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인사 및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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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옆동네 소모임에서 달린당에만 가입되어있었는데 - 그러나 딱히 많이 달리지도 잘 달리지도 못하지만 - 다모앙으로 이사오면서 책읽는당을 발견하고 오게 되었습니다. 책도 딱히 많이 읽지도 않습니다만ㅎㅎ
최근엔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특히나 그 울트라마라톤 부분은 하루키가 영적체험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전에 제가 이미 그런 느낌이 들고 울컥하는 감동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20대 때 몇권 읽은 후 내 취향은 아니라고 접었던 하루키 소설이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헤밍웨이나 폴오스터는 20대까지는 별 감동없는 작가였다가 나이들어 다시 읽고 매우 좋아하는 작가로 바뀌었기 때문에 가끔 몇십년 전 읽던 작가들을 다시 읽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최근작이라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빌려 읽는 중입니다. 아래는 제가 일기에 썼던 부분이라 -하다체인데 부적절하면 말씀해주세요.
하루키는 정말! 정말이지 정말! 글을 잘 쓴다. 어떤 풍경을 묘사할 때면 그 묘사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내 옆으로 펼쳐지는 것만 같다. 그 소녀와 밟은 얕은 물의 모래와 한 여름의 풀밭은 간지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가의 느낌은 없다. 놀라운 통찰력이라던지 '오 여기에 이런 문장을 썼다니!' 라는, 범인은 따라갈 수 없는 천재를 엿볼 때 나오는 감탄은 없다. 초반 상상력이 펼쳐지는 부분은 포스트잇 붙일 것들이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안 붙이게 된다. 그리고 환상풍의 작품이라고 느껴지기 보단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그 자체로 매혹적인, 그리고 독자에게 더 거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환상문학으로 만드는 건 대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단, 책을 놓지 못하게 호기심이 계속 든다. 이 두꺼운 책을 계속 읽게 만들고 싶은 것은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능력이다. 내가 대부분의 글에 대해 후하지 않은 평가를 내려서 그렇지 하루키가 뛰어난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소설가들은 간혹 멋진 에세이들을 남기는 것 같다. 김영하도 하루키도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에세이는 감탄스러웠다. 소설도 좋은 조지오웰의 에세이는 말할 것도 없고. 하루키는 어릴 때 읽었던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노르웨이숲만 다시 읽어보면 되겠다. 헤밍웨이나 폴 오스터처럼 나이들어 다시 읽었더니 너무 좋았던 작가 리스트에 하루키가 들 것 같진 않다만 가끔 세련되게 잘 쓰여진, 재미를 끝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어떤 흠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그런 완성도 높은 소설을 읽고 싶을 때면 하루키를 찾으면 될 것 같다.
Heimdall님의 댓글의 댓글
광나라님의 댓글
하루키님 글이 많이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1q84’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두 작품밖에 못읽었습니다
이렇게 이해도가 높으신 분들
너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Heimdall님의 댓글의 댓글
제목없는문서님의 댓글
특히 전 도서관장의 캐릭터가 많은 여운을 주더군요.
Heimdall님의 댓글의 댓글
Mactive님의 댓글
하루키 책을 읽으면 일본 애니메이션 감성이 나오는 것 같아 대학시절 애니 보는 것 같아요.
취백당님의 댓글