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인사 및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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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eimdall 124.♡.234.60
작성일 2024.06.21 14:18
분류 독후감
162 조회
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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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옆동네 소모임에서 달린당에만 가입되어있었는데 - 그러나 딱히 많이 달리지도 잘 달리지도 못하지만 - 다모앙으로 이사오면서 책읽는당을 발견하고 오게 되었습니다. 책도 딱히 많이 읽지도 않습니다만ㅎㅎ


최근엔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특히나 그 울트라마라톤 부분은 하루키가 영적체험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전에 제가 이미 그런 느낌이 들고 울컥하는 감동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20대 때 몇권 읽은 후 내 취향은 아니라고 접었던 하루키 소설이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헤밍웨이나 폴오스터는 20대까지는 별 감동없는 작가였다가 나이들어 다시 읽고 매우 좋아하는 작가로 바뀌었기 때문에 가끔 몇십년 전 읽던 작가들을 다시 읽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최근작이라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빌려 읽는 중입니다. 아래는 제가 일기에 썼던 부분이라 -하다체인데 부적절하면 말씀해주세요.



하루키는 정말! 정말이지 정말! 글을 잘 쓴다. 어떤 풍경을 묘사할 때면 그 묘사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내 옆으로 펼쳐지는 것만 같다. 그 소녀와 밟은 얕은 물의 모래와 한 여름의 풀밭은 간지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가의 느낌은 없다. 놀라운 통찰력이라던지 '오 여기에 이런 문장을 썼다니!' 라는, 범인은 따라갈 수 없는 천재를 엿볼 때 나오는 감탄은 없다. 초반 상상력이 펼쳐지는 부분은 포스트잇 붙일 것들이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안 붙이게 된다. 그리고 환상풍의 작품이라고 느껴지기 보단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그 자체로 매혹적인, 그리고 독자에게 더 거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환상문학으로 만드는 건 대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단, 책을 놓지 못하게 호기심이 계속 든다. 이 두꺼운 책을 계속 읽게 만들고 싶은 것은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능력이다. 내가 대부분의 글에 대해 후하지 않은 평가를 내려서 그렇지 하루키가 뛰어난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소설가들은 간혹 멋진 에세이들을 남기는 것 같다. 김영하도 하루키도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에세이는 감탄스러웠다. 소설도 좋은 조지오웰의 에세이는 말할 것도 없고. 하루키는 어릴 때 읽었던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노르웨이숲만 다시 읽어보면 되겠다. 헤밍웨이나 폴 오스터처럼 나이들어 다시 읽었더니 너무 좋았던 작가 리스트에 하루키가 들 것 같진 않다만 가끔 세련되게 잘 쓰여진, 재미를 끝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어떤 흠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그런 완성도 높은 소설을 읽고 싶을 때면 하루키를 찾으면 될 것 같다.




댓글 8

취백당님의 댓글

작성자 취백당 (122.♡.154.147)
작성일 06.21 16:07
한국에도 왠지 전국에 수 많은 하루키님이 있을거만 같은데 참 세상일들이란게 ... ^^ 좋은 글 감사합니다

Heimdall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Heimdall (124.♡.234.60)
작성일 06.24 22:11
@취백당님에게 답글 한국에도 하루키님들이 많이 있을까요?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들고 앞으로 쓸 작품이 기다려진다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자유롭게 살면서 자신의 일에 그렇게 만족할 수 있다니 너무 멋진 삶이에요.

광나라님의 댓글

작성자 광나라 (116.♡.214.252)
작성일 06.21 16:31
저는 아직 덜 영글었는지
하루키님 글이 많이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1q84’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두 작품밖에 못읽었습니다
이렇게 이해도가 높으신 분들
너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Heimdall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Heimdall (124.♡.234.60)
작성일 06.24 22:12
@광나라님에게 답글 하루키가 그닥 제 취향이 아닌 것은 그만큼 저의 하루키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도가 떨어지는 거 아닐까요?ㅎㅎ

제목없는문서님의 댓글

작성자 제목없는문서 (121.♡.203.155)
작성일 06.24 10:38
하루키가 만들어가는 세계관이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전 도서관장의 캐릭터가 많은 여운을 주더군요.

Heimdall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Heimdall (124.♡.234.60)
작성일 06.24 22:14
@제목없는문서님에게 답글 저도 고야스씨가 가장 인상적이더라구요. 관장님께서 그토록 좋아하시던 사과향 나는 장작을 태워 보고 싶습니다. 저도 잠오지 않는 밤에는 찾아가면 이미 따뜻하게 데워진 정사각형 방이 있으면 좋겠네요ㅋ

Mactive님의 댓글

작성자 Mactive (223.♡.41.208)
작성일 06.25 08:59
같은 책을 읽고 계시네요~ 반갑습니다.
하루키 책을 읽으면 일본 애니메이션 감성이 나오는 것 같아 대학시절 애니 보는 것 같아요.

Heimdall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Heimdall (211.♡.53.253)
작성일 06.25 13:46
@Mactive님에게 답글 전 대학시절 보던 만화책이나 애니를 최근에 다시 애니로 보니 반갑더라구요ㅎ 밤이 깊어지면 도어즈 음악 트시던 만화방 아저씨도 생각나구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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