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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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은 진즉에 했지만 4.3에 맞춰서 읽어보려고 여즉 미루다가 읽어봤습니다.
소감에 앞서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한강 작가님의 작품들은 그저 남의 글 몇 줄 키워드 몇 개만 보고 '아. 이런 내용이구나. 내용 다 아는데 굳이 읽을 필요 있나?' 하면서 넘어가시지 않았으면 한다는 겁니다. 제 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한강 작가님의 표현을 사람들이 다 표현하기에는 너무 그 세계가 촘촘하고 깊어서 평론과 감상에서 생략하거나 빠뜨리기 쉬운 부분들이 있기도 하고, 차마 몇 줄 말로는 다 표현 못하는 무언가가 책을 덮고도 남아 있는 걸 느껴 보는 경험은 요약 영상이나 설명글 몇 줄로는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웬만하면 유튭 영상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은 그저 참고용으로 읽어 보시고, 가급적 작품을 직접 읽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기본적인 줄거리와 내용 설명을 텍스트로....다 못 치겠습니다. 이거 다 치면 거의 수십 페이지 분량의 텍스트가 나올 것 같습니다 ㄷㄷ 제 미약한 재주로는 아무리 줄여도 도저히 축약이 안됩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과 문장, 상황과 구성 하나하나가 중요한 것들이라 빼놓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내용 설명 영상 하나로 대체하고자 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여러 모로 한강 작가님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소년이 온다'를 쓴 이후의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주인공 경하, 그리고 실제 친구의 손가락 절단사고 이야기를 따온 경하의 친구 인선, 그리고 작가님이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난 후 꿨다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게 된 계기가 된 꿈과 4.3에 대한 기록을 보게 된 계기 등,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거 정말 작가님하고 경하의 싱크로율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정과 설명, 묘사가 있죠.
제가 생각하기에 4.3 당시의 인물들을 화자로 내세워서 그 당시의 한복판으로 바로 들어가는 구성이 아니라 후대의 제3자, 어쩌면 작가님 본인일 지도 모르는 '경하'와 4.3 피해자의 딸인 친구 '인선'을 내세워서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결국 단순히 시대상을 직접적으로 고발하고 우리는 이를 단회적으로 소모하고 소비함으로 결국에는 잊어버리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그 상황 속으로 뛰어드는 것 이상으로 언어 너머에 있는 그들의 슬픔과 고통과 연결되고 그것들을 공유함으로서 그들을 이해하고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람으로서, 작가님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경하'가 되어서 그들의 고통 속으로 들어감으로서 잊어버리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들과 작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런 전기적인 구성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이 마지막 작가의 말에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라고 했던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구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4.3에 대한 큰 틀에서의 전반적인 배경설명이나 모든 사건을 일일이 다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등장인물들이 직접 겪었거나 전해 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부분적으로 다루죠. 그런 만큼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먼저 4.3에 대한 다른 책이나 영상 등으로 배경 지식을 습득하고 나서 읽는 것이 훨씬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자면 소설 속에는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공장인 주정공장이 배경 중 하나로 나오는데, 이 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적 설명이 따로 없어서 모르는 분들은 그냥 뭐 그런 데가 있는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 주정공장이라는 곳 또한 제주도에 있었던 일제의 수탈의 역사와 4.3의 역사가 스며 있는 곳이라, 의미를 알고 보면 더 좋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일일이 다 표현하고 설명해 내지 못한, 4.3의 그들과 우리를 연겷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있습니다. 새라던가, 눈, 육체적 정신적 고통 등등....저도 4.3에 맞춰서 이 책을 읽어보긴 했지만, 책을 덮고 나서 밀려오는 그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을 비롯해서 여러모로 이 책에 대해서 말하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합니다. 해서 차후에 다시 읽어보면서 놓쳤던 것들을 다시 찾아내고 그들과 연결되어 작별하지 않는다 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제대로 찾고자 합니다.
오늘, 내란 후 처음, 그리고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맞는 4.3을 맞아서 한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말처럼, 지극한 사랑을 이 책에서 발견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