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 없는 매니저 밑에서 일하는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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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회사의 싱가포르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법인 내 직원 수는 천명은 넘을 정도로 법인 규모가 제법 큽니다. 전사 직원은 수만명 되는 대규모 기업이에요.
제 매니저는 제가 이 회사 면접을 봤을 때 패널 멤버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에는 하이어링 매니저는 아니었고 시니어 팀 멤버로 면접에 참석했었구요.
뽑혔을 때는 좋았는데 같이 일하면서 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매니저가 아니고 그냥 팀 내 시니어다보니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죠. 사업이 커지면서 법인 내 해당 사업을 오래 맡아온 사람은 이 사람 뿐이었고, 매니지먼트의 푸시로 이 사람이 매니저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도 모든 아이디어를 Devil’s advocate마냥 왜 그 아이디어가 실패할지만 얘기하는 사람이었는데 시니어 동료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매니저가 그러는 건 천차만별이더군요.
그러면서 어찌나 마이크로매니징을 하는지 잘한 거는 거들떠도 안 보면서 못한 건 못했다고 어떻게든 지적을 합니다.
업무는 본인이 양손에 꼭 쥐고 팀내 제일 시니어가 된 제게는 주지 않습니다. 저는 할 일 없는 벙어리가 됐고 마치 팀내 컨설턴트 같은 역할이 돼 버렸습니다.
해결해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들였습니다. 웃으며 면담도 청해보고, 술도 한잔 나눠보고, 아부도 해보고, 선물도 사줘보고, 소리도 질러봤습니다. 매번 돌아오는 건 이런 얘기해줘서 고맙다, 내가 바뀌겠다 라는 입에 발린 대답 후 아무런 변화 없는 상태만 계속되더군요.
이렇게는 못해먹겠어서 윗선으로 올렸습니다. 이 사람은 이미 사내에 평판이 있었기 때문에 제 피드백은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여졌고 VP의 개입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건 이 VP가 저희 팀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알고 있다 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떡하나 하고 있는 찰나 VP가 좀 더 젊은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위에 나열한 이유 모두가 여러차례 휘몰아치며 제 뺨따구를 때리니 분노가 폭발한 상태였는데 처음에는 새 VP에게 이걸 다 쏟아부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근데 동료들과 여러번 얘기를 나눠보니 그러지 말고 조금 차분히 부드럽게 얘기하라더군요.. 오늘 면담을 마쳤고 해결을 위해 노력해보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아마 오늘의 면담으로 제 삶이 바뀌진 않으리라 믿습니다. 근데 해결로 향하는 길의 첫발이 됐기를 바랍니다.
에헤라디야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