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상반기에 읽은 인상 깊은 책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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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2024.06.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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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어리테일 1~2권 (스티븐 킹, 황금가지) 

주인공 성장 서사 토대 위에 클리셰를 살짝 비틀고 사춘기 주인공의 시니컬한 정의와 기괴한 상상력을 버무린 판타지 모험 소설입니다. 이야기꾼인 스티븐 킹의 소설답게 상당히 재밌습니다. 우물을 따라 내려간 지하의 숨겨진 세계에 대한 묘사가 환상적이면서도 아름답습니다만 꽤 잔인한 묘사도 있습니다. 영화화한다고 하니 기다려봅니다.


  1. 멜랑콜리아 Ⅰ-Ⅱ (욘 포세, 민음사) 

2023년 노벨상 작가의 소설이라는 셀링포인트에 낚여 집어들었습니다. 노르웨이의 화가인 헤르테르비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쓰여진 글입니다. 주인공이 화자인데 온전하지 못한 정신상태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장으로 표현됩니다. 읽다가 같이 미쳐가는 것 같아 던지려고 보니 다 읽었네? 라는 느낌입니다. 개인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순간들과 불안에 대한 묘사가 깊은 곳을 건드리며 여운을 남깁니다.


  1.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살림) 

자연생태-습지, 조류, 분류학이 스릴러를 만나다?!

인종차별과 인권유린이 빈번하던 각박한 시대에 가족에게 버림받고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한 여성의 성장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장르가 스릴러입니다. 누군가 살해당하면서 시작되고 마지막까지 범인에 대한 반전으로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와 지적이며 야생적인 매력의 여주인공이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1. 타니오스의 바위 (아민 말루프, 교양인) 

지리적인 특성으로 말미암아 영국, 프랑스, 오스만 제국, 이집트 등의 세계 열강의 복잡한 정치싸움에 말려든 레바논의 한 계곡마을의 이야기를 신화전승으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레바논의 종교와 이국적 문화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신비로운 이야기에 푹 절여지는 이면에 우리나의 역사적 비애가 좀 겹쳐보여 내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1.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윌북)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흥미롭게 봤었는데 이 책에 영향을 받아 쓰여졌다 언급해서 찾아보았습니다. 당시에는 원서밖에 없었는데 최근에 정식 번역판이 나왔더군요. 요새 과학자들은 과학을 참 재밌게 요리하는 것 같습니다. 분류학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국 과학은 인간의 인지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의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뭐 그렇습니다. 분류학상으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면 이 책도 즐거우실 것 같습니다. 


  1.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 :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 (정서연, 21세기북스) 

미술 전시회를 종종 방문하는 편인데 동행인이 대체 현대미술은 뭘 의미하는건지 모르겠다며 난해함을 토로하더군요. 고전미술과 달리 현대미술은 대중들과 거리감이 느껴질 때 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니멀리즘부터  AI까지 현대미술에 대한 12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안내서같은 책입니다.


  1. 읽을, 거리 (김민정, 난다) 

책을 읽을 때 정서적으로 드라이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에세이는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읽다가 콧잔등이 시려워지곤 햇습니다. 초반 인터뷰글이 개그맨 박지선 씨와의 대화라 심장에 일타를 먹고 시작합니다. 오해하실까 덧붙이지만 일단 슬픈 책은 아닙니다(아마?). 생전 인연이 있던 문학계의 인연들에 대한 일종의 소회같은 구석도 있고 거동이 불편해지신 부친을 간호하며 나누는 대화에서는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알베르트 카뮈 전문 번역가로 알려지신 김화영 교수님 인터뷰가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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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광나라님의 댓글

작성자 광나라 (58.♡.108.61)
작성일 06.19 18:17
페어리테일 잊고 있었네요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공감합니다(이 작품만 읽어서리;;;)

제목없는문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06.20 09:57
@광나라님에게 답글 페어리테일 진짜 대흥미진진입니다. 가끔 땅속 깊은 곳 지구핵 가까이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건 아닌가 상상하는데 스티븐킹이 그걸 구현해냈네요.ㅎㅎㅎ

메가히트님의 댓글

작성자 메가히트 (172.♡.94.47)
작성일 06.20 11:34
독서 리스트랑 저랑 하나도 안 겹쳐서 더더 흥미롭습니다.
타니오스의 바위는 제 관심사랑 비슷해서 꼭 읽어보고 싶네요!

제목없는문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06.20 14:18
@메가히트님에게 답글 저도 다른 분들 독서 리스트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어렸을 때 로마인이야기를 재밌게 읽고 하마터면 역사학을 전공할 뻔 했습니다.ㅋㅋㅋㅋ

마성의물방개님의 댓글

작성자 마성의물방개 (125.♡.111.103)
작성일 06.20 14:01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스릴러, 생태학, 성장, 사랑.. 한가지로 분류하기 애매한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장르를 한데 섞어 재밌게 만든 비빔밥 같은 소설이라 생각되네요. 책을 읽으셨다면 동명의 영화를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는 근래 읽은 책들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책입니다. 분류학의 역사에 대해 잘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목없는문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06.20 14:37
@마성의물방개님에게 답글 '가재가...'는 벌써 영화가 나왔네요? 심지어 22년에 나왔다니! 꼭 챙겨봐야겠습니다. 
분류학이 이렇게 재밌는지 미처 몰랐는데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네요. 물방개도 종류가 수십개는 되는군요. 오늘 이렇게 물방개가 딱정벌레목임을 알게되었습니다.

대로대로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대로대로 (222.♡.13.28)
작성일 06.23 07:34
아민 말루프.. 이름이 낯익어 제 독서목록을 뒤져보니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전쟁>의 작가군요.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는데 그 작가의 책이라니 저도 <타니오스..>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제목없는문서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06.24 10:28
@대로대로님에게 답글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전쟁이 2002년 발행된 책이라니 놀랍네요. 당시에 아랍인에 대한 시각이 훨씬 편협했을텐데 말이죠. 저도 도서목록에 추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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