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앙 커뮤니티 운영 규칙을 확인하세요.
X

계엄령 - 알베르 카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아이셰도우
작성일 2025.04.01 13:50
분류 독후감
127 조회
3 추천
분류

본문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1948년 10월 27일에 초연한 희곡입니다

책은 연극 대본처럼 장면과 무대 설명, 그리고 인물들의 대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대충, 스페인의 남부 지방 항구도시 카디스에 어느 날 갑자기 온 '페스트'라는 총독이 이름처럼 질병으로 시민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포고령을 통한 독재와 공포정치를 하면서 온 도시에 전체주의와 파시즘이 퍼지고, 이에 대항하는 주인공 '디에고'와 그의 연인이자 판사의 딸인 '빅토리아'가 맞서면서 결국 용기와 사랑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페스트'를 물리친다는 내용입니다.


초연 당시에는 그닥 좋은 평을 못 받았는데, 그 중의 큰 이유가 바로, 그 당시의 가장 큰 전체주의와 파시즘 국가라 할 수 있는 독일과 소련을 배경으로 할 수 있었음에도 왜 하필 스페인이냐는 것이었는데, 카뮈는 그 당시에 공산권 국가가 아님에도 독재와 압제가 이뤄지고 있던 스페인의 프랑코를 보고 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이 책이 출간된 게 이번 달 14일이라는 걸 봤을 때, 다분히 지금의 내란 사태를 노리고 부랴부랴 출간한 거라고 봅니다.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도 이런 이야기를 해 놨구요, 그래서인지 사실 어떤 계엄이나 내란 관련 드라마도 현실을 능가하지 못하는 지금의 세태에서 내용 자체는 어쩌면 좀 현실보다 약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70여 년 전에 카뮈가 말하고자 했던 폭정과 압제에도 꺾이지 않는 시민들의 저항의식과 불굴의 의지, 이런 것들이야 말로 지금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여겨지기에,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있는 착가의 말을 부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계엄령]은 카뮈가 비슷한 시기 발표한 희곡 [칼리굴라]나 [정의로운 사람들]과 달리 유독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한국어로 출판된 번역본도 두어 본밖에 없는 이 작품을 작업하게 된 계기는 카뮈가 피력한 바와 같이 언제 어디서나 전체주의의 망령이 고개를 쳐들 수 있음을 오늘날 실제로 목도한 데에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극중에서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침잠하던 페스트가 다른 이의 몸에 깃들어 부활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이름이 야음을 틈타 각종 매체를 통해 언명되는 순간, 나는 차마 어찌할 수 없이 뜬눈으로 밤을 세웠고 그날 이후로도 한동안 무력감 속에 일상을 보냈다. 

(중략)

오랜 잠을 깨고 부활을 시도한 망령을 완전히 말소시키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거리와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을 번역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중략)

....페스트 일당을 쫓아내고 성문을 열어 대서양의 신선한 바닷바람으로 오염을 씻어낸 카디스처럼, 태평양에서 달려온 후끈한 바닷바람을 맞이하여 이 땅을 뒤덮은 폭력과 공포의 서릿발을 모두 녹여버리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3추천인 목록보기
댓글 0
분류
홈으로 전체메뉴 마이메뉴 새글/새댓글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