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문장들 - 벨랴코프 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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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러시아인 벨랴코프 일리야가 쓴, 러시아의 문호들의 대표적인 문장과 작품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문학 작가들과 러시아 문학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요즘에 겸공의 동네 사람들 코너에서 종종 출연하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이라서 읽어 봤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시와 소설을 많이 읽다 보니,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 속 문구들 중 몇몇은 마치 속담이나 관용어, 유행어처럼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주 쓰인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러시아인들에게 익숙하고 널리 알려진 문장들을 서두에 꺼낸 다음, 그 문장을 쓴 작가에 관한 이야기와 작품들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발견한 좋은 점들은, 한국과 러시아 양쪽 문화와 문학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일리야가 이런 문화와 생활상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러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쓴 러시아 문학을 한국의 문화와 정서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보다 러시아의 문화와 관점, 정서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 한국에서는 러시아 사회의 열악한 여성 인권에 대한 비판이 주제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러시아에서 자란 일리야의 관점에서는 매우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톨스토이가 작품을 쓰던 1870년대에 불던 반제국주의와 진보주의의 바람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알리기 위해, 러시아 사회의 보수적인 가치에 도전했던 사람들이 겪는 비극이라고 봐야 한다고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책 속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푸시킨, 안톤 체호프를 비롯해서,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 막심 고리키 같이 소련 체제를 적극적으로 찬양하고 지지했던 사람들, 그리고 소련과 지금의 러시아에 반대했고 지금도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러시아 작가들의 다양한 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록 러우전쟁으로 지금 러시아는 악의 제국급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기에 이 시기에 러시아 관련 책을 읽는 게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만, 겸공에도 자주 나오는 대한러시아인 일리야를 봐서, 그리고 옛 러시아의 문호들을 봐서라도 이 책은 러시아의 문학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로서 좋은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안나 카레니나'나 '예브게니 오네긴'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