애들 재우고 차고로 와서 맥주 한캔 꺼내서 이것 저것 장비도 만져보고, 웹브라우징도 하고, 음악도 듣고 하다보면, 이렇게 고립되어 사는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멀리와서 사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
Kami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